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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평화, 해외

러시아 핵 사업 로사톰 통해 세계시장 확대

∥러시아 핵산업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폭발한지 올해로 33년째다. 아직도 체르노빌 핵발전소 반경 30km는 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으며,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폭으로 수십만 명이 사망하거나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연방(이하 러시아)은 전세계로 핵산업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된 부유식 핵발전소 사업을 추진하는 러시아의 ‘로사톰’사를 중심으로 러시아 핵 발전 사업을 살펴본다. 아래 기사는 그린피스가 발표한 ‘로사톰 리스크 _ 문제 있는 러시아 핵발전 사업’ 자료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세계 원전시장 인사이트’ 자료를 중심으로 작성했다. - 편집자 주


러시아 정부의 국영 핵발전 회사 ‘로사톰


로사톰社(이하 로사톰)는 러시아 민간·군사 핵 분야 대부분을 소유·운영하는 러시아의 국영기업이다. 로사톰은 원자로 수출, 핵기술 연구, 핵폐기물 저장과 처리, 플루토늄 재처리공장, 우라늄 채광 및 농축, 핵연료 생산, 원자력 쇄빙선, 핵의학을 담당할 뿐 아니라 핵무기 생산 회사이자 연구기관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핵발전 계획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소련과 미국의 핵무기 생산 경쟁으로부터 탄생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탄생한 러시아는 민간·군사 핵 활동을 러시아연방원자력본부 아래 통합, 2004년 연방원자력기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 기관은 2007년 국영기업이 되면서 러시아 특별법령에 의해 관리된다. 이후 이 기관은 러시아원자력공사 또는 로사톰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되었다.

러시아 정부는 로사톰의 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군사·민간 운영을 위한 예산을 지원한다. 감독위원회가 임명한 내부감사위원회는 로사톰의 활동을 정기적으로 감독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로사톰은 러시아에서 특별한 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데, 러시아 정부 또는 지방 당국은 법적으로 정해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로사톰의 활동을 방해할 권리가 없다. 로사톰 기업 채권자는 기업 구조조정 시 새로운 기관으로 전출되는 데에 동의할 필요가 없다. 로사톰은 또한 일반인에게 활동, 지출, 재산사용을 공개할 의무에서 제외된다.

로사톰은 여러 자회사를 두고 있다 러시아 내 핵발전소를 건설·관리하는 아톰에네르고프롬(Atomenergoprom), 핵무기 콤비나트, 원자력연구소, 원자력안전청 등이 그에 해당한다.


핵발전소를 짓고-소유하고-운영하는 수출 모델

“원자로 통제기반 없는 국가에 이상적” 홍보


로사톰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부터 러시아 자국 내 핵발전소 수주가 급감함에 따라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2018년 기준 방글라데시, 인도, 터키 등에 진출했으며 따낸 계약만 33개, 규모는 1300억 달러에 달한다.

로사톰은 이 새로운 시장 진입을 위해 자산 보유와 원자로 운영 전체 핵사이클 제공이 가능하다고 홍보해 왔다. 필요하면 사용후핵연료도 처분해 준다는 것(Build-Own-Operate = BOO)이다. 러시아는 이 방식이 원자로를 적절히 통제할 기반시설이 없는 국가들에게 이상적이라고 마케팅 한다.

로사톰은 BOO 제도를 통해 2030년까지 80기의 원자로 해외 주문 수주를 계획했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로사톰의 계획에 대해 경제적 타당성을 의심한다. 로사톰이 국가자금을 받더라도 정부가 그렇게 많은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로사톰이 불가리에서 BOO 계약을 완수하는 데 실패한 것은 그 모델(BOO)이 직면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일반적인 문제를 조명한다. 로사톰은 불가리아 벨레터 지역에 2기의 원자로를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2008년 계약이 체결됐으나 불가리아 정부는 로사톰의 정확한 정보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계약을 취소했다.


