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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을 평가 한다


편집자 주 : ‘탈핵신문 진로모색 및 발전위원회’가 지난 8월 10일 서울역 공항철도 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을 평가한다! _ 탈핵운동과 탈핵신문의 방향 모색> 집담회를 열었다. 이날 집담회는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았으며, 발제 내용과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탈핵운동과 탈핵신문의 방향 모색 집담회]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을 평가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통령 선거 기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집을 통해 ‘40년 후 원전 제로 국가 탈원전 로드맵 수립 _ 노후원전 폐쇄 및 신규 건설 중단, 재생에너지 비율 2030년까지 20% 달성’을 국민들과 약속했다. 이행 기간은 “2017년까지 제도정비, 2018년까지 개정완료 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신고리 5·6호기를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에 따라 건설 재개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공약으로 약속한 “40년 후 원전 제로”는 지키지 못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10월 발표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은 “원전의 단계적 감축”이다. 문 정부가 2017년 12월에 확정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은 신규원전 6기 건설 백지화(천지1·2호기, 영덕 1·2호기, 신한울 3·4호기), 노후 10기 수명연장 중단, 월성1호기 공급 제외를 반영했으며, 신한울 1·2, 신고리 4·5·6호기 운영을 반영했다. 문재인 정부는 ‘제3국 원전 수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탈핵신문 진로모색 및 발전위원회’가 지난 8월 10일 서울역 공항철도 회의실에서 집담회를 열었다. ⓒ용석록



문재인이 넘지 못하고 있는 고착


진상현 교수(경북대 교수, 탈핵신문 자문위원)는 <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의 의의와 경로의존성>이라는 제목으로 문재인 정부를 평가했다. 아래는 진상현 교수의 주 발제 내용이다.


진상현 : 얼마 전 정부는 폭염에 따른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세 완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연내 산업용 산업용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가 정말 탈핵정부라면 전기요금 정책 바꿔야 한다. 전기요금 틀 바꾸지 않으면 재생에너지도 탈원전도 안 되는데 그걸 안 하고 있다. 이것은 기존의 경로에 고착화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인사와 조직을 살펴봐도 문재인 정부의 고착화가 확인된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원자력 진흥을 위해 만든 조직인데 문재인 정부는 이 조직을 이름만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으로 바꿨다. 재단에는 소위 탈원전계 인사가 들어갔는데 있을 필요가 없는 조직을 왜 유지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임기 내에 조직에 들어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지 몰라도, 정권 바뀌면 예전과 똑같은 칼로 쓸 수 있다.


핵발전소가 지어지고 있고, 전기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정책들이 고착화 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활동가들이 현 정부 주요 조직에 들어갔어도 전기요금에 대해 이야기도 못하고 있다. 1년 동안 체크한 결과가 문재인 정부는 전기요금 고착화, 경제산업구조 고착화를 못 벗어나고 있다.



탈핵은 없고 에너지전환만 남은 현실 심각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탈핵신문 진로모색 및 발전위원회 위원장) 대표는 <향후 탈핵운동 전망 및 탈핵신문의 방향에 대한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이헌석 대표가 발표한 내용을 정리했다.


이헌석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거치면서 탈핵진영은 적지 않은 내홍을 겪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간 쟁점이었던 탈핵이슈(영덕, 삼척 핵발전소 건설 백지화,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폐쇄 등)가 줄어든 면도 있다. 핵재처리실험, 고준위핵폐기물, 핵발전소 수출문제 등은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다.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나 핵폐기를위한전국네트워크 등 현안과 이슈를 중심으로 연대체가 구성되고는 있으나 전국적 파급력이나 이슈 장악력이 아직은 미흡해 보인다.


반면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흐름은 시민사회와 정부, 지자체, 민간기업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탈핵과 에너지전환’은 권장할만한 일이나 탈핵은 없고 에너지전환만 드러나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선언과 행정계획에 그쳐 언제라도 뒤집어 질 수 있는 것들이다. 에너지전환 실현으로 완전한 탈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탈원전 반대’ 진영이 점차 공고해지고 있으며, 이는 문재인 정부 임기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핵 정부인가


하승수(사회자) :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황대권(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 대표, 탈핵신문 칼럼진) : 현 정부가 얼마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 자리에 박근혜정부 시절의 대표적 친원전 인사를 임명했다. 문재인정부가 적폐세력을 주요 자리에 앉히는 것이 사람이 없어서인지 핵마피아 세력에게 밀려서인지 이걸 정확히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의지박약이라면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 핵마피아 세력이 여전히 세다면 그들을 향해 진용을 짜야할 것이다.


