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부흥운동 일환 학교와 행사장 등에 배포
반핵단체와 피해주민 강력대응 못하는 현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 실태와 현재 상황을 제대로 알리기는커녕 오히려 대대적으로 후쿠시마 안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본 반핵단체를 비롯해 방사선 피해를 염려하는 시민들은 강력한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는 전국의 흩어진 후쿠시마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 피해 입은 후쿠시마 현 내 농수산물 생산자들의 생존권 침해 우려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일본 반핵단체인 원자력자료정보실 등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피해 은폐를 목적으로 만든 소책자 <방사선의 진실>(부흥청)과 <방사선 부독본>(문부과학성)의 회수를 요구하고 있다. 탈핵신문은 이 문제를 다룬 원자력자료정보실 활동가 가타오카 료해이 씨의 글을 소개한다. 지면 관계 상 일부를 요약했다. - 역자 주
‘방사선의 진실’은 제목일 뿐, 내용은 거짓말투성이
부흥청은 2018년 3월 소책자 <방사선의 진실>(A5크기, 30쪽)을 발간, 2018년 11월까지 전국 학교 관련 행사, 후쿠시마 현 내외 이벤트 등에서 약 2만 2천부를 배포했다. 이는 후쿠시마 부흥 추진, 후쿠시마 안전 캠페인이 주된 목적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간한 <방사선 부독본>(초등과 중고등학생용)
소책자에는“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건강 피해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방사선으로 인한 갑상선암은 후쿠시마 현에서 대량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현내 주요 도시 방사선량은 감소했고, 고향으로 돌아간 주민들은 일상생활을 점차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반발한 시민단체들은 작년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소책자 회수를 정부에 요구했다. 부흥청은 “사실과 다른 점이나 과학적이지 않는 내용은 쓰지 않았다”며, 소책자 회수를 거부하고 있다.
소책자에는 핵발전소 사고로 생활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고달픈 생활이나, 그 책임이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과 정부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 아무 언급이 없다. 오히려 부흥청은 소책자를 통해 “후쿠시마 사람들이 정작 힘들어 하는 것은 방사선 피해가 아니라, 국민들의 방사선에 대한 과학적 지식 부족과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착각과 오해”라며,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저선량은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 강요
성공적인 도쿄올림픽과 관광객 유치 등이 목적
문부과학성도 작년 10월 <방사선 부독본> 개정판(A4판, 22쪽)을 발간했다. 2011년 문과성 연구개발국 예산 약 2억 엔을 투입해 작성된 초판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와 주민센터 등에서 배포했다. 2014년 첫 개정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개정판이다.
책은 “방사선은 의료 기술로서 유용하다”며, “100밀리시버트 미만의 피폭으로는 상대적 리스크는 검출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저선량 피폭으로 인한 건강 피해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잘못된 해석을 독자에게 강요하고 있다.
‘제2장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부흥의 발걸음’내용에는 현재 후쿠시마현 내 공간 선량이 감소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는 후쿠시마를 포함한 주변 오염지역은 현재도 방사선량이 높고 제염되지 않는 산림과 고선량 핫스팟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후쿠시마 지역의 부흥과 재생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는데 힘을 쓰는 반면, 피난지시 해제 이후 돌아온 주민들 대부분이 고령자이며 방사선 피폭을 염려한 젊은 세대는 귀환을 꺼리고 있다는 점은 소개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 기관들이 이러한 소책자를 계속 발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0년 도쿄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후쿠시마의 ‘부흥’이 완료되었다는 것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방사능 피해는 모두 수습되었다고 홍보하고, 후쿠시마 현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의 유통과 소비를 촉진하고, 학교 수학여행 등 관광객들의 후쿠시마 방문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사고로 인한 피폭 피해와 건강 위험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진정한 의미의 후쿠시마 부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피폭 리스크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두 소책자의 회수를 강력히 요구한다.
가타오카 료해이 일본 원자력정보실 활동가 씀
번역과 정리 :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9년 4월호(65호 _ 복간준비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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