대상 국가

주 요 내 용

몽골

2018년 2월 로사톰과 몽골 원자력위원회가 몽골에 원자력 과학기술센터 건설을 위한 양해 각서(MOU) 체결. 몽골은 우라늄 자원은 풍부하지만 핵발전소는 보유하고 있지 않음.

수단

2018년 3월 러시아와 수단은 2019년 중반부터 수단의 최초 핵발전소 건설 착수를 위한 협정 체결함.

터키

2010년 러시아와 터키 양국은 터키에 악쿠유 핵발전소(1200MW급 원자로 4기) 건설 협약 체결함. 로사톰이 BOO(건설, 소유, 운영) 방식으로 이행할 계획.

방글라데시

2011년 2월 로사톰과 방글라데시 원자력위원회가 1000MW급 원자로 2기 건설 협정 체결함. 방글라데시 룹퍼(Rooppur) 핵발전소 1호기는 2023년, 2호기는 2024년 가동 예정임.

중국

2018년 6월 로사톰과 중국은 수다바오 핵발전소와 타이완 핵발전소 각각 원자로 2기씩 건설하는 협정 체결함.

프랑스

2018년 6월 로사톰과 프랑스 EDF社가 혁신적 협력개발에 대한 양해각서 체결. 첨단기술 개발, 에너지 저장, 고속 중성자 원자로에 대한 모델링 등에 관해 협력한다는 내용임.

르완다

2018년 6월 로사톰과 르완다 인프라자원부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함.

우즈베키스탄

2017년 12월 로사톰과 우즈베키스탄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협력협정 체결함. 2018년 6월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는 핵발전소 건설을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 합의함.

자료 출처 :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원전시장 인사이트> 2018. 08. 10


2030년까지 국제 원자로 80기 수주 목표


러시아는 2018년 8월 기준 총 37기의 원자로를 가동(총 발전용량 28,961MW)하고 있으며, 총 6기의 신규 부유식 해상 핵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로사톰은 2012년 평균 25만6400명을 고용했다고 발표했다. 로사톰의 2012년 세전 이자지급전이익은 약 1408억 루블(34억9천만유로)이었고, 이 중 1199억 루블은 국가예산으로 지원받은 것이다. 로사톰에 따르면, 러시아 인구의 44%가 핵발전 개발을 지지한다고 한다.

로사톰은 조달계약과 외국 발전소 소유권을 통해 국제적 확장을 추구해 왔으며, 때로 이 둘을 BOO 모델로 결합했다. 로사톰의 야망은 2030년까지 80기의 국제 원자로를 주문받는 것이다.

로사톰은 핵발전 외에도 유럽 원자력산업체에서 사용되는 우라늄의 27%를 포함하여, 전세계 핵연료 공급의 1/5를 차지한다.

러시아의 민간 핵 함대(fleet)는 33기의 가동 중 원자로로 구성돼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미국, 프랑스, 일본을 잇는 세계 4위 핵 국가다. 로사톰은 핵발전 사업체로만 따지면 프랑스 전력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자로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가 로사톰에 제공하는 국가보조금


러시아의 핵발전 비용은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되는데, 이는 회사(로사톰) 비용의 상당 비율을 국가 자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로사톰은 직접적으로 받는 보조금 외에도, 간접 보조금 수혜를 받는다. 예를 들어, 핵발전소 건설을 위한 토지 이용에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다. 또한 액체핵폐기물을 유리처리법이나 다른 기술을 사용해 처리하는 대신, 지하 주입(underground injection)을 통해 처분함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지하 주입 방식은 처리비용은 훨씬 저렴하지만 환경을 훼손시키는 방식이며, 이러한 절감 효과를 제공하는 것이 간접적인 보조금이라고 할 수 있다.

로사톰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음에도 비용 초과와 품질관리, 안전문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몇몇 주요한 부패문제가 뿌리내린 환경을 조성했다.


