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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기사, 핵폐기물

<10호>일본 롯카쇼에서 보는 재처리공장의 위험성

일본 롯카쇼에서 보는 재처리공장의 위험성

일본 핵연료사이클의 또 하나의 중심 롯카쇼 재처리공장

고노 다이스케 (편집위원)


 

지난 4월말 한국과 미국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의 문제에 대해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채, ·미원자력협정을 2년 연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려하여, 지난 호에서는 고속증식로를 중심으로 한 일본 핵연료사이클 계획에 대해 다루었다. 이번 호에서는 일본 핵연료사이클 계획의 또 하나의 중심인 롯카쇼 재처리공장에 대해 전한다. 

복습 -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란?

핵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에서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고 남은 우라늄235와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공정이다.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되는 플루토늄과 우라늄235는 각각 1.0정도고 나머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된다.

 

롯카쇼 재처리공장

일본원연주식회사(日本原燃株式会社, JNFL)가 운영하는 롯카쇼 재처리공장은, 혼슈(일본은 4개의 큰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그 중 가장 큰 섬을 지칭, 편집자주) 최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현에 있다. 1993년부터 건설이 시작됐고, 완공되면 사용후핵연료 최대처리능력이 연간 800톤으로 이것은 원자로 30기가 1년간 발생시키는 양이다. 여기서 연간 톤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계획이다. 제대로 가동된다면 말이다.

방금 완공되면이라고 썼다. 그렇다. 롯카쇼 재처리공장은 건설시작부터 20년이 지난 지금도 완공되지 않았다. 무려 20번이나 조업 시작이 연기된 것이다.

롯카쇼 공장부지 내에는 이밖에도 우라늄농축공장, 저준위방사성폐기물매설센터, 고준위방사성폐기물저장관리센터가 있고, MOX(Mixed-OXide fuel, 우라늄산화물 95%와 플루토늄산화물 5%를 섞은 혼합산화물연료)연료공장도 건설 중이다(2016년 준공 예정이지만 3.11 이후 1년 동안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에 더 늦을 가능성이 큼). 전체로 핵 복합단지를 이룬다.

 

산더미처럼 쌓인 기술적 어려움건설 20, 시운전 14, 아직도 조업 못해

새 규제기준 결정으로, 올해 안 조업 시작 가능성

패전국인 일본은 핵개발이 늦었다. 그래서 일본 재처리공장은 프랑스의 기술로 건설됐다. 일본 최초의 재처리공장인 도카이 재처리공장을 운영하며 기술을 익혀, 롯카쇼공장을 독자기술로 지을 생각이었으나 결국 롯카쇼도 프랑스가 지어줬다.

2001년부터 시험운전을 시작했고, 2006331일에 그 최종단계인 액티브시험(조업시험)을 시작했다(일본의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이 날에 시작한 것은, 2007년도 예산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는 2007년에 시험을 끝내고 같은 해 안에 조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문제가 다수 발생해 액티브시험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시험운전에만 무려 12년이나 걸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유일한 국산기술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유리고화체 제조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유리고화체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유리와 함께 녹여서 스테인리스용기에 부어 넣어서 굳힌 것이다. 백금족원소가 유리를 녹이는 용해로 바닥에 가라앉아 퇴적하고, 용해로 벽면을 이루는 벽돌의 깨진 부스러기가 용해로에서 스테인리스용기에 녹은 유리를 부어넣는 꼬리 부분을 막곤 했다.

그런데 지난 527, 일본원연주식회사는 그 유리고화체시험이 끝났다고 발표했다. 올해 3월경에는 금년 10월에 준공 예정으로 발표한 바 있다. 애초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새 규제기준 결정을 올해 12월로 발표했었다. 롯카쇼 재처리공장도 이 새 기준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년 10월 조업 시작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새 기준이 예정보다 6개월 이른 지난 619일에 결정되자 10월에 조업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상적으로 방사성물질 대량배출3·11 때도 위험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사람이 가까이 가기만 해도 즉사할 정도로 강한 방사선을 쏜다. 재처리 과정에서는 그러한 사용후핵연료를 나름대로 여러 겹의 방벽으로 보호된 원자로에서 연료를 둘러싼 피복관과 함께 잘게 자른 다음, 질산에 녹이는 방법으로 방벽 바깥으로 꺼내 노출시킨다. 이것만으로도 재처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하는 재처리공장은 일반 핵발전소보다 훨씬 많은 방사성물질을 환경 속으로 퍼뜨린다.

