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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일본이 다시 빠진 핵발전의 늪, 선거제도 때문!

하승수(변호사)


지난 1022() 일본의 중의원(하원에 해당한다) 총선이 치러졌다. 이번 선거에서도 아베 총리의 자민당-공명당 연립여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얻었다. 전체 465석의 국회의석 중에서 313석을 차지했다. 전체 의석의 무려 67.31%를 차지한 것이다.

 

이 선거결과는 일본의 ‘탈핵’에도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의 압도적인 의석점유율을 바탕으로 핵발전 부활정책을 더욱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측은 2030년 일본의 전력생산량 중 20~22%를 핵발전을 통해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것을 위해서는 일본의 핵발전소 30개 정도가 재가동을 해야 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직후에 잠깐 탈핵의 길로 가는 듯한 일본은 다시 거꾸로 된 길을 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선거결과가 일본유권자들이 선택한 결과는 아니다. 이것은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가 낳은 결과이다. 이번 중의원 총선에서 일본의 야당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핵발전소를 줄이겠다는 것을 정책으로 채택했다. 1야당이 된 입헌민주당은 물론이고, 보수성향이 강한 ‘희망의 당’도 탈핵을 정책으로 내세웠다. ‘희망의 당’ 대표인 고이케 유리코는 그의 정치적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고이즈미 전 총리처럼 ‘보수지만 탈핵’ 입장이다.

 

또 다른 보수정당인 일본유신회도 장기적으로는 탈핵을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일본공산당도 탈핵이고, 사회민주당도 탈핵이다. 그러니까 자민당-공명당 연립정권을 제외한 일본의 야당들은 대체로 탈핵인 것이다.

 

그리고 이번 중의원 총선에서는 야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이 더 많았다. 정당득표율을 비교해보면, 자민당-공명당의 정당득표율은 합쳐도 45.29%에 불과했다. 반면에 입헌민주당, 희망의당, 일본공산당, 일본유신회, 사회민주당의 정당득표를 합치면 52.90%에 달한다. 결국 탈핵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더 많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 정당들의 의석을 다 합쳐도 465석 중 130석에 불과하다. 의석점유율은 27.96%이다.

 

                                                                  <일본 2017 중의원 총선결과>

정당

득표율

의석

의석비율

자민당-공명당 연립여당

45.29%

313(지역구 226+비례 87)

67.31%

입헌민주당

19.88%

55(지역구 18+비례 37)

11.83%

희망의당

17.36%

50(지역구 18+비례 32)

10.75%

일본공산당

7.90%

12(지역구 1+비례 11)

2.58%

일본유신회

6.07%

11(지역구 3+비례 8)

2.37%

사회민주당

1.69%

2(지역구 1+비례 1)

0.43%

기타정당

1.30%

-

-

무소속

 

22(지역구 22)

4.73%

합계

 

465(지역구 289+비례 176)

 

 

이것은 표심을 왜곡하는 일본의 선거제도가 낳은 결과이다. 일본도 한국처럼 ‘병립형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다. 지역구 따로, 비례대표 따로 뽑기 때문에 ‘병립형’이라고 부른다. 비례대표라는 게 있기는 있지만, 가짜 비례대표제다. 진짜 비례대표제는 전체 의석을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하는 방식인데, 그게 아니다. 전체 465석 중에 176석만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한다. 나머지 289석은 지역구에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다수대표제)로 뽑는다. 그런데 자민당은 지역구 선거에 강하다. 이번에도 자민당은 지역구 289석 중에서 226석을 싹쓸이했다. 지역구에서 자민당을 찍지 않은 유권자들의 표는 대부분 사표가 되었다. 이것이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결과를 낳는다.

 

그래서 일본이 ‘탈핵의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선거제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일본이 독일식 진짜 비례대표제를 택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독일은 지금 한국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부르는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다. 전체 국회의석을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각 정당은 자기 정당이 배분받은 의석안에서 지역구 당선자부터 인정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비례대표로 채운다. 가령 300명 국회의원이 있는데 A당이 20%의 정당득표를 했다면, 일단 60석을 배분받는다. 그리고 만약 A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45명이라면, 그들은 먼저 국회의원이 되고 모자라는 15명은 비례대표 후보로 채우는 방식이다.

 

이런 독일방식이었다면, 45.29%의 정당지지를 받은 자민당-공명당은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해서 집권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야당들 간에 정부구성을 위한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탈핵이 기본방향으로 정해질 것이다. 탈핵을 지향하는 정당들이 국회 과반수 이상 의석을 자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탈핵을 위해서도 선거제도가 중요하다. 일본의 사례가 그것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는 ‘정치개혁 특위’가 구성되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시민사회는 ‘정치개혁 공동행동’이라는 전국적인 연대기구를 만들어서 대응하고 있고, 1111() 오후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2017 정치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밟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1111일 오후에 광화문광장에서 모이자. 탈핵은 탈핵만 원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선거제도를 바꿔야 탈핵의 길이 확고해진다.

 

 

 

탈핵신문 2017년 11월호 (제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