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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5호> 후쿠시마 사고 원인, ‘쓰나미’가 아니라 ‘지진’이다

후쿠시마 사고 원인, ‘쓰나미가 아니라 지진이다

내진설계 등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일본 국회사고조사위원 한국 강연에서

다카노 사토시(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지난 1011,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도쿄전력 후쿠시마핵발전소 국회사고조사위원회(이하 국회조사위’) 위원을 맡은 다나카 미쓰히코 씨의 초청강연이 열렸다. 국회조사위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 그리고 민간 사고조사위원회들과 비교해 중립성이 높아 가장 믿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그들의 주장에는 일본정부나 도쿄전력의 주장과 크게 다른 점도 있다. 다시 말해 정부와 도쿄전력이 숨기려 한 사실도 제대로 지적하고 있다.

이번 다나카 씨 강연은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쓰나미로 인해 모든 전원이 상실됐다는 설명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주요 내용을 다음 두 가지로 정리해 보겠다.

 

1호기 전원상실 원인, ‘쓰나미가 아니라 지진이다

첫째, 비상용 디젤발전기 파괴를 초래한 쓰나미 제2파 도달시각이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3111535분이라 설명하지만, 국회조사위는 1537분이라 주장한다. 다나카 씨는 불과 2분의 차이지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1535분이라는 시각은 제2파가 발전소에 도달한 시각이 아니라, 발전소에서 1.5떨어진 앞바다에 있는 파고계(波高計, 파도의 높이를 측정하는 기계)에 도달한 시각이라는 것이다. 도쿄전력도 이 주장을 인정했다.

그럼 37분에 발전소에 도달했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1호기에 있던 2대의 비상용 디젤발전기 중 계통이 정지된 시각은 국회조사위의 조사결과 1535분에서 36분경으로 추정된다. 즉 이것은 쓰나미 제2파 도달 전, 지진으로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파괴되었을 가능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다나카 씨는 사진을 통해 쓰나미가 4호기부터 순차적으로 1호기로 도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4호기부터 물에 잠긴 셈이다. 이것은 1호기의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먼저 파괴되었다는 사실과 모순된다.

실제로 국회조사위 보고서에 “1호기 계통 전원상실 원인은 쓰나미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고 기술했고, “1537분에 정지된 1호기 계통 및 2호기 계통, 그리고 1538분에 정지된 3호기 계통 및 계통 모두 쓰나미로 인한 전원상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비상용 전원기기에 대한 상세한 검사가 끝나지 않은 단계에서, ‘쓰나미가 없었다면 모두 전원상실에 이르지 않았다는 견해를 근거로 행동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며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쓰나미로 인한 사고라는 조급한 단정을 비판했다.

지진으로 인해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파괴됐다면, 핵발전소 내진설계 등 안전관리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정부·도쿄전력과, 그 자세에 의문을 제시하는 국회조사위의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원자로 내 수위 저하 역시 지진으로 배관파손

