일본 이카타 3호기 운전정지 가처분 결정

활성단층 존재 가능성

화산재 피해 과소평가

전력회사 조사 불충분

 

일본에서 가동 중인 핵발전소에 대해 사법부가 또다시 운전정지 결정을 내렸다. 지난 1월 17일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일본 에히메현에 있는 이카타 핵발전소 3호기가 지진과 화산 폭발로 주민들의 생명과 신체에 위험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운전정지 가처분을 결정했다.

△ 일본 시코쿠 전력이 운영하는 이카타 핵발전소 전경 (사진 출처 : 일본 ANN뉴스 영상 캡쳐)

히로시마 고등법원 모리 재판장은 이카타 핵발전소 부지 부근에 지진을 일으키는 활성단층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장은 “전력회사의 조사는 불충분하고,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카타 핵발전소에서 약 130km 떨어진 아소산 폭발 시 안전성에 대해서도 “분화가 일어날 경우 화산재 피해 등이 과소평가되었다‘고 했다.

법원은 가처분 기간을 ‘현재 야무구치지법 이와쿠니 지부에서 계류 중인 운전정지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라고 덧붙였다. 이카타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시코쿠 전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항고 의향을 밝혔다. 시코쿠 전력이 항고할 경우, 이번 결정을 같은 고등법원의 다른 재판관이 결정을 내린다.

이번에 이카타 3호기 가처분을 신청한 사람은 이카타 핵발전소가 있는 에히메현 사타미사키 앞바다 섬(바다를 건너 다른 행정구역에 속함)에 사는 주민 3명이다. 3명이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작년 3월 야마구치 지방법원 이와쿠니 지부는 기각했지만 항고해 이번 결과에 이르렀다.

이카타 3호기에 대해 사법부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카타 핵발전소는 일본 시코쿠 최서단의 사타미사키에 위치하기 때문에, 시코쿠 관내뿐만 아니라 바다를 건너 혼슈 지역과 규슈지역 여러 곳에서 주민들이 각 지역 재판소에 이카타 3호기 운전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 중 2017년 12월에 히로시마 고등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내렸지만, 약 1년 후 열린 항고심에서 결정이 뒤집어져 결국 운전을 재개한 바 있다.

이카타 3호기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만들어진 핵발전 관련 시설 재가동을 위한 신 규제기준에 2015년 합격해, 전국적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5번째로 재가동했다. 부지에는 1호기와 2호기가 있지만, 각각 2016년과 2018년에 폐로가 결정되었고 현재 해체 준비 중이다.

우라늄과 플루토늄 혼합 ‘MOX 연료’ 사용

 

이카타 3호기의 특징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서 얻은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혼합해서 만든 ‘MOX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3호기는 작년 12월부터 정기검사에 들어갔고, 지난 1월 13일부터 16일까지 일본에서 사상 처음으로 사용한 ‘MOX연료’를 밖으로 꺼내는 작업을 실시했다. ‘MOX연료’는 통상적인 사용후핵연료보다 방사선량이 높고 발열량도 많아, 100년 이상 원자로 내 수조에서 냉각해야 한다. 시코쿠 전력은 이번에 16개의 ‘MOX연료’를 모두 꺼낸 후 신규로 5개를 장착해 올 4월 말쯤에 운전을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가처분으로 관련 일정은 크게 변경될 전망이다.

한편, 이카타 3호기 외에 현재 일본에서 ‘MOX연료’를 사용해 가동하고 있는 핵발전소는 간사이 전력 다카하마 3호기이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다카하마 3호기에서도 올해 1월 말부터 반출 작업이 예정돼 있다.

 

일본 핵발전소 가동 현황

 

일본에서는 현재 15개소 총 33기 핵발전소가 있다. 이 중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에 신규제기준에 합격해 재가동한 핵발전소는 이카타 3호기를 포함해 총 9기이다. 이번처럼 주민이 낸 핵발전소 운전 정지 가처분 신청을 재판소가 받아들인 것은 다섯 번째다. 이번 건을 제외한 4건은 모두 전력회사 항고로 가처분이 취소되었다. 탈핵변호단전국연락회에 따르면 핵발전소 가동과 관련해 현재 계류 중인 소송은 전국에서 28건, 가처분 신청은 5건이다.

오하라 츠나키 탈핵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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