이헌석 : 대표적으로 산업부장관, 한수원 사장, 한전 사장 등이 주요 요직인데 사람이 없는거냐, 의지가 박약한 것인가를 두고 볼 때 둘 다인 거 같다. 의지박약일 수도 있고 내부에 움직이는 하나의 힘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용어를 이미 폐기했다. ‘에너지전환’이라는 용어로 이를 변경했는데 아이러니하게 원자력계는 계속 ‘탈원전’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윤종호(탈핵신문 편집위원회 위원장) : 탈핵이라는 용어에 함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탈핵은 개념적으로 핵을 벗어나자는 것이기에 결국은 반핵과 에너지전환 개념이 있는 것 같다. 에너지 수요관리, 에너지원의 전환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 상황에 문재인 정부를 ‘탈핵 아니다’라고 규정할 것인가, ‘탈핵 맞다’고 할 것인가. 엄밀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 탈핵 개념은 조속탈핵과 즉각탈핵이 있을 수 있는데 과연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김현우, 윤종호, 박현주, 황대권, 안재훈, 이헌석 집담회 참석자. 맨 오른쪽은 하승수 사회자


이헌석 : 지금까지의 (문재인 정부 이전) 탈핵운동은 찬핵 정부에 대한 반정부 투쟁이었다. 나는 탈핵운동이 타켓을 분명히 해서 핵산업계에 전면적인 싸움을 걸어야 한다고 본다.


윤종호 : 그렇게 본다면 상당히 논쟁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문재인정부의 약한 탈핵도 단순히 결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 논의에 있어서 여전히 정부는 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헌석 : 힘과 힘이 맞붙어 싸우면 올(All)과 낫싱(Nothing)은 없다. 항상 20%탈핵, 30%탈핵이 있을 뿐이다. 저 논리대로라면 즉각 탈핵이 아닌 이상은 어떤 정부도 핵발전소를 멈추고 폐기할지라도 가짜탈핵이 되는 것이다.


윤종호 : 한수원과 핵산업계와도 힘과 역량이 되면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힘과 역량이 되는가.


하승수 : 현 정부는 임기 내 정권 차원에서 할 일을 대체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정부는 선언이라도 탈핵을 말했는데 차기정부는? 이헌석 대표는 그런 의미로 핵산업계와 싸워야 한다고 말한 걸로 보이는데 이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해보자.


안재훈(환경운동연합 국장) :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것은 바뀔 수 없다고 본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가 어느 정도 하면 잘했다고 할 것인가. 만약 신고리 5·6호기 백지화까지 했으면? 그렇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더하라고 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전기요금 논란 보면서 지난 신고리5·6 공론화 때 보다는 낫다. 신고리5·6은 정부는 빠져 있고 탈핵진영과 핵산업계끼리 싸웠다. 지금은 거꾸로 우리는 잘 못 싸우고 있는데 정부가 싸우고 (잘못하고 있다고 보지만) 있다. 그 구도를 깨서 민주당과 청와대는 왜 탈원전 못가냐면서 ‘너희는 우리의 적이다. 너희랑 싸울거다’라고 할 것인가. 현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앞으로 어떻게 운동 판을 짤 것인가에 주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양기석(탈핵천주교연대 집행위원장) : 많은 사람들이 신고리5·6호기 공론화 때도 그랬는데 ‘노무현꼴 안 나게 문재인 건드리지 말자’는 걸 밑에 깔고 있는 거 같다. 특정 정치세력에 문제제기할 전선을 애시당초 축소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핵산업계는 정부정책 때문에 유지되는 것인데 우리가 왜 특정산업계와 싸워야 하나. 끊임없이 정부에 문제제기하는 기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필요하다. 소위 여론(지지도) 추이를 중요시 여긴다면 신경 쓰게 만드는 역할을 더 키워야하지 않을까. 나는 가능하다면 즉각탈핵 주장하고 싶다. 좀 더 강하게 탈핵운동하고 정책을 입안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탈핵운동이 되면 좋겠다.


