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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한울 관련)

울진군에 사용후핵연료 처분 지하연구시설. 순수 연구시설? 처분장으로 가는 지름길!

사진설명 :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 호로노베 심지층연구센터 홈페이지 중 일부 /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반입하지 않고,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연구시실지역은 장래에 처분장이 될 수도 없습니다

사진설명 :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지하처분연구시설
(KURT)조감도

 

 

 

울진군에 사용후핵연료 처분 지하연구시설

순수 연구시설? 처분장으로 가는 지름길!

 

이헌석 편집위원

 


 지하연구시설(URL)’

이 표현만 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지하에 있는 연구시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URL이란 영어 약자도 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 지하연구시험실이란 뜻이다.

그리고 이 시설이 뭘 연구하는 시설이냐는 질문에 지하환경(암반 변화특성, 지하수 유동변화)’ 등을 연구하는 시설이라고 답하면, 99.9%의 사람들은 그냥 순수 과학연구시설이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가게 된다.

실제로 울진군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SK건설이 울진군에 지하연구시설(URL)’을 짓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이 연구시설이 만들어지게 되면 연간 1만명의 관광객들이 학술, 연구세미나, 학생 수학여행 등으로 방문하게 되며고 이를 통해 지역건설업체 참여 등 고용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면 더욱 그럴 듯한 제안이 되는 것이다.

 

<사진설명 :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조감도>

 

 

<사진설명 :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 호로노베 심지층연구센터 홈페이지 중 일부 /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반입하지 않고,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연구시실지역은 장래에 처분장이 될 수도 없습니다”>

 

‘URL’, 사용후핵연료 처분 연구시설

계획이 착착 진행되던 중 사실은 지하연구시설이란 단어 앞에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지하연구시설이라는 점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하나씩 지하연구시설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사용후핵연료는 반감기가 10만년 이상에 이르고, 뜨거운 열을 계속 방출하기 때문에 처분방식을 둘러싼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깊은 지하의 경우, 그간 많은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지하환경에서 온도, 습도, 압력 등 물리적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혹시라도 방사능 물질이 샜을 경우, 암반 내에서 어떻게 확산되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각 국에서는 이 연구를 1970년대부터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2006년 대전에 한국원자력연구원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이 건설되어 현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지하처분을 연구하고 있으나, 대전 지하처분연구시설에는 사용후핵연료나 핵폐기물이 있지 않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암반의 특성을 연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실제 실험은 소금물이나 염료로 하고 있다.

 

순수연구시설이라지만, 울진에 들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럼 지하연구시설이 울진에 건설되더라도 큰 문제없는 것 아닌가? 지금 당장은 지하연구시설이 들어서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으로 전용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전혀 무관한 시설은 아니다. 수십년 동안 수천억원의 비용을 투자하여 연구한 시설을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논리가 항상 개입되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호로노베 지하처분연구소이다. 2000년 운영을 시작한 호로노베 지하처분연구소는 운영을 시작하면서 홋카이도와 해당 지자체와 협정을 맺어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방사성폐기물을 반입하거나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연구시설은 2020년경 연구가 끝나면 완전히 메우기로 합의하였다.

하지만 올해 4,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이사가 지역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연구 종결 후 시설을 다시 메우기는 아깝다는 발언을 하면서 지역내 반발을 사고 있다. 해당 지역 지질조건에 대해 충분히 연구했으며, 관련 연구시설까지 있는 상태에서 이를 모두 원상복구하기란 말그대로 아깝다는 것이다.

협정이란 양자가 합의하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투자한 비용과 입지조건 등을 고려할 때 새로운 인센티브나 조건이 나올 가능성도 높고, 현실론에 밀리면 미래의 일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울진은 1986, 1992, 1994, 2004, 2005년 등 우리나라 핵폐기장 반대운동 20년 역사에서 거의 매번 등장하는 지역이다. 이미 울진 1~6호기와 신울진 1~4호기 등 핵발전소 밀집단지가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에 있기도 하다. 이런 지역에 사용후핵연료 처분 연구시설을 제대로 실체도 알리지 않은 채, 은근슬쩍 건설하려는 발상자체가 황당하다.

 

 

상식적으로 잘 납득되지 않는 지하연구시설

더구나 SK건설은 이 계획을 3섹타 방식(민관합동 개발방식)’으로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민간자본으로 건설을 한 이후 소위 임대(lease)’ 형태로 연구시설을 빌려주겠다는 건데, 수익구조가 확실한 도로나 다른 공공시설과 달리 수요처가 한정적인 지하연구시설을 임대해 주겠다는 발상도 선뜻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울진 지하연구시설 계획은 아직 명확히 해명되지 않는 사안이 너무 많다. 특히 현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진행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갑작스레 드러나 사건이기에 의구심은 더욱 크다.

어느 나라나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관련 연구는 더욱 활성화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적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시설 특성상, 이런 사업의 추진은 매우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울진 지하연구시설을 둘러싼 논란이 말그대로 한바탕 소동이기를 바란다. 이로 인해 또 다시 많은 지역이 사회적 갈등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발행일 : 2014.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