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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평화, 해외

소형 모듈식 원자로가 기후위기에 대응 못 하는 이유

* <비욘드 누클리어 인터내셔널> 2021년 5월 9일자에 아잔 마키지니와 MV 라마나가 쓴 글을 요약했습니다.

 

 

소형모듈형 원자로’(SMR)300메가와트(MW) 미만의 전기를 생산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1000 ~ 1600MW 범위의 일반 원자로보다 몇 배나 적다. 표준화된 개별 모듈은 작지만, 일반적으로 단일 발전소 사이트에 몇 개의 모듈 설치가 요구된다. 핵산업과 미국 에너지부는 기후변화의 심각한 영향을 막기 위해 SMR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SMR은 이러한 목적을 위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기술일까?

 

대답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요소는 시간과 비용이다. 이러한 요소들로 SMR을 두 가지 넓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미국의 현존 원자로와 동일한 일반적 기술 및 설계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경수로로, 이는 이론상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게 인증 및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범주는 연료 설계, 액체 나트륨이나 용융염 사용 등 넓은 범위의 새로운 기술들을 이용하는 원자로다. 하지만 두 측면 모두에서 SMR에 대한 전망은 좋지 않다.

 

 

경제성과 규모

 

원자로는 규모의 경제 때문에 크게 만들어진다. SMR 보다 3배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로에 3배 많은 강철이나 3배 많은 작업자가 필요한 게 아니다. 작은 규모가 갖는 이러한 경제적 불리함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미국에서 건설된 많은 소형 원자로의 조기 폐쇄 이유 중 하나였다.

 

뉴스케일 SMR의 예상도

 

SMR 지지자들은 모듈화와 공장식 제조가 소형원자로의 불리한 경제성을 벌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자로 부품의 대량 생산과 조립라인 제조는 비용을 절감할 것이다. 더욱이 킬로와트 당 비슷한 비용은 각 소형 원자로의 비용을 훨씬 낮게 만들어서 구매자의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러한 대량 생산의 길은 험난할 것이다. 제조업체가 생산 효율성을 개선하고 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빨리 배울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인 가정에도 불구하고, 대형 원자로에 대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정도로 수천 기의 SMR이 지어져야 한다.

 

역사를 참고한다면, 킬로와트 당 자본 비용은 전혀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 가장 많은 원자로를 가진 두 국가 미국과 프랑스의 학습률은 마이너스였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원자로는 이전 원자로보다 더 비쌌다. 그리고 훨씬 크기가 작기 때문에 SMR 1기당 비용은 낮아 지지만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원자로가 단일 사이트에 설치되기 때문에 구매자의 총 프로젝트 비용은 다시 증가한다.

 

 

대량 제조 측면

 

대량 생산된 원자로의 오류로 인해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면 보잉737이나 787제트기 사례처럼 전체가 리콜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방사능 원자로를 어떻게 리콜할 수 있을까? 어떤 공장에서 만들어진 원자로의 전기 시스템이 문제라서 리콜되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들은 핵산업이나 에너지 정책가들에 의해 다뤄진 적이 없고, 실제로는 제기된 적조차 없다. 그러나 리콜은 스마트폰부터 제트항공기에 이르기까지, 대량 제조에서는 예측 가능하고 항상 발생하는 성격의 것이다.

 

문제는 단지 이론적인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뉴스케일 원자로를 포함하여 다수의 SMR 경수로 설계는 증기발생기를 원자로 용기 내부에 배치하기 때문에 교체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증기발생기에 문제가 생기면 원자로는 영구 정지될 수 있다. 또한, 모듈식 건설 방식을 특징으로 하는 웨스팅하우스 AP1000 원자로는 미국과 중국에서 건설될 때 상당한 비용 초과와 일정 지연의 문제를 겪었다. 모듈식 건설은 에너지 공급사가 약속한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량 생산의 필요성은 닭고기와 달걀 문제를 야기한다. 공장들이 없으면 SMR은 규모의 경제 부족을 벌충하기 위한 전략의 핵심인 이론적인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없다. 그러나 비용 절감 없이는 애초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많은 주문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SMR 기록

 

SMR의 더 큰 사촌 격인 뉴스케일 프로젝트의 총비용은 콘크리트가 타설되기 훨씬 전인 2015년 약 30억 달러에서 202061억 달러로 이미 증가했다. 이러한 비용 상승 패턴은 다른 개념의 SMR, 특히 경수로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설계에서도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MR보다 약간 큰 345MW급 나트륨 냉각로는 195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약 천억 달러가 지출되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상업적 실패를 겪었다.

 

이러한 설계에 대한 안전 승인 과정은 더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대부분의 경우 안전 및 사고 유형이 설계에 따라 다르기에 인증 과정에도 몇 년이 걸린다. 예를 들어, 고온 가스-흑연 원자로의 한 가지 위험은 멜트다운이 아니라 화재다. 참고로 친숙한 경수로 설계인 뉴스케일 SMR의 경우만 해도 개발과 인증 비용으로 약 15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SMR은 닭과 달걀 경제 문제를 갖는다. 대량 주문 없는 대량 제조 서플라이 체인은 불가능하고, 서플라이 체인 없이는 대량 주문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SMR의 경제적 전망이 어려운 가운데, 풍력 태양광 등의 비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더욱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문사 라자르는 유틸리티 규모의 태양광 및 풍력 비용을 MWh당 약 40달러로, 그리고 핵발전은 4배 높은 160달러로 추산한다. 이는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에 대비하기 위해 수요 대응 및 저장과 같은 보완 기술을 사용하기에 충분한 차이다.

 

SMR 지지자들은 핵발전이 풍력 또는 태양광 등이 점유율을 높이는 동안 보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구성은 상당한 비용을 초래한다. 원자로는 규모가 작든 크든 고정 비용이 높기 때문에 변동성에 대응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것이 핵발전이 기저 부하 전력원으로 사용된 이유다. 한편, 해수를 담수화하는 등 다른 용도로 SMR을 사용하는 것 역시 에너지 공급 비용의 측면에서 경제적일 수 없다.

 

 

SMR과 기후위기

 

기후 문제는 시급하며, IPCC 및 기타 국제기구는 기후변화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막기 위해 향후 10년 안에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향후 10년 동안의 SMR 기여는 본질적으로 제로일 것이다. 최초의 SMR이 건설되고 테스트 된 후 전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이후 SMR의 미래도 밝지 않다.

 

에너지부는 지난 세기부터 SMR을 추진해 왔다. 2001년에 에너지부의 핵에너지 사무국은 특정 기술 및 인허가 문제가 해결된다면 경제적일 가능성이 있고 10년이 지나기 전에 건설 가능한” SMR 설계가 거의 1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 장밋빛 전망에서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가장 앞선 설계인 뉴스케일의 공식 배치 시기는 2029년에서 2030년 정도다. 이 일정조차도 원자로 내부의 증기발생기 등 안전 문제를 확인해야 하기에 매우 불확실하다.

 

결국 SMR이 탄소 없는 전기 시스템으로의 신속한 전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전망은 없다. SMR이 대형 원자로와 비용 동등성을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길이 될 것이며, 그 비용은 여전히 ​​너무 높을 것이다. 기후 친화적인 에너지 시스템으로 가는 길에서 시간과 돈 모두가 매우 부족하다.

 

번역과 요약: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6월(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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