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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언주의 열러라 참깨

우리는 왜 공청회 입장권을 받지 못했나 -산업부, 공청회 입장권 66% 전력회사에게 몰아줘

72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정부는 5년에 한 번씩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수립하고, 2년에 한 번씩 그에 따른 구체안을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확정한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래 2014년도에 수립됐어야 하지만 늦어졌다.

 

이번에 산업부가 수립한 기본계획은 2029년까지의 전력수요전망을 제시하고, 핵발전소 2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정부의 계획안대로라면 삼척 또는 영덕에 핵발전소가 들어서게 되는데, 삼척은 탈핵후보의 시장당선과 주민투표를 통해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을 이미 확인한 바가 있다. 문제는 영덕이다. 삼척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정부는 영덕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

 

국가에너지정책은 전기사업법을 근간으로 추진된다. 전기사업법을 보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하여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고, 이 과정에서 관계 부처와 협의,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도록 되어 있다. 또 시행령 16조의 2를 보면 기본계획에 따라 신규로 발전사업을 실시하려는 자는 지역주민과 관계전문가 등에 대한 의견청취를 하도록 되어 있다.

 

핵발전소의 유치가 결정되면 건설, 운영과정에 수많은 갈등을 빚게 된다. 송전의 문제, 지역지원의 문제, 폐기물처리와 사고의 위험 등 핵발전소가 만드는 문제는 지역의 안팎으로 복합적이고도 유기적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핵발전소의 추가건설과 운영에 관한 내용을 결정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립은 평생 핵발전소를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지난 618일 산업부는 의견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진행했지만 사전 입장신청과 입장권 배부 과정에서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시민, 단체들과 마찰을 빚었다. 공청회 관련 입장권 배부 현황등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실시했다.

 

산업부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에 총 821명이 참가 신청한 가운데 정부는 450명을 선정해 입장권을 배부했다. 선정 기준으로는 신청기관별로 빠짐없이 최소인원은 할당하고, 최종 선정인원은 신청인원에 비례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세 내용을 보면, 전력회사와 기업 참가자들에게 입장권을 몰아주면서 시민의 참가는 제한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우선 전력회사 참석자에 가장 많은 157석이 돌아갔다. 이는 정부가 애초 총 좌석수의 35% 이내를 전력회사에 할당하기로 보장했기 때문이다. 전력회사 중 한수원 참석자는 35명으로 가장 많은 등 핵발전소를 옹호하는 입장에 있는 관계자들에게 집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력회사 외에 기업체, 협회 참석자까지 계산하면 297명에 이른다. 결국 좌석의 66%를 기업에 몰아주었다는 것이다.

 

 

분류별

신청자

입장권 배분

선정 비율(%)

비중

전력회사

306

157

51.3%

34.9%

기업체, 협회, 조합

248

140

56.5%

31.1%

주민, 시민단체, 노조

120

57

47.5%

12.7%

공공

42

35

83.3%

7.8%

언론사, 학계

26

20

76.9%

4.4%

일반

79

41

51.9%

9.1%

합계

821

450

 

100.0%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 참석자 현황. 자료=산업부 정보공개 자료

 

한편 주민대책위나 시민단체, 노조에게 배부된 입장권은 1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20명이 참석을 신청했지만 57명만이 입장권을 받을 수 있었다. 정부는 모든 신청기관에 원칙적으로 2명씩 할당한다는 기본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한 기관에서 신청인원이 20명 이상인 경우 10명까지 할당과 같은 세부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기관의 균등한 참여보다는 많이 신청한 단체일수록 입장권을 많이 배부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동원에 유리한 이익단체일수록 참여가 쉽다는 것이다. 대부분 주민대책위와 시민단체는 1~2명만 입장할 수 있었던 가운데, ‘()삼척시원자력산업추진협의회10명의 입장권이 돌아가게 된 이유다. 64일 공청회 개최를 공고하고 일주일 뒤인 11일까지 신청을 접수하기로 해 주민들에게 제대로 참여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에너지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몇몇의 토건사업자들과 핵발전으로 이익을 얻을 소수의 이익공동체를 위한 것인가? 이번 공청회는 사실상 시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될 때마다 지역주민들을 비롯한 이해당사자들과의 공론화과정은 매번 무시되었고, 밀실에서 정한 정부의 원안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전기사업법에 명시되어 있는 기초조사 및 의견청취의 실시는 사문화되었다. 정부에서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탈핵신문>은 핵산업계의 비밀주의에 대항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확대하자는 기획을 시작합니다. 강언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가 정보공개로 만드는 탈핵을 주제로 격월로 소식을 전합니다.

 

강언주(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2015년8월 9제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