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 후쿠시마

<창간호> 일본의 탈핵 … 재가동 허용 여부가 관건

2012년 5월 5일, 일본 국내 원자로 50기(전체 54기 중, 후쿠시마1~4호기는 이미 사고로 폐쇄―편집자 주) 모두가 멈췄다. 일본 반핵운동은 이번이 탈핵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재가동저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전력수요가 절정인 여름을 핵발전소 없이 넘길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될 것을 어떻게든 피하고자 하고 있다.

재가동의 가장 유력 후보는 간사이전력 오오이핵발전소 3·4호기다(후쿠이현 오오이초 위치함). 스트레스 테스트(안전성재평가) 서류제출이 빨랐고, 핵발전소 의존도가 높은 간사이전력(오사카·고베·교토를 포함한 일본 제2도시권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회사)의 것이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사의 4월 여론조사에서 오오이 재가동에 대한 반대가 59.5%로, 찬성 26.7%를 크게 웃돌았다.

재가동에 급급한 나머지, 안전대책은 뒷전

일본정부는 4월 5일 오오이핵발전소 재가동을 위한 잠정기준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안전대책 마련을 재가동 이후로 미루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후쿠시마 사고에서는 격납용기 폭발을 막기 위해, 내부 공기를 빼내서 압력을 낮추는 작업(벤트)이 실시됐는데, 오오이 3·4호기에는 배기통 자체가 없어 벤트를 할 수 없다. 오오이핵발전소의 경우, 방사능제거필터가 달린 배기통과 사고발생 시 복구작업의 거점이 될 면진중요동(免震重要棟 ― 지진 등을 견딜 수 있는 비상상황실, 편집자 주)을 2015년까지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쓰나미대책용 방조제도 아직 건설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결국 4월 13일 오오이 3·4호기 재가동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후쿠시마사고는 아직 수습되지 않았고, 원인 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후쿠시마사고를 참고로 한 새로운 안전기준과 지침도 없다. 새로운 규제조직인 원자력규제청이 4월경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늦어져 이번 여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사고를 불러일으킨 기존 ‘관리’ (제대로 관리도 못하면서)체제에서 재가동을 허가해도 되겠느냐는 의문이 당연히 제기될 만하다.

정전위기를 들먹이는 정부와 간사이전력 … 하지만, 전기는 충분하다

정부와 간사이전력은 오오이핵발전소 재가동을 위해 올 여름의 전력부족을 연이어 들먹이고 있다. 5월 18일 정부가 발표한 전력수급대책에는, 핵발전소를 다시 돌리지 않을 경우 간사이전력 관내는 몹시 더웠던 2010년에 비해 최고치(피크) 전력이 14.9% 부족하므로 계획정전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 계획은 간사이전력 전력부족을 대처하기 위해 주변 지역 전력회사의 전력융통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주변지역도 5~7%의 절전이 필요하다. 이건 분명한 협박이다.

한편 간사이전력은 작년 25%, 3월 12일 13.9%, 4월 10일 7.6%, 그리고 5월 15일 5%로, 최고치 전력부족 예상치를 수개월에 걸쳐 20%나 낮췄다. 또 간사이전력은 과도하게 가뭄을 전망하며 수력공급능력을 과소평가했고, 양수발전 공급능력을 은폐했으며, 일반기업 자가발전 혹은 비상용발전으로부터 융통가능성을 은폐했고, 전력부족에 빠졌을 때 공급을 정지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전력회사가 기업의 전기요금을 대폭 할인해 주는 ‘수급조정계약’을 은폐한 사실 등이 잇달아 언론에 폭로됐다. 심지어 노후 화력발전소 시설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수리하지 않고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화력발전소 재가동 요구도 거절했다. 이런 사실들은 공익기업으로서 전력공급이라는 본분을 포기한 행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히로세 다카시 씨의 계산에 의하면 간사이전력에는 사실 12.9%의 잉여 공급능력이 있다고 한다. 더불어, 일본정부가 제시한 14.9% 부족전력 수치는 작년 도쿄전력 관내 실질절전률 18%보다 낮다.

간사이전력을 구하는 것이 목적?!

전기는 충분하다. 그럼 왜 재가동하려하나? 4월 24일 오사카부와 오사카시의 합동 에너지전략회의에서 한 간사이전력 간부가 무심코 그 속마음을 드러내 버렸다. 한 위원이 여름 수급대책을 위해 재가동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자, 간사이전력 간부가 “안전한 핵발전소는 가동을 허락해 달라. 수급문제와는 별개 문제로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즉 핵발전소 재가동 이유는 공급부족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진짜 이유는 이렇다. 간사이전력은 발전비율의 약 50%를 핵발전에 의존한다. 간사이전력이 운영하는 핵반응로(원자로) 총11기 중 7기는 운전 시작 이후 30년이 넘은 노후 핵반응로이다. 이것들은 감가상각이 이미 끝나,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누릴 수 있는데, 재가동할 수 없으면 그것이 불가능하다. 간사이전력 순자산 약 1조5300억엔 중 핵발전소 시설과 핵연료가 약 8900억엔을 차지하는데, 재가동 없이 이대로 폐기하면 그것은 더 이상 자산이 아니다. 폐기되지 않을 경우에도 수 년 내에 채무초과에 빠지게 될 것이다. 즉 오오이 재가동을 서두르는 목적은 핵발전소에 크게 의존하는 간사이전력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오오이초의 공방

