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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정말 삼중수소가 바나나만 못하나?

정말 삼중수소가 바나나만 못하나?

- 글쓴이: 이준택 전 건국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핵발전소 주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어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작 원인 제공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자신들이 조사한 결과로는 기준치 이하이니 안전하다고 하고 이에 대하여 핵산업의 후원자들은 본질은 뒷전으로 한 채, 자신들의 전문적인 지식을 도구로 하여 일부 언론사와 결탁해 곡학아핵(曲學阿核)을 하고 있다.

 

삼중수소(H-3, 혹은 T-3)는 수소의 동위원소로 일반적인 수소(H-1, 99.9885%)와 중수소(H-2, 혹은 D-2, 0.0115%)보다 극히 적은 양(1,000조 분의 1%)이 존재한다. 안정된 두 동위원소에 비해서 불안정한 삼중수소는 방사능을 갖는 핵종으로 베타붕괴(전자, 베타선을 방출) 과정을 거쳐서 헬륨으로 변환되며 반감기는 약 12.3년이다.

 

삼중수소는 자연에서는 지구를 향해서 날아오는 우주선과 대기중의 질소와 반응하여 생성되고, 50, 60년대 핵실험의 결과 생성되어진 것과 핵발전소를 포함한 핵관련시설에서 만들어진다. 여기서 자연에 존재하는 두가지 요인 외에 현재진행형인 세번째 요인으로 핵관련시설에 대해서 독일 KfK(Kernforschungszentrum Karlsruhe, 칼스루에 핵연구소)의 자료를 참조해 본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여러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의 양을 출력 1GW(1,000MW)로 규격화한 양에 관한 독일 KfK(Kernforschungszentrum Karlsruhe, 칼스루에 핵연구소)의 자료(kfK 5050)에 의하면 핵발전소 출력 1GW(e)에 대해서 연간 발생하는 삼중수소의 양을 아래와 같다(1).

 

표1. 출력 1GW당 삼중수소 발생량. PWR(가압수로, 혹은 경수로), PHWR(중수로)

 

월성 2, 3, 4호기의 총출력은 약 1.9GW로 삼중수소는 액체상태로 551TBq, 기체상태로 1,270TBq로 추정한 양이다.

 

월성핵발전소에서 배출된 삼중수소의 양을 원자력안전위원회 자료(2016)로 액체 23TBq, 기체 120TBq로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삼중수소제거기(TRF, Tritium Removal Facility) 가동으로 인한 감소결과로 추론해 본다.

 

마시는 물에 대한 삼중수소의 양에 대한 미국 환경청(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ies)의 기준치는 20,000pCi/L (SI 단위로 740Bq/L)로 핵관련 시설과 관련이 없는 강과 해양의 삼중수소의 양 0.11 ~ 0.89Bq/L에 비해서 800 ~ 6,700배 이상이다. 2012년 강화된 독일의 경우(독일연방 소비자보호시행령, TrinkwV Anlage 3a) 100Bq/L이고 우리나라는 환경부에서 음용 가능한 지하수기준치 6Bq/L로 정해져 있다(2). 한수원, 원안위 등에서는 이 기준을 수용/적용하지 않는 듯하다.

 

표2. 국가별 음용수의 삼중수소 기준치

 

우선 한수원에서 조사하였다는 곳을 보면 경주, 울산, 봉길, 나산으로 월성 핵발전소에서 1.6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그런데 정작 조사가 필요한, 이주하고 싶어도 못하는 핵발전소 인근지역, 특히 발전소로부터 1km도 채 안되는 914m에 위치한 곳에 거주하는 가구도 있다. 의료진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환자가 오른쪽 무릎이 아프다는 데, 좋다는 장비로 왼쪽 어깨와 오른쪽 팔꿈치를 검사해 보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삼중수소 혹은 삼중수소에 오염이 된 물은 지하수의 형태로 발전소 부지 밖으로 배출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디서 어떤 경로로 얼마나 방출이 되었을 것을 밝혀주는 것은 원인 제공자인 한수원의 몫이다. 특정한 방사성 물질을 식물에 주어 자라게 한 다음에 식물의 뿌리, 줄기, 꽃 또는 열매 등 그 물질이 어디에 많이 분포하는 지, 방사능이 추적자(Tracer)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칭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고,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핵발전소가 삼중수소가 어떻게 되어서, 어디로 나와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 어디로 누적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운영을 한다면 즉각 핵발전소 운행을 멈추어야 할 것이다. 경제적이라는 것은 한수원을 포함한 핵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경제적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마시거나 농사를 짓는 데 사용하는 지하수, 하천수에 HTO, 호흡을 통하여 공기중에 수중기와 함께 삼중수소(H-3)HT의 형태로 직간접적으로 인체에 내부피폭이 되는 것이 문제였다. 교수가 전공학생들에게 강의 시간에나 사용하면 되었을 멸치(Po-210)와 바나나(K-40)는 끄집어 내어 세간의 이목을 다른 데로 돌리는 지대한 역할을 하였을까?