롯카쇼 재처리공장의 경우, 하루에 핵발전소 1년분만큼이나 방사성물질을 방출한다고 한다. 게다가 기술적으로 처리가 가능한 방사성물질마저 아무런 처리도 없이 말이다. 예로 크립톤85, 트리튬3(삼중수소), 탄소14를 들 수 있다. 크립톤은 상온에서는 기체지만 영하 152이하까지 식히면 액체가 되기 때문에 포착이 가능하다. 트리튬은 수소로 분리한 다음에 거기서 질량 차이를 이용해서 농축하여 포착할 수 있다. 탄소14는 수산화나트륨과 반응시켜 고체로 만들어 포착할 수 있다. 그러나 롯카쇼에선 필터로는 제거할 수 없습니다. 충분한 확산·희석효과를 가진 높이 약 150m의 주배기탑과, 해안에서 약 3km 떨어지고 수심 44m에 있는 해양방출구에서 방출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포착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나도 하지 않고 모두 방출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들 개 방사성물질이 일반시민에게 미칠 피폭량은 전체 피폭량의 70에 이른다.

이처럼 허술한 것은 재처리공장이 원자로등규제법의 농도규제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트리튬의 경우, 롯카쇼 재처리공장은 하루에 60TBq(테라베크렐. 테라는 1)을 바다로 방출할 예정이다. 이에 비해 원자로등규제법에서 정해진 방출허용농도는 1ml60Bq이다. 그만큼 희석하려면 하루에 물이 100만톤이나 필요하다. 또 일본원연주식회사의 주장대로 해안에서 약 3km 떨어진 수심 44m’의 바다 밑에서 버리면, 그 방출구 부근이 높은 농도로 오염될 뿐이지 바로 충분한 확산·희석효과로 해양 전체에 퍼져서 농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바로 퍼진다해도 그것은 의도적으로 해양오염을 일으키는 짓이다.

또 방사성물질은 종류에 따라 몇 만년, 몇 억년이나 방사선을 계속 내기 때문에 피폭피해는 방출한 방사성물질의 총 누적량에 비례한다. 그럼에도 일본원연주식회사는 방출한 방사성물질이 마치 연말에 방사선이 사라지는 것처럼 가정해서 피폭피해를 예측했다. 1년간의 방출량과 피폭피해가 비례한다는 주장이다.

후쿠시마 처럼 지진 등의 자연재해도 고려해야 한다. 롯카쇼에는 일본 전국의 핵발전소에서 가져온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저장조가 있는데, 2011년 말에는 이미 전체 용량 3000톤을 거의 채우는 양이었다. 이것은 사고 당시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14호기에 있던 연료봉 총량이 약 730톤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가를 알 수 있다. 그것을 물로 계속 냉각시켜야만 하는데, 3·11 때엔 후쿠시마와 마찬가지로 외부전원이 상실됐고 비상용 디젤발전기도 1대가 고장났다. 자칫하면 롯카쇼도 대사고를 일으켰을 수 있다.

 

채산성은 무시한 채, 계속 증가하는 막대한 비용

롯카쇼 재처리공장은 93년 당시, 건설비 7600억엔이라 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쏟아부은 건설비는 22000억엔이며, 더군다나 2003년 발표에선 추가로 운전, 보수, 공장해체, 폐기물처리비용까지 합쳐 총 11조엔에 이른다고 했다. 그런데, 이 금액은 공장이 계획대로 40년간 가동률 100로 돌아갈 것을 전제로 삼았다. 하지만 최초의 재처리공장인 도카이 재처리공장은 운전을 시작한 1977년부터 2005년까지의 가동률이 18.5에 지나지 않는 것을 보니, 가동률 100는 그림의 떡인 듯하다. 따라서 롯카쇼의 비용은 예상보다 훨씬 더 들 것이다.

게다가 이 11조엔을 포함하여 핵연료사이클의 뒤처리비용이 19조엔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지난 호에서 다뤘던 몬주의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재처리는 본래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핵무기 개발국가들은 채산성을 도외시하고도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롯카쇼 재처리공장은 (적어도 명목상은) 상업용 시설이다. 상업시설은 제품을 가능한 한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 지상명령일 테다. 가령 롯카쇼 재처리공장이 가동률 10040년 동안 가동된다해도 사용후핵연료 톤당 재처리비용은 4억엔이다. 한편, 일본은 지금까지 재처리의 대부분을 프랑스 AREVA NC(COGEMA, 프랑스핵연료회사)BNGS(BNFL, 영국핵연료회사)에 위탁해 왔는데(2011년 시점에서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 중 80가까이가 영국과 프랑스에 보관돼 있음), 그 비용은 사용후핵연료 1톤당 2억엔으로, 롯카쇼의 절반에 불과하다. 채산성 면에서 봐도 롯카쇼 재처리공장의 파탄은 분명하다.