정부가 4월 13일 오오이핵발전소 재가동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이후, 초점은 ‘지역’의 동의여부로 옮겨갔다. 오오이초(오오이핵발전소가 소재한 지역 명칭)는 4월 26일 정부가 주최한 주민설명회에 주민 약 8800명 중 약 540명이 참석했다. 지방권력이 핵발전소를 추진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핵발전소에 의존하는 이 마을에서, 재가동에 대한 주민들의 염려가 과연 제대로 표명될 수 있을지 우려스러웠다. 주민들조차 “(설명회가) 텔레비전에 방송되기 때문에 발언하기 어렵다”, “무기명 설문조사로 주민의견을 들어주면 좋겠다”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땐, 재가동에 대한 불안과 의문이 분출됐다. 설명을 담당한 야나기사와 미쓰요시 경제산업성 부장관은 “듣다 보면, 반대의견이 더 많은 법”이라고 핑계를 대며 “(주민설명회 개최로) 이해가 촉진됐다”고 강변했다.

한편, 오오이초에 인접한 후쿠이현 오바마시에서도 5월 1일 이장모임, 여성모임 등으로 구성된 원자력발전오바마시환경안전대책협의회 위원과 시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가 열려는데, 122명이 참석했다. 이곳에서도 재가동에 대한 비판 의견이 쏟아졌다. 이케오 마사히코 시의회 의장은 “오오이핵발전소 반경 10㎞권 내 인구 70%가 오바마시민이므로, 정부는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재가동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5월 14일, 오오이초 의회는 결국 재가동에 동의했다. 의장을 제외한 의원 12명 중 찬성 11명, 반대 1명 이었다. 후쿠이현 니시카와 잇세 지사와 현의회는 6월초~중순경에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니시카와 지사는 “핵발전의 의의와 핵발전소 재가동의 필요성에 대해 책임 있는 견해를 밝히고 (반대 지자체들의) 이해를 얻기 위해 노력해줄 것을 (정부에게)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후쿠이현만이 재가동에 동의하는 형태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뜻을 엿볼 수 있다.

간사이광역연합, 이해할 수 없는 재가동용납 선언

후쿠시마핵발전소에서 30~40km 떨어진 이이타테무라에서도, 주민 모두가 피난대상이 된 경계구역이 흩어져 있다. 때문에 오오이초와 후쿠이현만의 동의로 재가동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당연하다. 오사카와 교토를 포함한 간사이 지역 지자체 등으로 구성된 간사이광역연합은 오오이핵발전소 재가동에 난색을 표했다. 특히 간사이전력의 첫째주주인 오사카시는 지난 4월에 원자력규제체제와 안전기준 전면 재검토, 핵발전소에서 100㎞권 지자체와 안전협정 체결 등을 정부에 요구했고, 6월 간사이전력 주주총회에서 ‘탈핵’을 제안할 예정이다. 후쿠이현에 인접한 시가현과 교토부도 사고가 일어나면 발전소 소재지역과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피해지역’으로 자신을 규정하면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간사이광역연합은 5월 30일 발표한 ‘핵발전소 재가동에 관한 성명’에서, 오오이핵발전소 재가동을 위한 잠정기준에 대해 “잠정적 판단기준이므로 정부의 안전판단 또한 잠정적이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시적인 것으로 적절한 판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갑자기 재가동을 사실상 용납했다.

7월부터 시작되는 전력 최대수요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 판단해야 한다는 정부와 산업계의 압력에 굴복한 꼴이다.
간사이광역연합 성명서에서는 올 여름만 재가동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무시할 태세이다. 간사이광역연합의 반대가 사라지면서 정부는 이제 후쿠이현 지사와 의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를 살릴 것인가…핵마피아냐 시민이냐

경제산업성 전력시스템개혁전문위원회는 5월 18일, 전력 소매의 전면 개방, 전력회사의 발전사업과 송전 및 배전사업을 분리하는 등 전력자유화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전력회사의 자산에 일정 이익률을 곱해 전기요금을 정하는 ‘총괄원가방식’도 철폐할 방침이다. ‘총괄원가방식’은 전력회사가 건설비가 비싼 핵발전소를 지으면 지을수록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이것으로 일반기업들이 전력사업에 새롭게 참가할 길이 열리고, 핵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는 신규 사업자의 값싼 전기와 경쟁해야 한다. 소비자가 핵발전소의 전기를 사지 않겠다고 선택하기도 쉬워진다.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중장기적으로 일본에서 탈핵이 실현될 것은 틀림없다.

한편 재가동 용납은 핵마피아들의 연명을 의미하는데, 과연 그것으로 전력자유화가 가능할까? 지진 활동기에 들어섰다는 일본열도. 다음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핵폐기물을 더 안전하게 관리할 것이 요구된다. 그것이 과연 가능할지, 이번 재가동 저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