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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한울 관련)

“30년 사는 동안, 방사능방재훈련 한 번 받은 적 없다니…”

울진군청 동문 앞에는 연말연시 분위기를 돋우려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꽃 모형들이 화려한 전선줄로 엮어져 서있는데, 11월 넷째 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퇴근 시간 무렵이면 그 장식물들 사이에 하나 둘 촛불이 켜지고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전기불과 촛불이라는 대비가 묘한 조화일 수도, 어색한 만남일 수도 있는 풍경이다.

 

지난 1115일 포항지역 지진이 발생했던 날, 울진에서도 강도 3.8의 지진을 겪어야 했던 주민들은 아직도 그 때의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핵발전소가 밀집된 곳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울진은, 현재 6(한울1~6호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7~8호기(신한울1~2호기)도 완성을 코앞에 둔 상태이므로, 주민들 입장에서는 단순한 지진 피해를 넘어서서 방사능 재해에 대한 불안이 공포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핵안사(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 사람들) 회원들을 비롯한 울진 주민 15~20명은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매주 촛불과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서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핵발전소 건설 시작부터 울진에서 살아온 지 30여 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된 방사능 방재교육이나 대피 훈련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안전과 생명 문제에 이토록 안이하고 무지할 수 있는가라는 분노와 부끄러움으로 모이게 되었다고 했다. 지역 주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에 대해 책임져야 할 당국과 한수원에 대해 앞으로 핵발전소 지역에 걸맞는 각별한 계획과 실제적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였고, 촛불 집회가 끝난 후에는 자리를 옮겨 자체 교육과 토론을 거친 결과, 그간의 형식적이고 부실했던 안전대책에 대해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활용한 행정 투쟁을 병행함으로써 탈핵 세상을 바라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사능 방재교육과 대피 훈련은 이미 지어진 핵발전소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책일 뿐, 안전을 위한 근원적인 해결은 탈핵을 향한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핵발전소 없는 세상을 만들어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주장을 유인물 5천장에 담아 각 가정마다 배포하는 홍보 활동을 벌이기도 하였다.

 

 

김명희(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 사람들)

탈핵신문 2018년 1월호 (제6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