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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 방사성 물질(La Cosa Radioactiva)

∥영화로 만나는 탈핵

 

시민과 소통하는 과학과 예술의 힘

 

 

방사성 물질(La Cosa Radioactiva), 세르지오 갈란, 알레한드로 페레즈 (스페인, 2013년, 다큐멘터리, 30분, 스페인어/영어자막)

 

다양한 경력을 가진 시민 활동가와 예술가들이 스페인 마드리드에 모였다. 텔레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 설계 전공자, 경제학과 저널리즘 이론가,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자, 사진과 비디오 아티스트, 오픈소스 운동가 등이다.

 

후쿠시마 사고 1년 후, 이들은 스페인의 과거와 현재의 핵관련 시설을 찾아다니며 방사능을 측정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실험을 진행한다. 필요한 무기도 스스로 만들었다. 오픈소스 설계를 가지고 만든 방사능 측정 회로, 여기에 연결하는 가이거 측정기 앱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그리고 방사능 수치를 시각과 청각으로 표현하는 레이저 빔 장치 등이다.

 

 

 

 

이들이 측정한 핵발전소 용수 공급원의 방사능은 높지 않았지만 핵물질이 무단으로 처리된 옛 부지에서는 높은 경고음이 울렸다. 핵폐기물 처분장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시골 마을에서 격론이 벌어지는 장면도 담긴다. 핵발전을 지속하는 어느 나라가 그렇듯, 스페인에서도 정부는 정보를 차단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며 시민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워 한다. 마을 광장에서 펼쳐지는 예술가들의 영상 쇼는 주민들의 관심과 토론을 자극한다.

 

제작팀은 여기에 에너지 민주주의를 위한 정보 민주주의, 그리고 대중의 인식으로 다가가는 시민과학의 몫이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진 시민들은 더 강력한 목소리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한 인터페이스와 코드를 이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방사능에 대해 배우는 데 이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결국 제작팀의 의도는 방사능과 함께 산다는 것이 어떨지 상상하도록 자극하고, 그것이 시민들의 에너지 인식과 행동에서 변화로 이어지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 전역에 비가 내렸을 때 이를 맞아도 될지 불안해하던 우리들, 그리고 수입 생선과 가공품에서 방사능에 대한 정보 부족을 절감하며 스스로 돈을 모아 시민방사능감시센터를 만들었던 이들도 떠오른다. 이 영화는 2015년 우라늄영화제 최우수 단편 다큐멘터리상인 옐로우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4월(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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