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자신이 원폭 후유증을 지닌 원폭2세환우임을 밝힌 김형률의 10주기 추모제가 지난 5월 23일 부산 민주공원에서 열렸다. 매년 부산에서는 5월이 되면, ‘김형률추모사업회’(이하, 추모사업회), ‘김형률을 생각하는 사람들’, ‘아시아평화인권연대’ 등이 연대하여 그의 추모제를 진행해왔는데, 이번 추모제는 그의 10주기이며 광복 70년이자, 원폭 70년을 맞이하여 더욱 다채롭고 뜻 깊게 진행되었다.
전날인 22일 저녁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김형률 서거 10주기 추모 문화제’(이하 문화제)가 전야 행사로 진행되었다. 문화제는 고 김형률의 10주기를 맞추어 발간된 그의 유고집 『나는 반핵인권에 목숨을 걸었다』(김형률 저, 아오야기 준이치 엮음, 행복한 책읽기 2015) 북콘서트, 가수 이지상 씨의 추모공연, 토크콘서트 등이 진행되어 반핵인권 운동가로서의 김형률의 삶에 공감할 수 있었다.
추모제 당일인 23일은 추모제에 앞서,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시민행진’(이하, 시민행진)이 부산역에서 시작되어 추모제가 열리는 민주공원까지 이어졌다. 시민행진 참가자들은 핵폭탄과 핵발전의 뿌리가 같음을 역설하며 고 김형률의 뜻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를 기원하며 관련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고 김형률의 부친이자 한국원폭2세환우회 고문인 김봉대 님 또한 “핵 없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다 같이 함께할 것”을 다짐하였다.
사진 이재갑. 시민행진단과 김형률추모제 참가자들이 고 김형률의 유지를 이어갈 것과 고리 1호기 폐쇄를 다짐하며 기념 촬영했다.
오전 11시 부산민주공원 소극장에서 진행된 ‘김형률 10주기 추모제’는 10주기답게 여느 때보다 많은 분들이 전국 각지와 멀리 일본에서 찾아 자리를 가득 채웠다. 김종세 부산민주공원 관장의 여는 말로 시작한 추모제는 한홍구 김형률추모사업회장, 성락구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 명예회장, 고바야시 하츠에 일본인 피폭2세이자 일본 전국피폭자청년동맹 청년대책 국제부장, 이시다 노부미 교토피폭2세·3세회 운영위원 등이 추모사와 연대사를 낭독했다. 특히 건강이 좋지 않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원폭피해자를 반핵인권운동의 주인으로 서게 해야 한다”며 “그것이 김형률의 유지를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역설한 강주성 ‘원폭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살아생전의 김형률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추모제를 마친 뒤 민주공원 동산에 ‘김형률을 생각하는 사람들’, ‘아시아평화인권연대’, ‘김형률추모사업회’ 등 김형률를 기억하는 이들이 모여 기념식수와 추모석 개막식을 가졌다. 이는 그의 10주기를 맞이하여 반핵평화인권활동가로서의 그의 삶을 기리고 남기고자 하는 것으로 추모석에는 고 김형률이 살아생전 늘 외쳤던 ‘삶은 계속 되어야 한다’가 새겨졌다.
사진, 이재갑. 부산 민주공원에 기념 식수를 하고 있는 유가족과 추모위원들
이번 추모제 및 추모문화제는 김형률을 추모하고 한국인 원폭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던 기존 단체 외에 반핵부산시민대책위, 부산녹색연합, 부산녹색당, 부산평통사, 부산지하철노동조합,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등 부산의 많은 시민단체들이 연대하여 김형률 10주기를 추모하였다.
한국인원폭피해자 문제는 70년 전의 ‘과거’가 아니라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또한 핵발전소 인근 주민과 노동자의 피폭 문제로 되살아나고 있는 ‘현재’이다. 이번 그의 10주기를 계기로 좀 더 많은 단체들이 한국인원폭피해자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인간’ 중심의 반핵·탈핵 운동이 펼쳐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사진 이재갑. 광복 70년, 원폭 70년이 되는 2015년에도 한국인 원폭피해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으며, 이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피폭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인원폭피해자를 기억하고 잊지 않아야 한다.
김남수(김형률 추모사업회)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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