1호기 원자로 내 수위가 급격히 낮아진 원인은 무엇인가? 원자로는 보통 핵연료봉 윗부분 끝을 기준으로, 거기보다 4.5위까지 물이 채워져 있다. 즉 원자로는 냉각재()로 안정적인 냉각이 이뤄진다. 다나카 씨는 지진이 일어났던 3111446분부터, 1호기가 수소폭발을 일으킨 121536분경까지 1호기 내 수위 변화를 그림을 통해 보여주면서, 지진 발생 후 7시간 뒤에 기준 위 45까지 수위가 급격히 저하했음을 설명했다. 그런데 그 원인에 대해 일본정부·도쿄전력의 설명과 국회조사위의 설명은 다르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설명은 외부전원 상실로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자) 대량의 증기가 발생해 원자로 내 압력이 상승됐다. 주 증기관의 밸브가 잠겨 있었기 때문에, ‘증기제거 안전밸브가 열렸으며, 증기가 압력제어실로 흘러가서 원자로 내 압력이 낮아졌다. 다만 증기제거 안전밸브가 열려 있으면 원자로 안에 물이 없어지기만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압력이 낮아지면 밸브가 잠긴다. 그러나 원자로 내부는 붕괴열로 증기가 계속 발생해서 또 압력이 오르기 때문에 증기제거 안전밸브가 다시 열려 압력을 낮춘다. 이러한 작업이 반복되어 원자로 내 수위가 짧은 시간 사이에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조사위의 설명은 그것과 다르다. 안전밸브가 열렸기 때문이 아니라 원자로 압력용기에 연결된 배관이 지진으로 깨졌고, 그로 인한 균열로 압력용기의 증기가 격납용기로 흘러나온다. 격납용기와 압력제어실을 연결하는 직경 m의 배관을 지나 증기가 압력제어실로 흘러간다. 증기가 끊임없이 새어나와서 원자로 내부 압력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증기제거 안전밸브는 열리지 않으면서도 수위는 낮아지기만 했다. 즉 지진으로 인한 배관 파손으로, 냉각재 상실사고(LOCA)가 일어난 것이 급격한 수위저하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국회조사위는 왜 이렇게 주장하는가? 주요 근거로 증기제거 안전밸브가 열릴 때는 아주 큰 소리가 나는 데, 그런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1호기 작업원이 증언했다. ‘증기제거 안전밸브가 열리면 가늘고 좁은 관을 통해, 시간당 1천톤이라는 엄청난 양의 증기가 압력제어실로 흘러나간다. 그 때 생기는 큰 압력 때문에 하는 큰 소리가 난다. 그러나 격납용기와 압력제어실을 연결하는 배관에서 증기가 흘러나올 경우 시간당 80톤 정도이기 때문에 큰 소리는 나지 않는다. 또한 증기제거 안전밸브가 열렸다면 십여 차례 반복적으로 열렸을 텐데, 정전으로 고요한 상황에서 1호기의 작업원이 듣지 못했다는 것은 뭔가 미심적은 상황이다.

그럼 1호기와 같은 제너럴 일렉트릭사(GE) 마크형 원자로를 사용하는 다른 발전소에서는 큰 소리가 발생했을까? 3·11 당시,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2호기와 3호기, 그리고 미야기현에 소재한 오나가와핵발전소 1, 2, 3호기에서 증기제거 안전밸브가 열렸다.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2호기 운전원은 큰 소리가 들렸다고 증언했고, 3호기에 대해서도 도쿄전력 내부자료에서 큰 소리가 발생했다고 기술되어 있다. 오나가와핵발전소에서도 중앙제어실에서는 들리지 않았지만 현장 작업원이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같은 유형의 원자로임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1호기 이외의 원자로에서는 작업원이 소리를 들었는데, 왜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1호기의 작업원에게는 들리지 않았는가? 그것은 처음부터 1호기가 지진으로 배관 파손되어 냉각재 상실사고가 일어나, ‘증기제거 안전밸브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다나카 씨 및 국회조사위의 주장이다.

결국 쓰나미가 오기 전 지진으로 1호기가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것은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지진으로 안전상 중요한 기기 손상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한국 핵발전소, 왜 사고가 적은가?

마지막으로, 다나카 씨의 중요한 지적을 하나 더 알리고 싶다. 이것은 한국 핵발전에도 직접 관계되는 내용으로, 핵발전소 안전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이다. 기술적 지식에서는 전력회사와 시공사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기 때문에, ‘정부와 규제당국은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력회사는 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작은 사고를 은폐하는 경향이 있고, 시공사도 이를 협조한다. 그것을 간파할 수 있는 기술적인 지식을 규제당국이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핵발전은 처음부터 사고를 은폐하는 습성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나카 씨는 이상할 정도로 높은 한국 핵발전소 가동률(90% 이상), 총 사고 건수(650번 정도)가 너무도 적다는 것에 의문을 던진다. 한국정부는 이것을 한국 핵발전의 안전성과 우수성의 증거로 자랑하지만, ‘오히려 일본과 마찬가지로 규제당국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실제 지난 2, 고리핵발전소 1호기 사고 은폐 이후 많은 핵발전소에서 고장과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겨울 전력부족을 두려워해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규제해야 하는 쪽이, 빨리 재가동을 하고 싶은 전력회사를 안이하게 추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더 근본적으로는 당국이 전력회사를 제대로 규제할 수 있는가? 최근 한국정부의 태도를 보면, 다나카 씨의 근본적인 질문에 한국정부가 제대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발행일 : 201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