포착할 수 있는 방사성물질을 포착하지 않고 자연에 퍼뜨리는 것 또한 이미 엄청난 금액이 돼 버린 건설·운영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라는 이유라고 해도 틀림없다.

 

고준위폐기물 최종폐기장은 미정폐기물을 증가시키는 재처리공장

롯카쇼 재처리공장에 함께 건설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저장관리센터에는 영국과 프랑스의 재처리로 발생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유리고화체로 보관되어 있다. 그 시설의 총용량은 유리고화체 2880개로 20132월 현재 1442개가 이미 들어 있다. 그런데 거기는 어디까지나 중간저장시설이다. 최종적인 폐기장으로 반출될 때까지 3050년 동안 냉각·저장될 뿐이다. 아오모리현은 지사가 90년대에 최종폐기장 건설을 거부한 바 있다. 일본정부 과학기술청은 이에 대해 “(아오모리현) 지사의 뜻에 반해서는 (아오모리현이) 최종폐기장으로 선정되지 않는다고 문서로 답했다. 역대 지사들은 이 방침을 지켜 왔다.

2000년에 제정된 특정방사성폐기물 최종폐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일본정부의 계획에 의하면, 203337년 사이에 최종폐기장 운영을 시작하게 돼 있다. 이에 맞춰서 201317년 사이에 정밀조사지구를 선정하고 202327년 사이에 건설지를 결정해야 한다. 또 이 법에 의하면 정밀조사지구 선정은 그 전 단계로 문헌조사와 개요조사를 거쳐야 한다. 이 법에 따라 설립된 고준위방사성물질 처리의 사업주체인 원자력발전환경정비기구(NUMO)2002년부터 정부교부금을 미끼로 문헌조사에 응하는 기초자치단체를 모집하고 있다.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가 몇 군데 나타나긴 했지만, 그 때마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유일하게 응모한 지자체도 지자체장이 의회와 상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응모했다가, 선거에서 낙선돼 결국 응모가 취소됐다.

결국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갈 곳이 없어 각 핵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재처리 방침이 철회되면 이것은 그대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임)는 거의 꽉 차 있다. 아직 재처리되지 않은 사용후핵연료를 유리고화체로 환산하면 2009년 시점에서 이미 2만 개를 넘었다. 롯카쇼에서 재처리가 시작돼도 최종폐기장은 커녕 중간저장시설마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핵발전소는 화장실이 없는 아파트로 자주 불리는데 재처리 역시 마찬가지다.

추진파는 재처리하면 폐기물이 줄어든다며 그것을 재처리 추진의 이유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유리고화체로 만들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부피가 작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저준위방사성폐기물이 대량 발생한다. 도카이 재처리공장의 경우, 재처리 전 사용후핵연료에 비해 재처리 후엔 양이 약 40배가 됐다. 또 재처리공장은 조업을 종료하면 공장 자체가 거대한 방사성폐기물이 된다. 이것을 포함하면 재처리는 재처리 전 사용후핵연료의 200배의 폐기물을 만든다는 계산도 있다.

저준위라고 해도, 가까이하면 즉사하는 고준위와 비교해서 한 말이다. 후쿠시마사고에서 고준위오염수의 보관장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며, ‘저준위오염수를 바다로 버려 심각한 해양오염을 불러일으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재처리 허락한 것은 미국그러나 여전히 경계심도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롯카쇼 재처리공장 조업이 한국의 우라늄농축과 재처리에 대한 욕구를 북돋우고 중국의 재처리공장 건설에 동기를 부여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플루토늄 대량보유라는 안 좋은 전례를 제공한다며, 미 오바마 정부가 경계해서 그 뜻을 이미 일본정부에 전했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일본이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미·일원자력협정을 통해 그것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이 협정은 2018년에 유효기한을 맞이한다. 미국과 일본 어느 쪽에서도 종료통보를 하지 않는 이상 자동적으로 연장되지만, 미국의 경계심이 커질 경우 종료나 재처리 조항 개정도 있을 수 있다. 일본이 재처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잉여 플루토늄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국제공약을 지켜야 한다. 고속증식로계획이 사실상 좌절된 오늘, 잉여 플루토늄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플루서멀계획에 따라 기존 핵발전소에서 플루토늄을 연료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지난 호 참조). 한편, 지난 원자력규제위원회 새 규정기준 결정을 받아 7월 중에 재가동 신청이 예정된 6개 핵발전소 12기 중, 4개 핵발전소 5기가 2009년 단계에서 플루서멀 실시계획이 있던 발전소다. 재처리에 대한 욕망과 국제공약 사이에서 안전이 간과되고 있다.

 

발행일 : 201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