윤종호 :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이유는 다음 탈핵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는 탈원전 표현 안 쓰고 에너지전환이라고 말하는데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정부는 돌파구를 다른 에너지를 통해서 찾고, 탈핵과 관련된 세팅은 끝냈다고 본다. 이 정부에 대해 잘하니까 지켜보자고 할 것인가, 부족하지만 비판적지지를 할 것인가, 비판적공세를 취할 것인가, 전면공세 취할 것인가로 판단과 의견을 나눠봤으면 한다.


김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탈핵신문 필진) : 2040년 탈핵이나 2082 탈핵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더 많은 수준의 바람이 있을 것이다. 전력예비력, 전력공급, 백업전력 등 분석해서 5년마다 점검할 수 있는데 중기목표를 탈핵진영 어디선가 해야 하는 게 아닌가싶다. 그럴 때 2030 탈핵 그림도 그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신고리 5·6호기 건설해도 개통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전기요금 갖고 장난치지 말고 과감하게 전력예비율 낮추는 등 에너지전환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요구 안하니까 정부에 의탁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양기석 : 일이 잘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할 때 공론과정의 여러 흐름들이 위험하다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분열주의자라고 비판하더라. 그러면서 실질적으로는 조속한 탈핵이 아니라 활동했던 이력만 가져가고 그걸 또 다른 자리 차지하는 데 이용하기도 한다. 탈핵진영 안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되 협력도 하고 대립도 하면서 꾸준히 탈핵운동을 해나가야 하는데 왜 꼭 통일된 선택지를 강요하는가. 우리가 뭘 모색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그 공유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이냐 아니냐는 중요치 않다

지금시기 우리 운동의 탈핵로드맵을 짜야


최수미(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공동대표) : 문재인정부가 탈핵이냐 아니냐를 말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대만의 경우 독재정부였으나 정부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시민들을 향해 직접적인 목소리를 냈고, 정부 지지자도 내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이 좋았다. 고리1호기를 박근혜 정부 때 중단 결정했다고 해서 박근혜가 탈핵정부였나? 그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정확하게 우리(탈핵진영) 역량만큼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삼척이든 영덕이든 주민들이 투쟁해서 이긴 거고 문재인 정부는 그걸 받아 안은 것에 불과하다. 정치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고, 가장 핵심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싸워야 한다. 우리는 원자력계나 정부와도 싸워야 하지만 그게 우리의 핵심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부의 탈핵로드맵이 아니라 지금시기 우리 운동의 탈핵로드맵을 짜야한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진상현, 양기석, 최수미, 오하라 츠나키 집담회 참석자 



박현주(탈핵신문 대전통신원) : 환경이나 노동, 생태, 평화 관련해 노무현 정권 내내 싸웠다. 문재인 정부도 그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내에서 양분된 탈핵진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안에서 보수화를 어떻게 막아낼 것이고 어떻게 같이 싸울 것인가. 그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승수 :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하나로 정리되지 않고 한 가지로 규정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이쯤에서 탈핵운동의 방향, 탈핵운동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이야기를 나눠보자.


진상현 : 티비 토론 등을 체크하고 하는데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해 정권이 국민수준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에 동의한다. 국민들은 정말 탈핵 원하나? 전기요금 올려도 되나? 설문조사는 된다고 하지만 현실은 돈 낼 의지가 있는지? 이 정부는 그걸 설득 안하고 넘어간 것이라서 한계를 보이고 있고,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다면 이슈나 사안별로 싸울 것도 있고 합의해나가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양기석 : 가톨릭계 방송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대통령이 탈핵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탈핵운동을 하느냐”는 질문을 들었다. 심지어 시사프로그램조차 핵발전소 다 멈춘 거 아니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도 있었다. 핵발전소 멈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 마치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 다시 분위기 만드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윤종호 : 탈핵운동의 과제와 전망은 한번으로 도출 못하고 차후 이런 이야기를 더 만들면 좋겠다. 우리 상황을 짚어보는 게 필요하다. 약한 탈핵이기 때문에 우리불만이 있다.


김현우 : 지금이야말로 탈핵신문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혼란스러운 생각을 펼쳐내고, 이후 문재인 정부 평가 공개토론회를 제안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정리 = 용석록 객원기자

탈핵신문 2018년 12월호(복간준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