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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평화, 해외

한국 가톨릭교회 탈핵방문단 일본 기행① 탈핵사회를 위해, 한국 가톨릭교회 적극적으로 탈핵운동에 뛰어들어야! -일본천주교정의평화협의회 전국집회 참관기

탈핵천주교연대 출범일본가톨릭 정의평화협의회 초청, 5일간 동경·후쿠시마 방문

지난 914() 오후 3시 경북 영덕성당에서는 영덕 신규핵발전소 백지화 촉구 생명평화미사와 더불어 탈핵천주교연대(공동대표, 문규현·박홍표·조현철 신부) 출범식이 있었습니다. 600명의 사제, 수도자, 신자들이 모인 한국천주교의 명실상부한 전국단위 탈핵단체인 탈핵천주교연대는, 그동안 각자 독립적으로 움직이던 천주교 탈핵운동을 수렴하고 탈핵에 관한 교회의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고 조직적으로 전하기 위해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출범에 즈음하여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의 후원과 일본가톨릭 정의평화협의회의 정식 초청으로, 지난 921()부터 25()까지 닷새간 일본천주교정의평화협의회 전국집회 제39회 동경대회한일 평화를 위한 후쿠시마 방문 투어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유흥식 주교님의 말씀, “탈핵이 교회의 길

특별히 이번 23명의 한국 가톨릭교회 탈핵방문단에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이신 유흥식 주교님이 동행하셨는데, 향후 한국천주교 국내·외 탈핵운동에 중요한 변화를 다져올 좋은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방문 일정 중 유흥식 주교님은, ‘탈핵이 교회의 길이라고 말씀하시며 교회의 탈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시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한국 가톨릭교회 탈핵방문단의 일본 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일본 가톨릭교회의 대단히 진보적인 탈핵의지와 적극적인 대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개입을 직접 체험했다는 것입니다. 921()부터 3일간 개최된 정의평화협의회 전국집회 동안 일본 전국에서 수백 명의 사람이 모여 도쿄 주교좌성당을 가득 채웠을 뿐만 아니라, 기조발제에서부터 마지막 날 파견미사까지 빠짐없이 참여하여 일본의 현재와 미래, 더 나아가 동아시아에서의 평화를 위해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백 km의 거리상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전국 교구별로 대회 참가자 조직을 만들고, 자신들이 한 해 동안 해왔던 정의와 평화와 관련한 활동을 부스를 차려 선전하는 모습은 매우 부러운 모습이기도 하였습니다.

사형제도철폐운동, 위안부 문제, 부락민차별문제, 에이즈 관련 등 다양한 활동이 소개되고 있었지만, 단연 탈핵활동이 가장 두드러지게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단위별로 다양한 유인물을 제작하고, 기금 마련을 위한 소품을 제작·판매하며, 이를 바탕으로 집회 및 홍보 등의 구체적인 활동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타성에 젖거나 패배감에 사로잡히곤 하는 저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탈핵의 원동력, 정치나 선거가 아니라 대중의 힘

한국 가톨릭교회 탈핵방문단은 이튿날인 922() 정의평화협의회 전국집회 제16분과인 평화를 위한 탈핵부문 모임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날 오전에는 1989년 창립되어 일본 탈핵단체 중 가장 오래된 민들레회(단포포샤, No Nukes Plaza Tokyo)의 야나기타 마코토 대표와 후쿠시마 현지에서 반핵운동을 하는 무토 루이코 씨의 발표를 들었습니다.

이중 야나기타 마코토 대표는 일본 핵발전의 역사와 향후 과제를 말씀해주셨는데, 한 국가가 탈핵으로 나아가게 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정치나 선거가 아니라 대중의 힘이라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독일의 사례도 주민들이 메르켈 총리에게 탈핵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게 강제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정치공학적인 사고가 아니라 대중적인 움직임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동아시아 각국 탈핵운동이 서로의 정보만이라도 교환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겠다고 하였는데, 그 이유가 우리 한국 참가자의 입장에서는 의아하게도 일본 탈핵운동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요사이 일본에서 제법 준비된 탈핵집회에 수만 명이 모이는 것을 보고서도, 이러한 판단을 한다는 것은 아직 일본에서 탈핵운동이 내실 있게 정착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어 오후에는 한국방문단이 한국천주교 내부의 탈핵운동과 각 지역(삼척, 영덕, 부산, 밀양 등)의 탈핵사례 및 탈핵신문에 대한 소개를 진행하였습니다.

 

한국가톨릭교회, 탈핵사회를 위해 조직적·집중적으로 탈핵운동에 뛰어들어야!

이번 한국 가톨릭교회 탈핵방문단의 일본방문 중 전반부인 일본천주교정의평화협의회 전국집회에서 느낀 소감은, 먼저 한국 가톨릭교회가 이제 좀 더 조직적이고 집중적으로 탈핵운동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탈핵천주교연대가 출범하여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탈핵사회를 열어가는 데 일조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일본가톨릭교회의 헌신적인 노력은 바로 한국 가톨릭교회에 대단히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 머지않아 탈핵천주교연대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드러나리라고 기대합니다.

 

 

 

 

탈핵신문 2015년 10월호

김준한(신부, 밀양감물생태교육관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