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핵발전소 3호기 가동이 코 앞으로 닥쳐왔다. 지난 3월 26일 진행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회의에서 ‘신고리 3호기 운영허가 심·검사 보고서’와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사전검토결과보고서’ 등을 중심으로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해 ‘신고리 3호기 운영허가안’은 다음 회의에서 다시 다루기로 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우리나라에서 몇몇 핵발전소가 준공되기는 했지만, 신고리 3호기 가동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먼저 신고리 3호기는 ‘3세대 한국형 원전’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독자 모델이다. ‘APR(Advanced Power Reactor) 1400’이라 불리는 이 핵반응로(=원자로)는 기존 100만kW급 핵반응로를 발전시킨 형태로 발전용량이 140만kW에 이른다. 우리나라 최초의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의 용량이 58.7만kW이니, 고리 1호기의 2.4배에 이르는 발전용량을 갖고 있다. 또한 신고리 3호기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수출된 것과 같은 핵반응로이다. 즉 우리나라 최초로 수출에 성공한 핵발전소이기도 하다.
■ 신고리3호기 밀양송전탑 공사강행 이유였지만, 엉뚱하게 부품 위조 문제로 공사지연돼…
탈핵이란 입장에서 보았을 때, 신고리 3호기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먼저 밀양송전탑 건설 공사가 강행되던 2013년 5월, 정부는 신고리 3호기 완공에 맞춰 밀양 송전탑을 완공해야 한다며 송전탑 공사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 와중에 한전 부사장은 “2015년까지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패널티(지체보상금)을 물게 계약돼 있다”며,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가 핵발전소 수출 때문이라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한전 부사장은 “밀양 지역은 터가 세고, 반대측에 천주교와 반핵단체가 개입되어 있다”고 말해 한동안 논란을 일으키다 결국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밀양 송전탑 공사와 무관하게 신고리 3호기는 한수원 비리에 연류되어 공사가 지연된다. 부품 납품 과정에서의 품질인증서 위조 문제는 신규 핵발전소에도 예외없이 있었는데, 신고리 3호기 케이블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98% 공정률을 보이던 신고리 3호기는 1년 이상 케이블 교체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에 따라 신고리 3호기 가동 및 전력공급 명분은 사라졌지만, 밀양 송전탑 공사는 2014년 6월 강행되었다. 대안 노선에 대한 충분한 검토는 이뤄지지 않은 채, 명분없는 공사가 강행된 것이다.
■ UAE 핵발전소 수출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안전
한수원은 문제가 되었던 기존 케이블을 모두 교체하고, 운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며 원안위에 운영허가 신청서를 이미 제출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2015년 9월까지 신고리 3호기 가동을 하지 못할 경우 물게 될 지체 보상금(매월 건설비용의 0.25%)을 물게 되었다며, 원안위에 무언의 압박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금액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이다. 신고리 3호기는 기존 핵발전소보다 출력을 40%로 증가시켰고, 아직 한 번도 가동해 본 적 없는 핵발전소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랍에미리트에서도 ‘한국에서 먼저 가동할 것’을 계약조건으로 달았던 것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이와 함께 미국 핵규제위원회(NRC)의 승인을 받을 것을 함께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이 역시 아직 미해결 상태이다. 계약상 아랍에미리트의 핵발전소가 가동하는 2019년까지만 미국의 승인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특히 신고리 3호기가 건설되는 부산·울산 지역은 기존 핵발전소가 6기나 가동되어 있는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지역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통해 경험한 것처럼 단일 부지에 밀집된 핵발전소가 갖는 사고 위험은 더욱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수적이지만, 이 역시 충분히 검토되지 못했다.
순위 |
국가 |
핵발전소부지 |
핵반응로수 |
총설치용량(MW) |
1 |
한국 |
고리·신고리(부산·울산) |
7 |
6860 |
2 |
캐나다 |
브루스 |
8 |
6700 |
3 |
한국 |
한울(경북 울진) |
6 |
6216 |
4 |
한국 |
한빛(전남 영광) |
6 |
6193 |
5 |
우크라이나 |
자포로지에 |
6 |
6000 |
<세계핵발전소 규모>, 출처=그린피스
불과 몇 주 전까지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심사를 위한 서류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채 새벽에 기습적인 표결을 강행했던 원안위가 신고리 3호기 문제를 얼마나 꼼꼼히 볼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신고리 3호기의 설계 수명은 60년이다. 우리가 제대로 검토하지 않으면 그 후과(後果)는 우리 자식들을 거쳐 손자·손녀들에게까지 전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발행일 : 20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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