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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칼럼] 기후위기의 잘못된 해결책

칼럼


기후위기의 잘못된 해결책

핵발전을 성장 중독에서 버리자




△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



호주가 몇 달째 불타고 있다. 지난여름의 북반구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거대한 산불이 이제 남반구의 호주로 이어지고 있다. 지속적인 가뭄과 고온으로 불타오른 산불은 5억 마리의 야생동물 생명을 앗아갔지만, 아직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지난해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라고 선언했지만, 이제 기후위기가 어떻게 현실화되고 있는지 목격하고 있다. 불행히도,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리 앞에는 더 큰 비극이 예고되어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은 1.5도 목표를 이야기하고 있다.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은 현재 대략 1도 정도에 이르렀다. 이제 추가적인 상승을 0.5도 이내에서 막아보자는 목표다. IPCC201810, 1.5도 특별보고서를 발간하면서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인 온실가스 배출이 2050년까지는 넷제로(net zero)가 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2016년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이 52기가톤이었기에 향후 30년 안에 넷제로를 만든다는 것은 엄청난 속도로 -거의 불가능하게 보일 정도로- 온실가스 배출을 급격히 감축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런 긴박함 속에서도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잘못된 해결책을 비판해왔다. 기후위기와 배출제로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키워왔던 시장과 기술 중심의 해법은 거부하는 것이다. 흡수원을 늘린다며 열대우림 지역의 주민들을 숲에서 쫓아내는 탄소시장 정책을 지지할 수 없다.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를 줄여서 기후변화를 온화하겠다며 성층권에 미세먼지를 뿌려대자는 위험천만한 지구공학적 해법에 반대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과감히 감축하라는 요구를 누그러뜨리며, 지금의 잘못된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지구를 파먹으며 이윤 창출을 지속하려는 시도들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와 온실가스 배출제로는 더 근본적 반성과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은 채 기후위기에 대응한다고 했을 때, ‘잘못된 해결책과 결별하기 어렵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핵발전도 마찬가지다. 기후위기의 시급성에 비해 핵발전소 건설은 너무 장기간을 요구하며 핵폐기물 처리는 완벽한 대책이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후위기와 배출제로의 긴박성 속에서 찬핵 진영뿐만 아니라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세력들은 끊임없이 대중을 현혹할 것이다. 당장 신월성 3-4호기 건설 재개를 주장하는 이들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핵발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 여당 내에서는 노후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는 대신에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하자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배출제로를 위해서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고에너지 중독에 빠진 자본주의 체제와 결별해야 한다는 명확한 입장으로 이들과 맞서야 한다.


올해 314, 후쿠시마 사고일을 맞아 매년 개최해온 탈핵 집회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한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를 공동추진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쉽다고만 할 수 없는 시도이지만, 기후진영과 탈핵진영이 후회하지 않을 미래를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탈핵신문 2020년 1월(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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