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탈핵도보순례를 마치며
성원기(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 강원대학교 교수)
2013년 6월 6일 시작한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가 여름, 겨울 5년 째 이어지고 있다. 올 여름 순례는 6월 24일 대전핵단지에서 시작하여 27일간을 순례한 후, 8월 26일 광화문에서 정오에 광화문 탈핵미사, 오후 1시 기자회견을 끝으로 275일 4,877km의 순례를 마무리하였다.
탈핵희망도보순례단이 기도하며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 핵 없는 세상이다. 핵 없는 세상은 인류가 탐욕에 눈이 어두워져 창조의 본령인 핵을 깨트려 감당할 수 없는 인공 핵방사능 물질을 무제한으로 만들어온 과거와 현재의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핵발전소 이전의 시대로 회복함을 의미한다.
46억년 지구역사는 1938년 오토 한스의 핵분열 발견 이전과 이후가 달라졌다. 1938년 이전 인류가 행한 모든 과학적 기술적 조작은 분자를 나누어 원자를 만들고 원자를 조합하여 새로운 분자를 만드는데 머물렀다.
지구의 구성 원소는 92개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불과 80년 전에 땅속 깊숙이 묻혀 있던 우라늄의 핵을 분열시키면서 방사능 세슘, 초우라늄인 플루토늄 등 인공 방사능 물질을 만들어내면서 지구의 구성 원소가 늘어나는 엄청난 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핵분열을 통하여 만들어진 인공핵방사능 물질이 불안정하여 안정한 물질로 가기위하여 끊임없이 물리법칙에 따라 자기붕괴를 일으키며 지속적으로 열과 방사선을 방출하게 되면며 핵방사능 물질에 노출된 지구상 모든 생명이 위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자기붕괴는 우주의 균형을 유지하는 4가지 힘인 강한 핵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중력 중에서 약한 핵력에 의하여 발생하며 물리법칙에 따라 반감기의 10배 정도의 시간이 경과한 후에 무해한 수준이 된다.
방사능 세슘의 경우 반감기가 30년이며, 10배인 300년 동안 열과 방사선을 내뿜으며 어떠한 조작으로도 양과 시간을 늘이거나 줄일 수 없다.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중력을 인간이 조절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이 허망한 일이다.
몇 백년, 몇 천년, 몇 만년 일단 핵분열로 불이 붙으면 끌 수가 없다. 그리고 불 붙은 인공핵방사능 물질에 노출되면 생명은 유지될 수 없다. 핵의 위험에서 벗어나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길은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것, 즉 핵발전소라고 불리는 핵방사능 공장을 더 이상 짓지 않고 폐쇄하는 것 밖에 없다.
5년 여 동안 전국을 걸으며 핵 없는 세상을 외쳤으며, 탈핵진영의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간절한 노력들이 촛불혁명을 통하여 결실을 맺어 우리나라는 탈핵을 선언하였으며 에너지정책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제 탈핵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완성해야 한다. 고리1호기를 포함하여 현재의 25기에서 더 이상 핵발전소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탈핵이 아니다. 신고리5·6호기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하여 중단시키고, 거의 준공단계에 있는 신고리4호기와 신한울1·2호기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통하여 가동여부를 국민의 선택에 따라 결정해야한다.
탈핵은 고통이 아니며, 오히려 위험을 벗어나면서도 일자리를 늘리고 국민소득을 증대시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이다. 태양광 발전 전기를 수익이 보장되는 고정가격에 우선 매입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즉각 부활시켜 태양광발전소 설치 가구는 가계소득을 올리고 태양광 모듈 생산, 설치, 보수, 유지 관리하는 중소기업 일자리를 창출하여 내수를 진작시키고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태양광 설치는 기존의 건물 옥상, 주차장 등 활용 가능한 공간을 이용하며 고속도로나 국도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통과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햇빛발전조합에 사업권을 주어 수익이 지역 주민 소득에 연계되도록 하여 에너지정의 뿐만 아니라 분배의 정의도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태양광 설치를 위하여 산지 등을 개발하는 것은 또 다른 자연파괴이므로 규제하여야 한다.
이미 세계 에너지산업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산업으로 전환되었다. 감당이 불가능한 핵방사능 물질을 쏟아내며 사양산업이 된 지 오래된 핵산업을 정리하고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정부가 재생에너지산업에 대한 정교한 제도 개선과 전폭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통하여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가며 탈핵을 완성할 때이다.
▲ 성원기(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 강원대학교 교수)
탈핵신문 2017년 9월호 (제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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