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원자와 원자핵 그리고 핵분열 에너지
△이준택 전 건국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전, 원자력에너지를 다시 생각해 본다. 일반적으로 원자는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다. 수소 원자의 크기는 반지름이 0.05 나노미터 정도이며, 1 나노미터란 1미터의 십억 분의 일이다. 원자핵의 반지름은 약 수 펨토미터(나노미터의 백만분의 1)로 원자와 원자핵의 부피를 비교하면, 수 조 :1 정도로 작다. 워낙 작으니 실감이 안 난다. 예를 들어 원자가 상암월드컵구장 정도(직경 약 300m)의 거대한 공이라면, 원자핵은 직경 약 16mm 정도의 작은 구슬로 보면 된다. 그러니 원자와 원자핵을 편하게 구분 없이 사용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그런데, 그렇게 작은 공간인 원자핵이 원자 질량의 99.9%를 포함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양자역학 이론에 의하면 원자 바깥쪽의 전자들 또는 원자들의 결합과 교환 때 발생하는 화학적 에너지에 비해서, 그토록 작은 공간인 원자핵에서 일어나는 핵변환과 관련된 핵에너지는 화학적 에너지의 수십만 혹은 수백만 배 이상이다. 따라서 원자력이라 표현하는 것부터 모순이다.
통상 알려진 원자력 에너지는 핵이 분열하면서 에너지가 나오는 현상으로 핵분열 에너지(Nuclear fission energy)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핵발전, 효율 30%대의 발전장치
온배수 배출로 지구온난화의 원인
물을 끓여서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의 힘으로 기차와 배를 움직이고 나아가 발전소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만든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핵발전소는 석탄과 석유 대신에 원자로에서 핵을 분열(Nuclear fission)시켜 그 에너지(열)로 물을 끓여서 전기를 만드는 시설이다.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 있다. 핵발전소의 경우 핵분열 시킨 총에너지에서 100에 해당하는 양이 ‘전기를 만들’때 사용된다면, 200에 해당하는 양은 원자로 온도를 낮추는(냉각수 온도는 올라감 = 온배수) 데 사용된다. 핵발전소는 전기가 필요한 때와 무관하게 중단없이 가동되는, 고작 효율 30%대의 발전장치일 뿐이다.
핵발전소에는 화력발전소와 같이 검은 연기를 내뿜는 굴뚝은 보이지 않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동안에 원자로 노심 주변의 냉각수는 온배수로 배출되어 근처 바닷물의 온도를 높인다. 이는 해수 중에 녹아있는 산소와 탄산가스를 대기로 날려버린다. 물론 방사능의 배출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이래도 핵발전이 친환경적인가?
한국 24기 핵발전소에서 매일
히로시마 핵폭탄 50발 방사능 만들어
핵분열하면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종류의 방사능 양은 얼마나 되는가? 출력 1000 메가와트급의 핵발전소가 연간 소모하는 우라늄(우라늄235) 양은 자그마치 1000kg(1톤)에 달한다. 이것은 히로시마 원폭(핵폭탄)의 1천발에 해당하는 양으로, 하루에 히로시마 원폭 2.7 발을 터뜨리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되는 핵발전소는 24기로 총출력 20기가와트 이상이다. 대부분의 국민들 눈에는 보이지도 않고 느끼지도 못하는 곳,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매일 히로시마 원폭 50발에 해당하는 방사능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면 그 방사능을 100% 완벽하게,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는 발전소 인근의 환경방사능 양은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고 하지만,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질병은 과연 발전소 시설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태양으로부터 1억 5천만km 떨어진 지구의 1 제곱미터 면적에 1 킬로와트의 출력으로 태양에너지가 도달한다. 과거 수억 년 전에도 지구상에서 태양 에너지를 받아 성장해왔던 식물들의 잔해가 오늘날 화석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사람은 결국 과거와 오늘의 태양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독일에선 40년 동안 약 100조 원 규모의 돈을 투자해서 독일에 필요한 전기의 80%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하겠다고 했다.
에너지는 과거보다 ‘더 풍족하게’가 아니라,‘더 줄여서’ 살겠다는 의지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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