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5·6호기가 공론화를 통해 ‘건설 재개’로 결정이 되었다. 471명의 시민참여단은 최종 투표에서 59.5%가 ‘건설 재개’를, 40.5%가 ‘건설 중단’을 선택했다. 한편, 시민참여단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53.2%가 ‘원전 축소’를 선택해, ‘유지(35.5%)’나 ‘확대(9.7%)’보다 높은 지지를 보냈다. 정부는 이러한 공론화 결과를 수용해,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와 탈원전에너지전환 로드맵 등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번 신고리5·6호기 공론화는 탈핵운동 진영에게 아쉬운 결과일 수밖에 없다. 예상보다 큰 차이와 20~30대에서도 ‘건설 재개’ 표가 더 많이 나온 것은 이번 공론화를 더 깊이 있게 돌아봐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위해 노력해왔던 왔던 부산·울산·경남의 탈핵운동가들과 시민들, 밀양 송전탑 피해 주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클 것이다.
정부가 신고리5·6호기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부터 인정하기 힘든 분들도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이행해야지 왜 공론화를 하냐’, ‘완공단계에 있는 신고리4, 신한울1·2의 가동문제, 2079년이라는 탈핵완료 시점, 사용후핵연료 등의 문제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의 문제제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주민의 동의 없이 에너지정책을 결정해온 방식의 변화 그리고 국민이 숙의민주주의 형태로 결정하는 방식을 거부할 명분은 크지 않았다. 이번 신고리5·6호기 공론화는 에너지 정책 결정과정에서 국민 참여방법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동안 소수의 전문가들과 관료들이 밀실에서 결정하던 방식을 넘어서는 선례도 만들었다.
그래도 그 절차와 과정은 되돌아볼 점이 많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지 못했다. 탈핵운동진영의 실력 부족 문제도 있지만, 핵산업계는 인력과 자본, 전문가, 언론, 학계 등 모든 면에서 거대한 힘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은 아니었을까. 특히 보수언론들이 일방적으로 핵발전 쪽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보도를 하면서 탈핵과 신고리5·6호기 중단의 이유들은 잘 전달되기 어려웠다. 정부와 여당도 기계적인 중립을 핑계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점은 정말 아쉬웠다.
탈핵운동진영도 이 문제에 충분히 집중하지는 못했다. 공론화에 대한 입장 차이와 의견을 조정하는데 초기 에너지 소비가 많았으며, 다양한 운동을 펼쳐내지 못했다. ‘건설 재개’ 쪽은 오히려 주민과 노조, 학계, 보수정당까지 합세하여 공론화 안팎의 장에서 공론화 거부부터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 탈원전 반대 등 다양한 운동과 목소리를 냈다.
신고리5·6호기 공사가 재개되어도 남는 문제가 있다. 바로 안전문제다. 신고리5·6호기는 건설허가 심사 내내 논란이었던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고리 핵발전소가 위치한 한반도 동남부에 활성단층을 포함한 핵발전소 부지 최대지진평가도 다시 해야 한다. 다수호기 동시 사고와 사고 시 방사성물질 확산 시뮬레이션을 반영한 방사능방재 계획 마련도 필요하다.
정부는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의 후속 대책으로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아직 착공하지 않은 핵발전소 6기는 폐기하고 노후핵발전소는 수명연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서서히 핵발전소를 줄여나가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는 물론 건설 중인 신고리4호기, 신한울1·2호기를 임기 내에 가동하게 되어 오히려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 핵발전소 개수가 늘어나는 계획이다. 탈핵이라 부르기도 무색할 정도다.
월성1호기 하나 폐쇄하는 계획 말고는 핵발전소 축소 계획은 아예 없다. 전력수급에 큰 문제가 없는 만큼 최소한 신고리5·6호기 분량의 노후 핵발전소들의 조기 폐쇄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에 이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로만 ‘탈핵’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보다 분명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
탈핵신문 2017년 11월호 (제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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