 

여러 번 거론이 된 멸치는 그 실험 데이터 자체의 신뢰도가 지극히 낮으니 바나나를 보자.

 

지구상에서 토륨(Th-232)과 우라늄(U-238) 다음으로 많이 존재하는 K-40K의 동위원소 중의 하나로 0.0117%가 있다(K-39 93.26%, K-41 6.73%). 몸무게 약 70kg인 사람의 경우 인체 내 칼륨(K)의 양은 175g으로 바나나(K도 포함한) 하나의 무게보다 크다. 바나나 한 개가 120g이면 그 중에서 K의 양은 0.44g이다. 삼중수소보다 위험한 바나나를 조심해야 한다? 이런 논리라면 바나나에 있는 칼륨(K)의 양은 0.44g이고, 사람에게 있는 칼륨의 양은 175g이니 '사람'을 더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바나나에도 있다는 K 중에서도 K-40의 위해도(위험도?)와 삼중수소에 대한 비교이다.

 

삼중수소는 베타붕괴를 하여서 He-3, 베타선을 방출하는 데 그 에너지가 0.019 MeV이다. K-40 대부분(89.28%) 베타붕괴를 하여서 Ca-40으로 붕괴하고 그 에너지는 1.311 MeV, 10.72%전자포획(Electron capture)을 하여 Ar-40으로 변하고 방출에너지는 1.505 MeV이다[그림 1, 3]. 여기까지 보면, 10% 남짓한 K-40 Ar-40이 압도적으로 삼중수소의 경우보다 위험하다.  

 

 

K-40은 극히 낮은 확률(0.001%)로 베타+(일반적인 베타붕괴는 베타-)붕괴를 하나 관건의 대상은 아니다.

 

필자는 과거에 테바트론(Tevatron*)CERN**SPS, LHC등 입자가속장치와 여러 해 실험을 해왔고, 그 입자들의 에너지는 수백GeV ~ 십여TeV(2021년에는 14TeV에정)이다. 또한, 몇 년 전 관측된 우주선의 에너지가 320 EeV에 달한다고 했다(Fly’s Eye 실험). 현존하는 최대의 입자가속장치에서 발생되는 입자는 물론 그보다 수백 배 이상 큰 에너지의 우주선이 우리의 몸을 통과하는 수도 있다. 다만, 통과할 확률도 작지만, 통과를 한다고 해도 너무 빠르게 지나서 우리 몸에서 채 상호작용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핵반응에서 U-235가 고속중성자[0.5MeV이상]보다 감속이 된 열중성자[수십meV]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듯이).

 

그런데, 뜬금없이 나온 에너지가 큰 입자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다양한 방사선에서도 적용이 된다. 충분히 의도된 바 바나나 얘기로 월성핵발전소 주변의 심각한 삼중수소 논란을 덮어버리려는 모 교수와 이에 동조하는 일부 언론이 바나나에도 있다는 K-40의 붕괴에너지는 1.311 MeV (혹은 1.505 MeV) 그리고 이보다 적은 삼중수소0.019 MeV는 다루었지만, 현재까지 아무도 이 두 방사성동위원소들의 방사능의 세기(단위시간당 붕괴되는 수 - 방출되는 방사선의 양, SI단위로 Bq)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약 12.3, K-40의 반감기는 124800만년이다. 방사능의 세기를 구하려면 먼저 붕괴상수를 계산한다. 붕괴상수(l)는 공통의 0.6931(ln2)을 각각의 반감기로 나눈 것이니 당연히 전자 삼중수소(H-3)가 클 것이다. 비교를 하기 위해서 같은 양 1g 경우를 비교해 본다. 계산결과는 두 핵종의 방사능의 세기는 삼중수소 약 358 TBq, K-40 265 kBq로 삼중수소가 무려 135천만배 크다. 삼중수소는 K-40보다 13억배나 더 방사선을 방출할 확률이 크다. 방사성 붕괴법칙에 의하면 방사능의 세기는 붕괴되어질 핵의 양(숫자)에 붕괴상수를 곱한 값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3).

