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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창간호> 새로운 도전, 자연에너지 혁명

새로운 도전, 자연에너지 혁명
일본자연에너지정책의 권위자 이이다 데쓰나리 강연요약


고노 다이스케 편집위원

교토대학 원자력핵공학과 출신이면서, 핵발전을 거부하고 일본 자연에너지 정책의 권위자로 활동중인 이이다 데쓰나리 소장(일본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이 자신의 저서 《원전 없는 미래로-출구는 자연에너지다(도요새, 2012)》 한국어판 출판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5월 10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강연한 내용을 요약했다.

일본은 제3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나는 핵발전에 관련된 일을 하다가 90년대에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환경에너지혁명을 보았다. 그것은 일본이나 한국보다 20~30년 앞선 현실이었다. 일본에 돌아와 핵산업계와 에너지정책, 정부와 정치의 뒷면을 보게 됐다. 원자력촌(原子力村, 핵발전 추진세력을 말함. 이이다 데쓰나리 씨가 이름붙임)은 무능하고 대책이 없는 놈들이었는데, 그들이 권위를 내세워서 에너지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는 현실, 그 뒷면의 혼란과 혼돈을 말이다.

후쿠시마는 스리마일과 체르노빌에 이어 세계를 바꾼 제3의 큰 핵사고이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이어 일본에 대량 방사능오염을 가져온 제3의 사건이다. 이번엔 스스로 오염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일본인들은 미래세대와 전 세계에 대해 큰 책임을 지게 됐다. 그리고 일본 역사에서 메이지유신, 제2차대전 패전에 이어 제3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첫째와 둘째 전환기에 나온 것이, 부국강병이 군국주의로 귀착된 일본, 그리고 산업확대와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일본이었다. 그것이 이번 후쿠시마사고로 벽에 부딪쳤다. 이번에야말로 미래지향의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국민여론조사…재가동 반대 65%, 절전하겠다 80%

후쿠시마 사고가 있었던 3월 11일 밤 10시 35분에 총리관저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료에는 이미 멜트다운(노심용융)이 시작됐다고 적혀 있다. 밤 12시 전에 멜트스루(노심용융한 핵연료가 핵반응로를 뚫고 내려간 상태, 편집자 주)의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도, 전문가들도 방사능 비산(飛散)과 오염정보 공개, 피난지시와 요오드제 배포 등 적절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수소폭발이 일어나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방출되어 사람들은 피폭당했다.

이러한 상황이 아직도 계속되는 가운데, 5월 5일에 모든 핵발전소가 멈췄다.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결과, 국민의 반발이 고조돼서 다시 가동시킬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한 것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핵발전소를 당분간 가동하지 않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65%가 핵발전소 재가동을 용납하지 않았고, 80%가 이번 여름을 절전으로 헤쳐 나가겠다고 대답했다. 그것은 실제로 가능하기도 하다.

우리사회의 출구는 재생가능에너지!

이번 여름을 어쩌겠다는 단기적인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에너지의 효율화와 동시에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림으로써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바꿔나가는 일이다. 핵에너지는 물론 화석연료도 언젠가 사용하지 않게 해야 한다. 그것밖에 우리 사회의 출구는 없다. 핵에너지는 경제적으로도 죽어가고 있다. 핵발전소를 수출해서 돈을 벌겠다, 핵산업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아직 20세기형이다. 데이터를 보면 세계적으로 핵발전소 건설비용은 엄청 비싸지고 있다. 게다가 투자위험이 있어 은행이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또 후쿠시마 같은 사고를 보험으로 감당하려면 독일에서 이루어진 계산으로는 1㎾h당 8천엔, 한달 전기요금이 80만엔이나 든다.

제4의 혁명…자연에너지의 폭발적 성장

독일이 탈핵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자연에너지가 (농업혁명, 산업혁명, IT혁명에 이은) 제4의 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자연에너지 전력이 불과 10년 만에  2000년의 6%에서, 2010년에 17%가 됐고, 10년 후엔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2000년의 핵발전과 자연에너지를 합친 것보다 많다. 석유는 피크오일(석유생산이 최고점에 도달하는 시점을 뜻함, 편집자 주)이 현실이 되어 가격이 오르고 있다. 석유와 석탄, 그리고 천연가스 수입비용이 10년 사이에 5배로 GDP의 5% 정도를 차지하게 됐다.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는 경제적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도 계속 비싸지고 있고, 환경부하도 커지고 있다.

한편, 자연에너지는 핵에너지와 반대로, 휴대전화와 마찬가지로 보급되면 될수록 비용이 적어진다. 풍력과 태양광은 증가율 자체가 엄청나다. 풍력은 작년에 4300만㎾, 즉 100만㎾ 핵발전소 43기만큼 늘었다. 누적발전량은 23,000만㎾이다. 핵발전소는 누적 37,000만㎾로 서서히 줄고 있다. 풍력이 지금 수준의 증가율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3년 안에 핵발전을 앞지르게 된다. 태양광도 10년 이내에 핵발전을 앞지를 것이다. 자연에너지는 경제적으로도 매년 2~30%씩 성장하고 있다. 재작년에는 시장규모가 22조엔이었고, 10년 후에는 200조엔 규모가 된다고 한다.

비전과 철학을 가진 정치인과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현명한 정책, 즉 의지와 지혜가 이러한 현실을 만들어냈다. 일본은 답보상태인 것을 보니 정치에 대한 의지도 정책적인 지혜도 없다. 자연에너지는 태양에너지만 해도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석연료와 핵발전의 1만 배다. 따라서 자연에너지로 모두 대체한다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다. 유럽을 중심으로 2050년경까지 자연에너지로 100% 대체하자는 시나리오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자연에너지 100%를 지향하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지역자립형, 소규모분산형 에너지정책으로 사회적 변혁을!

또한 독점적, 집중적, 상명하달식 에너지공급 사회로부터 소규모분산, 지역자립형, 아래로부터 의사결정을 하는 사회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덴마크는 1980년 당시 대형 화력발전소로 전기를 공급했는데, 오늘날에는 풍력발전이나 열병합발전으로 지역분산 소규모 에너지 네트워크로 확 변신했다. 덴마크의 중심에 위치하는 인구 4천명 정도의 삼소섬에서는 1995년부터 주민들이 출자해 풍력이나 바이오매스, 태양열로 자연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발전소는 모두 공동소유, 공동운영한다. 10년 만에 자연에너지가 4%에서 150%로 늘었다. 덴마크의 풍력발전은 85%가 시민공동 또는 지역공동 소유다. 일본 나가노현 이이다시에서는 10년 정도 전부터 지역 에너지공동체를 만들어 시청이나 주택 지붕을 이용한 태양광발전을 보급시키고 있다. 공통된 것은 지역 내에 공공의 마인드를 가지고 신뢰를 받는 핵심적 인물이 있고, 그 사람을 돕고 살리는 조직이나 네트워크가 있어서, 그것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딴 어느 한 곳에 대형 발전소가 있는 한편, 대도시 사람들은 에너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현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역소유와 그 편익이 지역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통해 자연에너지가 지역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에서도 탈핵을 위한 지자체장회의가 수장 70명을 모아 출범했다. 지금까지의 환경정책과 에너지정책의 진화를 보더라도 분명 어느 지역에서 새로운 도전이 있었고, 그것이 착착 확산돼서 세계를 바꿨다. 지역에서 새로운 실천을 수반하는 정책으로 사회적 변혁을 이루는 것이 전 사회적 변혁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