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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평화, 해외

핵 없는 탄소중립이 현명하고 현실적인 길

어둠의 기예로 연명하는 핵산업 고발 보고서

 

 

핵발전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훨씬 나은 방법들을 무시하면서 어떻게 수명을 이어가는지를 폭로하는 저명한 환경운동가의 보고서가 나왔다.

 

핵산업계는 핵발전이 저탄소 전력원이기 때문에 기후변화 해법의 일부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 지구의 벗 대표를 역임한 조너선 포릿은 <핵 없는 탄소중립>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를 강력히 반박했다. 그는 핵산업계가 실제로 기후변화와의 싸움을 방해하고 있으며, 새로운 유형의 원자로가 해법이라는 주장은 이전의 약속들과 마찬가지로 과장이거나 환상이라고 말한다. 개인 발간 보고서임에도 그린피스, 지구의 벗, 녹색당 등에 의해 주목을 받았다.

 

<핵 없는 탄소중립> 개인보고서를 낸 조너선 포릿

 

핵산업이 찬핵 선전으로 정치인과 미디어를 현혹하는 일부 환경 싱크탱크와 에너지 전문가를 지원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지금, 그의 분석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포릿은 18개국의 46개 집단이 이러한 어둠의 기예(dark arts)’에 나서고 있다고 제시하며, 이런 로비스트와 광고 전문가들의 군대 덕분에 핵산업계가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수행한 균등화 발전원가(LCOE) 분석을 보면 풍력(30~63파운드)과 대규모 태양광(27파운드)은 지속해서 저렴해지는 반면, 핵에너지(121파운드)는 가장 비쌀 뿐 아니라 지난 10년간 26%가 비싸졌다. 또한,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재료를 고려하면 핵발전은 탄소중립 목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영국 정부와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모든 주요 야당들이 친핵 입장이고, 대중적인 토론이 억압되며, 정부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인 에너지 효율화를 간과한다. 하지만 영국에는 풍력과 태양광 및 조력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포릿은 새로운 핵발전에 대한 미련 없이 100% 재생가능에너지에 도달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소형 모듈 원자로, 핵융합, 그린 수소 같은 이른바 신기술이 적용된 핵에너지를 살펴보아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보고서는 핵폐기물과 폐로 문제, 잠재적 테러 같은 문제들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의 영향에 따른 핵발전소 안전 문제들도 다룬다.

 

포릿은 자신이 1970년대부터 핵에너지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핵산업계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그럼에도 핵에너지에 대해 정치인들이 지금도 열광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의 비판에는 정치인과 핵산업의 수장들만 대상이 되는 게 아니다. 재생가능에너지에서 보다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음에도, 노동조합이 강력히 존재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신규 핵발전소를 옹호하는 노동조합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에너지는 더 비싼 전기를 생산하면서 더 적은 일자리를 제공할 뿐이며, 핵폐기물은 세대 간 부정의를 낳기 때문에 정의로운 전환에 기여할 수 없다.

 

포릿의 보고서는 유럽에서도 신규 핵발전소에 유독 열정적인 영국의 핵에너지 프로그램을 겨냥한 것이다. 나아가서 그는 핵 없는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더 빠른 발걸음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5월(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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