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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문재인 정부와 탈핵운동,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가?

노동당과 함께 하는 탈핵 시민광장참관기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발표를 3일 앞둔 지난 1017() 서울여성플라자에서는 노동당과 함께 하는 탈핵시민광장, ‘문재인 정부와 탈핵운동,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가?’가 열렸다. ‘핵을 넘어 평화사회로라는 부제를 달고 노동당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당원과 시민 등 20여 명이 참석해서 2시간 반 동안 열띤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이후 탈핵운동 전개에 대한 메모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한 이헌석 대표(에너지정의행동), 이번 공론화를 통해 찬핵·탈핵 진행 모두 설득의 문법을 바꾸어야만 했다는 점에서 초유의 상황이었음을 지적했다. 지금까지와 달리 건설 재개측은 매몰비용등 주로 네거티브 전술과 감정적 접근을, 건설 중단측은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강조하거나 차분하고 논리적인 접근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자체는 진일보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건설 중단측은 핵산업의 애국주의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못했고, 이는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향후 과제로 남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19일 고리1호기를 폐쇄하면서, 전격적으로 탈핵을 선언했다. 그리고 한 달 남짓 후인 724일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물론 탈핵진영은 그 한 달 동안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했다. 하지만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공론화위원회 참여를 준비하기 위해, 한 달의 시간이 충분했는지는 비판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이헌석 대표는 또한 신고리5·6호기 공론화가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었음을 지적했다. 한빛4호기 안전성 문제나 신고리4호기와 신한울1·2호기 등 신규 핵발전소 문제 등을 덮어버린 것이다.

 

이어 이광우 기획실장(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삼척시의원)‘2079 탈핵을 어떻게 볼 것인가? 탈핵운동진영의 고민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 실장은 먼저 신고리5·6호기의 건설을 중단하고, 신고리4호기와 신울진1·2호기 건설 중단 여부는 사회적 합의로 결정하겠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지역주민과의 합의를 상기시켰다. 촛불혁명은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약을 이행할 민주적 권한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약속을 저버렸다. 건설을 중단하겠다던 신고리5·6호기는 공론화로 넘기고, 정작 사회적 합의로 결정하겠다던 나머지 3기의 신규 핵발전소는 가동을 기정사실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의원은 탈핵진영이 공론화라는 의사결정 과정에 지나치게 낭만적인 자세로 임한 것이 아닌지 반문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론화 위원회 결과 발표 이후 탈핵운동진영의 활동 방향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핵발전소를 짓지 말자는 운동을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핵발전소를 폐쇄하자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태옥 사무처장(원불교환경연대)탈핵의 이유는 차고 넘친다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원불교는 무척 힘겨운 상황에 처해있다. 원불교 양대 성지에 각각 핵발전소 6(영광)와 사드(성주)가 자리 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원불교환경연대가 지금 당장 탈핵, 모든 핵에 반대를 외치는 이유이다. 이 처장은 문재인 정부의 2079년 탈핵이 거짓탈핵임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얼마 전 보도된 8차 전력수급계획 초안에는 113GW(기가와트)에서 100.5기가와트로 수요예측치를 하향 조정했다. 따라서 단 하나의 핵발전소도 추가로 지어야할 이유가 없다. 또한 올 여름 전력예비율은 16~20%에 달하며, 가스발전소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이다. ‘핵발전은 싸다는 신화 역시 조작된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정보청이 균등화발전단가를 적용해서 전망한 2020년 발전원별 단가는 MW(메가와트) 당 핵발전 99.1달러, 석탄 140달러, 가스 56.5달러, 태양광 66.7달러였다.

 

김현우 연구부소장(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탈핵, 과정과 성격이 더욱 중요생태문화사회를 향한 더 과감한 주장과 걸음 필요할 때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부소장은 먼저 신고리5·6호기 백지화 또는 재개 논의 외에, 신고리4호기, 신울진1·2호기 등 신규 3기의 가동 문제를 시급히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고리5·6호기 건설이 취소된다 하더라도 이 세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면, 탈핵은 앞으로 60년이 더 걸리며 고리1호기 5~6개 분량의 핵발전소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완공을 하더라도 핵연료 장전을 미루고, 수 년 동안 가동 개시 여부를 재검토하는 진정한 탈핵정책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계적으로 탈핵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따라서 이제는 어떤 탈핵인지 어떤 에너지전환인지 물어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도 공기업과 민간 부문 그리고 시민 영역의 적절한 역할 배분과 협력이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변화가 국가 독점의 중앙집중형 체제에 머물거나, 대기업들이 이윤과 성장 위주로 에너지 시장을 분점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면, 에너지전환의 의미는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발표는 이경자 부대표(노동당)문재인 정부의 탈핵운동, 원칙부터 확인하자!’는 주제로 진행했다. 이 부대표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정부에게 신규 핵발전소 전면 중단 선언, 이에 기반을 둔 탈핵로드맵 수립을 촉구하자. 둘째, 탈핵로드맵 수립이 전제되지 않는 한, 정부의 어떤 일정도 공론화 과정에도 응할 수 없음을 강하게 표출해야 한다. 진정한 탈핵 원년을 위한 탈핵로드맵을 새로 짜고, 이에 근거해서 가동 중인 핵발전소의 수명과 고준위 핵폐기물의 총량을 확정해야 한다. 셋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을 요구하고, 반핵 평화운동을 벌여야 한다. 핵발전소는 핵무기의 다른 외양일 뿐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상훈(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탈핵신문 2017년 11월호 (제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