로사톰 임원과 직원 비리


로사톰과 그 이전 기관들은 심각하고 만연한 부패 문제를 안고 있다. 로사톰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임원 68명과 중간관리자 208명을 부패혐의로 해고했다. 당시 로사톰 부국장은 5천만 루블 횡령 혐의로 체포됐으며, 또 다른 로사톰 고위간부가 핵폐기물 재처리를 위해 추가로 6억 루불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로사톰 몇몇 자회사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국제투명성기구 러시아지부 등은 로사톰 웹사이트에 공식 게재된 200건의 주문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40%(83건) 이상이 러시아 조달기준을 위반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경제신문인 코메르산트 신문의 탐사보도 기자들은 로사톰 자회사의 상무가 시장가보다 몇 배 높은 가격으로 핵폐기물 콘테이너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2011년 12월에는 로사톰 자회사의 구매이사가 1억4천5백만 루블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국내외 원자로에 쓰이는 철강을 저품질, 저가로 사들이면서 공급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다. 이 외에도 칼라닌 핵발전소 노동자들은 전력스위치 중 일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표시되는 등 수많은 결함이 있음을 확인했다.


핵발전소 안전 문제

“자격 있는 직원 부족”


러시아의 칼리닌 핵발전소 4호기는 로사톰이 러시아에 건설했다. 칼리닌 4호기는 2011년 10월 20일 첫 임계를 시작, 11월 15일부터 2012년 1월 15일까지 1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4호기는 가압기 수준 감소로 원자로 긴급 정지, 1차 순환펌프 이상 등으로 가동 정지됐다. 2011년 11월 26일에는 핵발전소 내부 수소폭발이 발생했으나 피해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로사톰의 내부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 주된 원인으로 “자격 있는 직원 부족으로 인한 전체적으로 낮은 유지보수 품질”을 언급했다.


러시아의 마야크 핵재처리공장 근처의 무슬리모바 마을은 방사능에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이 마을은 핵 재처리 공장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이 공장은 원래 핵무기 공장이었지만 지금은 재처리 시설이다. 사진 제공 : 그린피스


노동자들 노동조건 열악

2006년 로사톰에는 약 5천 명의 전문 건설인력이 있었으며, 이는 새 원자로 건설을 위한 야심찬 프로그램을 채우기에 턱없이 적은 수였다. 로사톰은 2012년까지 건설 직원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이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적은 임금을 받는 옛 소련 공화국 출신 이민자였다. 레닌그라드 지역 시민단체에 따르면,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노예 노동을 연상시키는 생활환경에 시달렸다. 그들은 비위생적이고 추운 막사에서 살았으며, 매우 낮은 임금을 받았고, 로사톰 장교는 자주 그 노동자들의 여권을 압수하여 건설현장을 떠나지 못하도록 했다.

2010년 7월, 러시아 검찰과 원자력규제기관은 레닌그라드 소소노비보르 핵발전소 건설현장 노동조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 점검 중 화재 안전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등이 있었다. 법원은 로사톰이 이러한 문제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에, 2010년 12월 29일 검찰 요청에 따라 작업을 일시 중지시켰다. 그러나 다시 가동을 시작한 2011년 1월에 1호기 건설지의 철근 구조물이 강풍으로 인해 붕괴됐다. 다행히 현장 감독은 구조물이 작업자들을 덮치기 전에 작업자들을 대피시켰다. 2011년 7월에는 600~800톤의 격납고 철근 케이지가 콘크리트 골조 위에 떨어졌다. 운 좋게도 작업자들은 당시 점심시간이었고 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이 사고로 전체 구조물을 교체했으며, 추가 비용과 1년 정도의 건설 지연을 야기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실패와 주민들 피해


구소련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위해 1940년대 광활한 영토를 할애해 수많은 폐쇄 핵도시를 건설했다. 이 시설은 수십만 명의 죄수 노동자들을 동원해 절대 기밀 하에 지어졌다.

