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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평화, 해외

소형모듈원자로(SMR)의 부고(訃告)

이 기사는 <누클리어 모니터> 872-873호 (2019년 3월 7일)의 머리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이 글은 짐 그린(누클리어 모니터 편집인)이 쓴 것임을 밝히며, 국내에 주로 '스마트원전'이라는 모델로 알려진 소형모듈원자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평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역자 주)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이하 SMR)는 일반적으로 300메가와트(MW) 이하 용량의 소형 원자로로 정의되며, ‘신형’ 또는 제 4세대 핵발전 기술의 부분집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는 큰 의미가 없다. SMR에 대한 대부분의 관심은 4세대 개념이 아니라 전통적인 경수로의 규모를 줄이거나 재설계한 버전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4세대 핵발전 개념 역시 실패한 1세대 기술로 설명될 수 있으며, SMR 또한 여기에 들어맞는 경우다.


해상유정 개발에 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중국의 부유식 핵발전 프로젝트


‘모듈형’은 SMR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부품들 또는 ‘모듈’을 가지고 조립될 것임을 의미한다. 또 한 부지에 다수의 SMR을 세워 수요에 따라 보다 유연하게 전력 설비 용량을 조절하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에게 SMR에 대한 다음의 주요 논점으로 다가가게 만든다. 그것은 어떤 유의미한 실재가 없으며, SMR 대량 생산 역량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 말이다.


소형 핵발전의 과거와 현재


과거 소련은 300MW 이하의 핵발전소 8기를 건설했지만 그중 4기는 영구정지 되었고, 나머지 4기는 조만간 정지되고 부유식 핵발전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미 육군은 1950년대 초엽 8기의 소형 핵발전소를 가동했지만, 신뢰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판명되어 1977년에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영국의 소형 마그녹스 핵발전소들 역시 폐쇄되었고 더 이상 건설되지 않을 것이다. 1980년대와 90년대에도 SMR에 대한 열광은 오지 않았고,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실상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중국이 자국과 파키스탄에 5기의 소형 가압경수로를 가지고 있고, 인도와 러시아가 또 몇 기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 중 어느 것도 SMR 논쟁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규모나 계획이 아니다.

또한 신규 소형 핵발전소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기후친화적 환경주의와는 거의 관련이 없고, 다수는 화석연료 채굴을 돕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의 부유식 소형핵발전(35MW 2기, 50MW 2기)의 주된 목적은 북극의 화석연료 채굴 작업에 동력을 공급하거나 북극해 루트를 개척하는 것이다. 중국의 50-60MW급 시험로는 발해만의 유정 탐사와 남중국해의 심해 석유와 가스 개발에 동력과 담수를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SMR은 여러 측면에서 군사적 용도와도 관련을 갖는다. 사우디아라비아[2015년에 한국과 스마트원전 MOU를 맺었다: 역자주]가 SMR에 갖는 관심은 핵무기 또는 잠재적 핵능력 개발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SMR에 대한 새삼스러운 홍보가 펼쳐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SMR의 대규모 개발을 주장하는 이들은 그것이 핵발전이 직면하는 네 개의 핵심 문제인 비용과 안전성, 폐기물, 그리고 핵확산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핵확산을 막고’, ‘멜트다운을 예방하며’, ‘저렴한’ 원전이라는 표현이 이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이런 홍보는 이 조건을 SMR이 갖추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현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들은 종이 위의 잉크로 간단히 해결될 것처럼 비춰진다.


팽배한 회의론

“아무도 구입하지 않으려는 SMR”


핵발전 개발자와 제조업자들은 SMR의 장점이라고 주장되는 것 중 몇 개라도 설계에 반영하여 실현하려고 한다. 그러나 기술적 현실을 보자면, 현재 개발 중인 여러 SMR 설계들 중 어느 것도 이 네 개의 도전을 동시에 충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하나를 해결하려 하면 다른 문제들을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파워 매거진>의 공동편집자 토마스 W. 오버튼은 2014년의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2000년대의 ‘원자력 르네상스’가 잠든 묘지에서 SMR이라는 새 주인공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SMR 산업은 불편한 그리고 예기치 못한 것만은 아닌 문제와 충돌했다. 실제로는 아무도 구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말이다.”

모듈의 대량 생산과 조립을 통한 규모경제가 실현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설령 대량 생산을 통해 건설비용이 다소 절감된다손 치더라도 운영과 정비 비용은 핵발전소의 설비용량과 무관하게 고정되어 있다. 결국 SMR이 대용량 핵발전소에 비해 건설 기간과 비용 같은 장점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SMR의 경제적 경쟁력은 매우 불투명해 보이며, 민간부문 투자는 이 산업에 시동을 거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처럼 국가가 운영하는 SMR 프로그램은 보다 안정적이고 큰 규모의 재정을 확보할 기회를 갖고 있지만, 이 역시 다른 에너지 프로그램 투자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자국에서 설계한 스마트 SMR을 (현실적이거나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 설치할 계획이 없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계획도 불투명하거나 곤란이 예상된다.

웨스팅하우스는 십수년 동안 소형, 중형, 대형 원자로를 개발하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워렌 버핏의 미드아메리칸 에너지는 2013년에 아이오와에 SMR을 건설하려 했으나 프로젝트는 좌초했고, 대신 100억 달러를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했다. 현명한 돈(smart money)은 웨스팅하우스의 굴욕을 겪지 않고 SMR 건설 현장을 떠난 것이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탈핵신문 2019년 4월호(65호 _ 복간준비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