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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삼척(신규예정지)

탈핵운동의 성장을 보여준, 영덕 주민투표

영덕주민투표 기간5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 연대, 73대의 차량 수송 업무 담당

사람은 가치 있는 일을 만날 때 대가없이 땀방울을 흘린다.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는 참으로 많은 사람을 물질적 대가없는 노동에 불러들였다. 1111~12일 양일간 주민투표 지원을 위해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이 500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은 최소 12일 또는 23일간 영덕에 머무르며 20여 곳에 이르는 투표소와 중앙 상황실을 운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73대의 차량이 주민투표관리위원회의 발이 되어 수송 업무를 담당했다.

이 모든 통계는 영덕 주민들이 흘린 땀방울은 제외한 수치다. 도로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영덕은 여전히 교통이 불편한 행정구역 중 하나다. 이러한 영덕으로 몰려드는 거대한 자원봉사자의 물결을 보면서 한국사회에서 탈핵이 갖는 위상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포항아이쿱생협, 환경운동연합, 전교조 경북본부 등의 특별한 연대활동

포항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의 영덕 주민투표 지원은 특별했다. 포항 조합원들은 주민투표를 준비하는 기간 내내, 틈틈이 영덕을 찾아와 주로 남정면에서 홍보활동을 했다. 영덕과 포항은 북남으로 경계를 이루는데 남정면이 포항에 가장 가까운 행정구역이다. 이곳에서 꾸준하게 홍보활동을 했고 투표 당일에도 남정면 1투표소와 2투표소를 도맡아 운영했던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10월부터 20여명의 활동가를 상주시키고 1111~12일 양일간 전국 52개 조직의 업무를 중단시키고, 150명의 활동가를 영덕으로 파견했다. 특히, 활동 5년차 이상 되는 국·처장들을 전체 투표소(20)에 운영책임자로 투입하여 이틀간 진행되는 투표 업무를 공백 없이 원활하게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본부 소속 교사들은 개표 업무를 맡아 1113일 새벽까지 공정한 개표로 주민투표를 잘 마무리했다.

영덕 주민투표는 후쿠시마 이후 성장한 한국 탈핵운동의 단면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 모든 기적은 영덕 주민들의 강인한 핵발전소 반대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주민투표는 단순히 예산 규모만 따져도 1억 원이 넘는 사업으로 추진자체가 의지의 발현이었다.

영덕에 일찍 내려온 자원봉사자들은 주로 홍보활동에 배치됐다. 21조가 되어 농촌마을을 돌며 주민들을 만났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홍보활동을 다녀오는 날이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영덕에서의 활동에 자신감을 얻었다. 외부세력의 오명을 우려했으나, 주민들은 우리를 위해 이렇게 고생을 해주니 너무 고맙니더라며 손을 잡아주었고, 집집마다 홍보단을 환대하며 음료수 등을 내놓고 투표 참여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를 무산시키려는 정부와 한수원하지만, 영덕주민들의 기적 같은 투표율과 반대여론 확인!

영덕의 핵발전소 반대 여론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었다. 정부와 한수원도 뒤늦게 이를 알고 주민투표를 무산시키는데 화력을 집중했다. 찬성단체들은 불법투표’, ‘가짜투표운운하는 현수막으로 영덕을 뒤덮었고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투표불참 약속하자!’는 현수막도 등장했다. 투표를 하루 앞두곤 원전반대 불순 좌파세력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흑색 전단지가 살포됐다.

특히, 공권력의 투표방해는 극에 달했다.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장관 공동 명의로 담화문을 발표하여 영덕군이 시설, 인력, 자금 등 행정적 지원을 하거나, ·반장의 자격으로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는 해당 투표행위를 지원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습니다라고 엄포를 놨다. 실제로 병곡면의 경우 이장들이 투표장으로 향하는 주민들을 가로막으며 노골적으로 투표를 방해했다. 그 결과 병곡면은 2천여명의 주민이 투표를 못하는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전방위적 투표방해로 인해 주민투표추진위원회내에선 최악의 경우 투표인원이 5천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1111일 첫날 투표에서 이미 8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투표를 했다. 최종 집계결과 11,209명의 주민이 투표장에 나와, 10,247(91.7%)이 반대표를 던졌다. 정말 기적과도 같은 투표가 이뤄졌다. 이 모든 성과는 영덕 주민들의 강인한 핵발전소 반대 의지와 투표참여 용기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런 흐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영덕 주민들이 그동안 흘린 땀방울이 고스란히 배인 결과였고, 그 힘이 500명의 발걸음을 영덕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영덕 내 반대운동 단체간 갈등주민투표 성공 경험으로 극복하고 더 크게 성장할 것!

영덕의 주민투표가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덕엔 핵발전소 반대운동 단체가 두 곳이다. 두 단체의 갈등을 흥밋거리로 여기는 언론도 있다. 그러나 두 단체는 주민투표 성공을 위해 각자의 홍보 자원(유세차량, 홍보물, 홍보단원)을 서로 교환하고 조율하면서 반대운동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주민투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갈등 또한 어렵지 않게 극복되리라 본다. 분명한 것은 한국의 탈핵운동은 영덕 주민투표 승리를 통해 더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덕 핵발전소의 백지화도 머지않았다.

 

2015년 12월호 (제37호)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