마야크는 1976년 이래 러시아 국내외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고 재처리해왔다. 마야크에서는 매년 약 1톤의 상업용 원자로급 플루토늄이 분리된다. 원자로급 플루토늄은 모든 수준의 정교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으며, 매년 마야크는 250~400대의 핵무기를 제조하기에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한다.

터키와 헝가리에 로사톰이 공급하기로 계획한 원자로 운영 후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마아크로 보내질 예정이다. 로사톰은 재처리가 처분의 대안으로 친환경적이라고 옹호해왔지만, 재처리는 러시아를 세계에서 원자로급 플루토늄 비축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로 만들었다. 이는 끔찍한 환경적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사용후핵연료 1톤을 재처리하는 데에 4만5천 리터의 액체 고준위방사성 폐기물 발생, 15만 리터의 액체 중준위방사성폐기물, 그리고 200만 리터의 액체 저준위폐기물을 발생시킨다.

마야크에서는 1957년 고준위방사능 액체 탱크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일명 키시팀 사고). 이 사고로 저장조에 들어있던 스트론튬-90 등 방사성물질 7만4천조 베크렐이 1천미터 상공까지 분출했고, 바람을 타고 광범위한 지역에 비산됐다. 이는 체리야빈스크 등 강 하류 도시를 폭 30~50킬로미터, 길이 300킬로미터에 걸쳐 오염시켰고, 3만4천명이 피폭됐으며 23개 거주지역 1만여 명이 대피했다. 당시 구소련은 약 30년 동안 이 사실을 기밀로 묶어놓았다. 그 지역 500만 명의 주민들은 반복된 사고와 핵폐기물 방류 등으로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보다 20배나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됐다. 마야크 핵재처리 공장은 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 정제, 가공하는 공장이었으며, 5개의 원자로가 이곳에 건설되었다.

마야크 핵재처리공장은 1949년 4월부터 1951년 11월까지 고준위핵폐기물을 테차강에 방류했다. 뿐만 아니라 1967년 극심한 가뭄으로 호수 바닥이 마르면서 방사능 오염물질이 바람으로 인해 비산돼 40만 명이 피폭당했다. 호수 바닥에 쌓인 방사성 물질은 1957년 폭발사고의 결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가 핵폐기물 책임지겠다?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장 없는 러시아


전세계 핵산업계 공급자와 운영자가 풀지 못한 중대한 문제가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문제다.

소련 붕괴 이후로, 그를 이은 러시아 정부는 유럽과 아시아의 핵발전소 운영자들로부터 최종 재처리할 사용후핵연료 수입 계약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러시아가 사용후핵연료를 자국 내로 들여와 처리하려면 사용후핵연료를 냉각시킬 저장부지와, 마야크까지 운반하는 과정에 위험이 따른다. 운송 루트에 따른 주민 다수의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도 있다.

2003년 헝가리의 팍스2 원자로에서 발생한 3등급 사고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러시아에 보내는 계획을 세웠다. 그린피스 헝가리지부는 종보청구를 통해 그 사고에서 나온 손상된 사용후핵연료 집합체가 러시아의 마야크에 수송된 것을 확인했다. 이 수출된 방사성 폐기물의 소유권이 로사톰의 자회사 TVEL로 이전되어야 한다는 것이 명확해졌으며, 발생한 폐기물을 헝가리로 반환활 가능성은 없으나, 유럽연합 지침 하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 유럽연합 지침은 사용후핵연료 소유권 이전은 검증되고 작동 가능한 최종처분장이 있을 경우에만 허락한다. 러시아에는 최종처분장이 없다.

또한 로사톰과 핵발전 계약을 맺게 되면 에너지 독립과 안전을 달성하는 게 아니라, 수입 우라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용석록 기자

탈핵신문 2019년 4월호(65호 _ 복간준비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