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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핵진영 동향

찬핵진영에 ‘녹색, 기후변화, 친환경’ 단어 등장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한참이던 2017년 가을,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은 ’태양광 중금속 의혹‘을 제기했다. 태양광 패널에 카드뮴 같은 유해 중금속이 많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보수 언론은 일제히 이 사실을 보도했고, 태양광 중금속 논란이 시작되었다. 이후 미국 찬핵 단체 ‘환경진보’의 블로그에 실린 기사를 인용해 ‘태양광 발전이 핵발전보다 300배 이상 독성 폐기물을 발생시킨다’는 내용을 보도를 이어갔다. 이와 같은 내용이 확산되자 일부 지역에선 ‘중금속 오염’을 이유로 태양광 발전소 반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우리나라 태양광에는 카드뮴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찬핵 진영의 태양광 중금속 논란은 조금씩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일부 보수 언론은 ‘태양광 발전으로 인한 ’산림파괴, 자연재해에 취약한 태양광 발전, 값비싼 재생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발전에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면서 재생에너지를 공격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이런 흐름이 올해부터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 1월 14일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주최 심포지엄에 참여한 자코포 본조르노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원자력과학 및 공학부 교수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발전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에 핵발전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게 현명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발전을 배제하고 탈탄소화를 진행할 경우, 발전단가가 지나치게 늘어난다며, 핵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론적으로 기후변화의 대안으로 핵발전을 언급하는 것은 다른 원자력공학과 교수들과 다르지 않은 주장이지만,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이 함께 가자는 주장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던 발언이다. 이후 이와 같은 발언은 국내에서도 나왔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 2월 12일 매일경제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탈원전 반대 여론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반대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며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함께 가야 하는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최근 찬핵 진영이 ‘기후변화 대안, 녹색, 친환경’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태양광 중금속 논란처럼 찬핵 진영이 ‘가짜뉴스’를 배포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명백한 거짓을 유포시켜 재생에너지를 공격하기보다는 ‘환경을 살리는 원자력’으로 이미지를 바꿔가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대만 국민투표에서 찬핵진영이 ‘이핵양록(以核養綠 - 핵발전으로 녹색을 키운다)’는 강령을 썼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핵산업계 이해관계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부정적인 공격보다 ‘녹색 원자력’의 이미지가 국민에게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대만 원자력계는 판단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생태계 파괴’와 같은 핵산업계 내부 목소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내년 대선까지 찬핵 진영이 주장을 이어갈지 더욱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탈핵신문

2019년 3월호(복간준비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