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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칼럼] 인류 위기와 핵발전

칼럼

인류 위기와 핵발전

 

△ 황대권 한빛원전안전성확보를위한공동해동 대표


미국의 환경운동가 오수벨(Kenny Ausubel)에 따르면 환경을 살리자는 틀린 말이다. “환경은 살아남는다. 우리가 못 살아남거나 원치 않는 환경에서 살게 될 뿐이다.” 환경이라는 말 자체가 인간 중심적이다. 현재 우리고 겪고 있는 환경위기는 사실 인류위기이다. 지금까지 지구에는 여섯 번의 멸종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환경은 살아남았다.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인류가 현재의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수십 년 내에 인류문명은 멸망하고 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류위기를 부추기는 정치사회적 요인은 제쳐두고라도 환경적 요인이 심각하다. 지구기온 상승, 방사능 오염, GMO, 플라스틱 오염, 환경호르몬, 산림파괴, 미세먼지 등등.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하게 인류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드는 것은 지구 기온상승에 의한 기후 이상이다. 다른 것들은 서서히 진행하면서 시나브로 죽게 하지만 기후 이상은 임계점을 지나는 순간 바로 대재앙으로 이어진다.


얼마 전 IPCC(기부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앞으로 10년 이내에 지구 기온상승을 1.5도 내로 잡지 못하면 바로 임계점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측했다. 조만간 이산화탄소보다 23배의 온실효과를 가져올 메탄가스가 전 지구적으로 방출되면 기온의 폭발적 상승은 막을 길이 없다.


기후 이상의 끔찍한 시나리오를 핑계로 핵산업자들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핵발전소를 늘려야 한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핵발전소의 증가로 어느 정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양이 기후온난화를 극적으로 상쇄할 만큼은 아니다. 연구에 의하면 핵발전소를 가동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오죽하면 IPCC도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핵발전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발표했겠나. 문제는 이산화탄소가 약간 줄어드는 데에 비해 사람들이 전기를 마구 쓰면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환경요인들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제외한 모든 요인이 심각하게 늘어나면서 인류 위기가 더욱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방사능 오염이 가속화되면서 전지구적으로 돌연변이와 암의 발생이 현저하게 늘어날 것이다.


찬핵세력은 후쿠시마에서 그렇게 큰 사고가 났는데도 방사능으로 인해 죽은 사람이 없다며 입에 거품을 문다. 방사능은 생명체를 서서히 죽인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일까. 방사능이 땅속에 묻혀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땅속에서 은은히 나오는 방사능에 적응하면서 생명체는 진화해 왔다. 자연방사능은 생태계에서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암석을 미세하게 분쇄하여 흙의 생성을 돕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유전자에 자극을 주어 돌연변이를 일으킴으로써 종 다양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방사성물질을 지상으로 끄집어내어 폭발시키거나 태우면 자연 속에는 없는 새로운 핵종이 나타난다. 이 핵종들 가운데 반감기가 가장 긴 것은 무려 46억 년이나 된다. 인간들은 이미 죽음의 물질인 방사능을 지상에 풀어놓았다. 돌이킬 수도 없고 제어할 방법도 모른다. 만약 인류가 기후위기를 관리하지 못해 해수면이 부풀어 오른다면 해안가에 있는 수백 기의 핵발전소가 잠기면서 방사능 유출로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후위기에서 살아난 사람들도 산 것이 아니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류 위기에 핵발전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오히려 핵발전은 인류 위기를 가속할 뿐이다. 핵발전을 당장 그만두면 경제 규모가 줄어들면서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더 단순해진다. 인류 위기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단순소박한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탈핵신문 2019년 12월(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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