 

표 3. *Sp. Activity: 40K 264.976MBq/kg

 

1896년 베크렐(A. Becquerel)에 의해서 최초로 발견된 방사능은 불안정한 핵이 안정된 상태로 핵이변환이 되는 과정에서 큰 에너지의 방사선/입자를 방출하면서 붕괴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1938년 한(O. Hahn) 등에 의해서 인류 최초로 우라늄 핵을 분열시킨 이후, 인류가 전쟁을 하기 위해서 핵분열을 짧은 시간에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핵무기를 만들어서 사용하였고, 그 과정에서 핵폭탄의 재료를 얻기 위해서 핵반응로(Nuclear Reactor)를 만들었다. 그 이후 이 핵반응로를 변형하여 전기를 만드는 장치 핵분열을 시켜서 그 에너지로 물을 끓여서 증기를 만들어서 터빈을 돌리는 변형된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라고 한다.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핵분열을 시키면 분열되기 이전의 연료물질인 우라늄핵 자체는 중성자가 양성자보다 약1.5배 더 많아서 불안정한 상태이다. 자연계에서 대부분의 안정된 핵종들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거의 비슷하거나 중성자가 약간 많은 정도이다. 핵분열 생성물질들(우라늄 핵의 쪼개진 조각들)은 핵분열 직후 거의 분열되기 전의 중성자비(양성자의 1.5)로 극히 불안정한 상태여서 다양한 형태로 중성자를 양성자로 변환시키면서 전자를(베타선)방출을 하는 경향이 많다. 중성자는 양성자에 비해서 0.2% 질량이 크다(더 높은 에너지 상태). 따라서 많은 경우 베타선을 방출하면서 붕괴를 하고 경우에 따라 여러 회 베타붕괴를 하고 감마선을 방출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큰 에너지의 방사선에 대해서 인류는 아직 답을 얻지 못하였다. 방사능으로부터 멀리 거리를 멀리하거나 투과하지 못하는 물질로 차폐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자연에서 생성되는 방사능은 어쩔 도리가 없지만, 인공적으로 생성이 되는 방사능의 원천인 핵분열을 더 이상 시키지 알아야 한다. 핵발전소를 멈추어야 한다.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기준, 법칙 등 '이론'이 실제 주변 주민들에 대해서 일어나는 상태 즉, '실험'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그 이론은 틀린 것이다. 실험 사실을 설명해주지 못한다면 다른 이론을 채택해야 한다

 

방사선방호에 대한 국제기구인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1965년 ALALA(as low as readily achievable-합리적으로 가능한 낮은 수준으로)라는 '용인할 수 있는 위험, 사회적경제적 이익을 고려해서 방사선 피해/위험을 감수/수용하라'는 권고안을 냈다. 아마도 이는 핵관련 업계를 위한 권고안이 아닌가?

 

허용이 되는 피폭량이 생물의학적인 판단이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요인으로 더 나아가서는 정치적인 고려대상이 된다는 것인가?

 

정작 그 이익이 직접적으로 핵관련 산업계, 관련학문 전공자와 일부 공생관계에 있는 언론과 정치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가?

 

핵관련시설에서 일하는 현장종사자(특히 고용직/비정규직 근로자들)와 그 주변에 거주하면서 고스란히 방사선 피폭을 받는 일반시민들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박탈당해야 하는가?

 

헌법 34조와 35조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참고]

방사능의 세기는 단위시간 동안에 붕괴되는 횟수로 정의하는 바 라듐(Ra) 1g이 내는 방사선의 수(붕괴되는 수)로 약 3.7x1010/s1Ci(큐리)라고 정의를 하였고, 오늘날의 SI(국제)단위로는 3.7 x1010 Bq(베크렐) 혹은 370 GBq이다[그림 2]. 방사성붕괴법칙에서 이 방사능의 세기는 붕괴될 물질의 양 x 붕괴계수(l)이다. 그리고 붕괴계수는 자연대수2(ln2 = 0.69931)를 반감기(s)로 나눈 값으로 반감기가 길수록 붕괴될 확률은 적어진다.

 

반감기: 확률적으로 붕괴되어서 방사능을 갖는 물질의 양이 절반으로 되는 데 걸리는 시간. 예 우라늄(238U)45억년

 

[약자]

Tevatron*: 미국 시카고의 페르미연구소(FNAL)에 있는 입자가속장치로 1995년 최초로 톱 쿼크를 검출.

 

CERN**:(Conseil européen pour la recherche nucléaire  유럽 핵물리연구소의 약자로 1954년에 세워진 현존하는 세계최대의 입자물리연구소), SPS(CERN에 있는 가속장치 Super Proton Synchrotron), LHC(CERN에 있는 둘레 27Km의 입자가속장치 Large Hadron Collider)

 

EeV(Exa eV), Exa = 1018 = T(1012)의 백만배

 

그림 2. 라듐에서 방출되는 알파선(입자)을 안개상자에서 촬영(C.T.R. Wilson, 1912)

 

탈핵신문 2021년 3월(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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