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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칼럼] 탈핵‧탈석탄이 답이다

∥ 칼럼

탈핵‧탈석탄이 답이다


△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요즘 기차역에서 ‘탈원전 반대’서명운동 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대학교의 원자력공학과 학생들로 보이는 청년들이 서명을 받고 있다. 나눠주는 유인물을 받아보면, “미세먼지, 기후변화 같은 문제 때문에 원전을 추가 건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대책기구의 책임자로 지명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비슷한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다.

그러나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때문에 핵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미세먼지가 싫다고 해서 방사능을 택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제레미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에서 “원자력은 결코 깨끗한 에너지원이었던 적이 없다. 방사성물질과 폐기물은 항상 인간과 여타 생명체, 그리고 환경에 심각한 위협을 가해 왔다”라고 정확하게 지적했다. 그는 핵발전은 화석연료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명확하게 말한다.

사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실천해 온 사람들, 그래서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 온 사람들일수록 대체로 핵발전소에도 반대한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플루토늄 같은 인공방사능 물질을 낳는 핵발전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최소 10만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사용후 핵연료’를 대량으로 낳는 핵발전소가 어떻게 대안일 수 있을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8년이 지났음에도 사고수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핵발전은 화석연료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석탄화력발전소도 줄이고 핵발전도 줄이는 것이 진짜 가능하냐고 묻는다. 그것은 가능하다. 아니 둘 다 줄이려고 해야 진짜 줄일 수 있다. 석탄화력발전과 핵발전은 쌍둥이 같은 존재들이고, 하나에 손을 대면 다른 하나에서 손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경험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2002년 핵발전소 설비규모는 1만5716 메가와트(MW)였는데, 불과 10년 후인 2012년에 2만716MW로 늘어났다. 핵발전소를 계속 지었기 때문이다. 만약 핵발전소가 석탄화력발전의 대안이라면, 이 기간 동안에 석탄화력발전소는 안 늘어났어야 한다. 그런데 같은 기간동안 석탄화력발전 설비 규모는 1만5931MW에서2만5128MW로 57% 이상 늘어났다. 핵발전소가 늘어나면 석탄화력발전소가 안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한민국은 전력소비량이 급증해 왔는데, 정부가 이를 사실상 방치한 것이다. 2002년 전력소비량은 27만8451 기가와트시(GWh)였는데, 10년 만에 63%가 증가해버렸다. 이렇게 전력소비량이 급속히 증가하니 핵발전소도 늘어나고 석탄화력발전소도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발전소를 더 짓는 것이 아니라 전력소비량이 급증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인데, 정부는 그런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공급 측면에서도 다른 국가들은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리고 있었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그 이유는 석탄화력발전과 핵발전이라는 쌍둥이 발전방식이 대기업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식이고, 정부입장에서도 손쉽게 전력을 확보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발전방식은 해안가의 대규모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서 장거리 송전을 한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같은 기간 동안에 초고압 송전선 건설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결국 미세먼지, 방사능, 전자파라는 3가지 나쁜 것들이 양산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렇다면 모범적인 국가들은 어떻게 할까? 이 3가지를 모두 줄이려고 노력한다. 탈핵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구한다. 대표적인 국가가 독일이다. 독일은 1998년부터 탈핵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지금 독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대한민국의 절반수준이다. 독일은 탈핵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갈탄(석탄의 일종) 발전도 줄이려고 노력해 왔다.

2002년 48.6GW에 달하던 독일의 석탄(갈탄포함)발전설비는 2018년에 43.4GW로 줄어들었다. 독일정부는 2015년에도 총 2.7GW에 달하는 갈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2038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203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비율을 6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런 예를 본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정치적‧정책적 의지다. 탈핵과 탈석탄은 동시에 추구할 목표다.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미세먼지와 방사능의 위협에서 동시에 벗어나고 싶지 않을까?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그것은 가능한 일이고,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탈핵신문 2019년 4월호(6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