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을 시작한 지 427일 만에 첫 증인 신문이 시작됐다.
그만큼 이번 재판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재판은 작년 5월 18일 2,166명의 국민 소송단이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처분 무효 확인 등 소송’ 소장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3차 변론기일인 2월 24일, 소송 원고들이 수명연장 1년을 맞은 월성1호기 폐쇄 기자회견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펼치고 있다.
7월 20일(수), 재판 427일만에 법정에 불려온 첫 증인은 성게용 부원장(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었다. 성게용 부원장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심사 당시, 월성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검증단장을 맡는 등 안전검증 총책임자였다. 오후 3시 30분에 시작된 재판은 저녁 7시까지 성게용 부원장에 대한 증인 신문으로 이뤄졌다. 여러 쟁점이 있었으나 중수로 원전의 최신기술기준인 ‘R7’ 적용을 둘러싼 공방이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이어졌다.
R7은 중수로 원전에 적용되는 최신기술기준 중 하나다. R7은 격납건물 안(핵반응로=원자로, 증기발생기 등)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격납건물의 방사능 차단 성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설비의 추가를 요구한다. 1991년 R7 기준이 마련된 이후로, 격납건물과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가 연결된 통로에 ‘이중 수문’을 설치하고, 격납건물을 관통하는 모든 배관에 방사능 차단을 위한 ‘밸브’를 설치하는 등 격납건물의 기밀성을 강화했다. 그러나 월성1호기는 이러한 설비를 추가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R7 기준을 적용하여 안전성 평가를 하면 월성1호기는 자연스럽게 폐쇄 결정이 나온다.
원고(국민소송단) 측 변호인단은, 성게용 증인을 상대로 최신기술기준인 R7을 월성1호기 심사에 적용하지 않은 잘못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성게용 증인은 심사 기준을 적시한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에 R7이 없으므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답변만 계속 되풀이했다. R7을 배제한 것이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하도록 한 상위법(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성게용 증인은 “고시가 상위법을 위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성게용 부원장의 답변에서 양심적인 엔지니어의 모습은 살펴볼 수 없었다. ‘안전신화’에 빠진 핵산업계의 대표선수만 증인석에 앉아있었다. 월성 2~4호기는 오래전에 R7을 설계에 반영하여, 월성1호기에는 없는 안전설비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성게용 부원장의 입에서 나온 답변이 고작 “고시에 R7은 없었기 때문에 심사하지 않았다”였다. 한국의 핵발전소 안전은 이제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만 붙들고 있으면 확보되는 ‘샤머니즘’으로 전락했다.
성게용 증인(부원장)은 비록 안전설비가 부족하지만 격납건물 안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월성1호기는 R7이 요구하는 안전 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증언했다. 순간, 이은철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의 발언 “월성1호기는 R7의 철학을 반영했다”가 생각났다. 그야말로 안전신화의 화려한 부활이다. 한국의 핵산업계는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사고 발생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성게용 부원장이 당당하게 증언하는 배경에도 안전신화가 있다.
재판 427일 만에 첫 증인 신문을 하는 등 재판이 더디게 진행되는 데는 핵산업계의 비밀주의가 한몫하고 있다. 피고(원자력안전위원회) 측은 계속해서 ‘국가기밀이다’, ‘영업비밀이다’ 등의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결국, 지난 3월 21일 재판부가 직접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방문하여 일부 자료를 ‘열람’하면서 재판이 그나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의 결과는, 월성1호기의 10년 수명연장이 끝나는 날 나오지 않을까.
※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경과
2015. 2. 27.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원자력안전위원회) 2015. 5. 18.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소장 접수(서울행정법원) 2015. 10. 2. 1차 변론기일(서울행정법원 B208호) 2015. 11. 4. 변론 준비기일(서울행정법원 B201호) 2015. 12. 23. 2차 변론기일(서울행정법원 B201호) 2016. 2. 24. 3차 변론기일(서울행정법원 B201호) 2016. 3. 21. 현장 검증기일(원자력안전위원회) 2016. 4. 27. 4차 변론기일(서울행정법원 B201호) 2016. 7. 20. 5차 변론기일(서울행정법원 B201호) |
탈핵신문 2016년 8월호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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