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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구시설, 핵재처리 등)

계속 이슈가 터져나오는 ‘신흥 핵도시’ 대전

손상핵연료 반입부터 세슘 20만 베크렐 방출까지
까도까도 끝없는 원자력연구원…시민은 물론 지자체·정치권까지 분노

 

지난 10월과 11월 초까지 한 달 남짓 동안, 대전에서는 많은 핵관련 사안이 발생했다.


주민 몰래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구원)에 사용후핵연료가 이송된 것이 알려졌고, 이 원자력연구원이 내년부터 사용후핵연료 건식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와 소듐고속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대전은 ‘신흥 핵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위험한 실험계획이 있음에도 실질적인 주민 안전계획은 없는 상황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와 핵없는사회를위한대전공동행동에서는 여러 차례 성명을 발표하여 사용후핵연료 반입을 규탄하고 대전시민 동의없는 핵재처리실험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손상핵연료 반입에 지자체·정치권도 반발
핵발전소 내의 호기별 이동마저 금지된 손상핵연료가 대전까지 이동되었다는 사실이 국정감사(더불어민주당 박재호 국회의원)에서 밝혀져 지역사회는 크게 술렁였다. 지난 1988년부터 2010년 5월까지 고리, 영광, 울진의 핵발전소에서 나온 309개의 손상핵연료봉이 육로로 대전의 원자력연구원으로 운송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대전의 핵안전 문제에 대하여 침묵해왔거나 주민들의 자구 노력을 방해했던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태도를 바꾸어 원자력연구원과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정부가 유성구 주민을 기만했다”며 즉각적인 종합안전대책을 요구했고, 유성구의회는 원자력연구원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봉 1699봉을 즉시 반출하고,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중단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대전의 5개 구청장과 긴급 간담회를 열어 ‘대전의 원자력 안전을 위한 요구 건의문’을 채택하고 원자력에 대한 정보 공개와 파이로프로세싱 실험 중단 및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법령 개정을 정부에 요구했다. 또한 대전을 지역구로 한 국회의원 6명 전원이 사용후핵연료의 반출을 결의하여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큰 현안으로 떠올랐다.

 

지난 10월 20일, 파이로프로세싱을 주제로 열린 지역주민-원자력연구원 2차 간담회에서 한 주민이

연구원 측에 질문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대전시청 앞에서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대전서명운동 동참선언과 대전핵안전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원자력연구원과 시민사회·언론 대립
핵안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지역 분위기 속에서 지난 10월 20일, 유성구 주민과 원자력연구원간의 제2차 간담회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주제는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원자력연구원 측의 책임자급 연구원이 발제를 하고 주민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큰 갈등 없이 마친 2차 간담회와는 달리, 일주일 후인 10월 28일 열린 ‘강정민 박사 초청 강연 및 핵안전전문가 좌담회’에서는 원자력연구원에서 대거 참석한 해당 연구자들과 주민 그리고 원자력연구원 측과 입장이 다른 전문가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마찰을 빚었다. 원자력연구원 측 연구자들은 강정민 박사(미국NRDC 연구원)에게 공격적인 질문과 노골적인 비난을 하여 주최측으로부터 발언을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들의 행위는 주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의도적인 방해로 비춰졌다.


이틀 앞선 10월 26일, 원자력연구원 노동조합은 성명을 발표하여 “언론, 지자체, 정치인들이 근거없이 원자력연구원을 비방하고 안전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한다”며, “연구 현장 근로자의 정상적 업무수행을 가로막는 외압에 대하여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에 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는 반박 성명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사업은 국민적 동의를 받은 적이 없고, 이 문제는 너무 중요하고 위험해서 원자력 산업계와 소수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며, “시민들의 거버넌스(협치) 참여는 당연한 권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같은 날, 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를 비롯한 대전의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등 40여 곳은 전국적 탈핵운동 움직임에 발맞추어 대전시청에서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명 서명운동 동참 선언과 대전의 핵안전 대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나로원자로, 사용후핵연료, 손상핵연료, 파이로프로세싱, 소듐고속로 연구 실험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사안이 다양한 대전은 5만 명의 서명을 목표로 세웠으며, 이와 함께 민간안전감시기구 설립 촉구, 대전의 핵시설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특별점검 요청 등의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세슘 100% 포집한다더니, 20만 베크렐 방출
지난 10월 31일(월), 추혜선 국회의원(정의당)에 의해 원자력연구원이 세슘137을 비롯하여 크립톤,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을 굴뚝을 통해 방출한 사실이 알려졌다. 추혜선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하나로원자로에서 크립톤 10조432억베크렐(Bq)과 삼중수소 20조7400베크렐을 방출했고, 사용후핵연료 조사 후 시험시설(파괴시험)에서 크립톤 3조8700억베트렐, 세슘 6만7200억베크렐이 방출되었으며,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에서 세슘 13만5000베크렐이 방출됐다. 이로써 그동안 세슘을 100% 포집한다며 공공연하게 떠들던 원자력연구원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으며, 추후 파이로프로세싱으로 발생할 방사성 물질 100% 포집 주장도 믿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

 

세슘 포집 100%를 장담하던 원자력연구원에서 지난 5년간 20만 베크렐의 세슘137이 방출된 것이

밝혀져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1월 4일(금) 한국원자력연구원 정문 앞에서 유성핵안전시민

대책본부와 유성구 주민들이 이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동안 원자력연구원 측은 모의핵연료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해왔지만, 내년 7월부터는 실제 사용후핵연료를 쪼개어 실험할 것을 공표한 바 있어 세슘의 방출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전의 시민단체들은 시민 동의 없는 파이로프로세싱 실험은 절대 불가하며, 원자력연구원이 ‘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 사업의 실효성에 대하여 진실을 말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2017년도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예산안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예산결산소위원회 회의를 거쳐 10%만 삭감된 500억 원으로 책정되어 지난 11월 4일(금)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대전은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논란과 갈등은 내년에도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탈핵신문 2016년 11월호 (제47호)

박현주 통신원(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