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신문 후쿠시마 사고 10주기 기획 (2)
∥후쿠시마 주민의 삶 _ 현지 주민 목소리
그래도 당신은 핵발전을 선택합니까?
- 이토 노부요시 후쿠시마현 이이타테무라 주민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가 나기 전까지 나는 핵발전의 ‘안전 신화’를 믿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었죠. 사고부터 4일째인 2011년 3월 15일 오후 6시쯤, 이이타테무라 행정 사무소 가까이에 설치된 모니터링 포스트는 시간당 44.7마이크로시버트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당시 촌장이 내린 함구령으로 마을 주민들은 그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설령 알았더라도 그 수치가 얼마나 위험한지 판단하지 못했을 겁니다.
나는 사고가 나기 불과 16개월 전인 2009년 11월에 이이타테무라에 이주한 새내기였습니다. 이이타테무라는 인구 약 6500명, 해발 400~500m, 면적 230㎢의 마을입니다. ‘일본에서 제일 아름다운 마을’로 뽑히기도 할 만큼 자연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마을이었습니다.
핵발전소에서 30~50km 떨어져 있어 원전 머니와는 인연이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소득을 나타내는 경제 통계로 볼 때 후쿠시마현 내에서 하위권에 속하는 가난한 마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을의 분위기에서 ‘가난함’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대부분 가구는 3대가 함께 살고 있었고, 자연의 혜택을 마을 주민들이 서로 나누며 살았습니다. 이이타테무라는 마을의 75%가 산림입니다. 산에서 난 나물을 소금으로 보관하고 겨울 식탁을 즐겁게 해 주기도 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 식비의 약 40%는 자연의 혜택에서 얻은 것이었을 겁니다. 산에서 채취한 버섯을 팔면서 용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이타테무라의 비극
이이타테무라가 방사능으로 오염된 것은 사고 당시 여러 가지 자연적 조건들이 우연히 겹쳤기 때문이었습니다. 사고 발생 4일째인 3월 15일 오후, 그 전까지 육지에서 바다를 향해 불던 바람이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었습니다. 2호기 격납용기 파손으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을 머금은 구름이 이이타테무라를 둘러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밤에는 눈으로 바뀌고, 많은 방사성 물질이 이이타테무라에 내린 것입니다.
바람과 함께 우연히 내린 비와 눈이 이이타테무라에 비극을 가져다주었습니다. 3월 28일 이마나카 테츠지 선생님(교토대학 복합원자력과학연구소)이 이이타테무라를 찾아와 방사능 측정을 해주셨습니다. 이이타테무라 나가도로지구 농지에서 시간당 30 마이크로 시버트의 값을 측정했습니다. 이마나카 선생님은 수명이 짧은 핵종을 고려하면 실제 15일에 내린 방사선량은 이보다 더 상당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피난 지시
4월 11일 이이타테무라의 연간 피폭 선량이 20밀리시버트(mSv)를 넘자, 정부는 주민들에게 1개월 이내에 마을을 떠나도록 명령했고 4월 22일부터 피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피난소로 지정된 민간 아파트 등은 핵발전소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온 사람들로 이미 가득했습니다. 일부는 가까운 온천 시설이나 스키장 숙박시설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주민은 어쩔 수 없이 마을에 머물렀습니다. 6월 말~7월이 되어서야 겨우 가설주택이 만들어져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마을 행정은 어린이와 임산부가 있는 가족이 우선 피난하도록 유도했지만, 그 사이 마을 주민들에게 방사능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대부분 주민은 마을에서 평상시대로 생활했습니다. 어린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참한 피난 생활과 스트레스
가설주택에서의 피난 생활은 마을 생활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마을에서는 이웃집을 찾아가는데도 자동차를 몰고 가야 할 만큼 멀었습니다. 그런데 가설주택은 아주 좁고 옆집과의 경계가 15mm 콘크리트 판넬 1장뿐이었습니다. 조용한 마을에서 살던 이이타테무라 주민에게는 가설주택 생활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가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이었습니다.
가설주택 생활을 시작한지 거의 1년이 될 무렵, 지역 경제 신문과 마을 주민들이 가설주택에서 생활하는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 있었습니다. ◎자신과 가족의 몸 상태에 대한 질문에 85.6%가 ‘좋지 않다’ 내지는 ‘나빠졌다’고 답변했습니다. ◎병원에 다니거나 약을 먹는 횟수가 늘었냐는 질문에 65.1%가 ‘그렇다’고 답변했습니다.
당시 이이타테무라 촌장은 “2년만 참으면 다시 마을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피난 생활은 결국 2017년 3월 말까지 계속되었고 모든 마을 주민이 가설주택에서 최종 철수한 시점은 2020년 3월 말입니다.
피난 지시 해제
연간 피폭 선량이 20mSv를 밑돌았다며 정부는 2017년 3월 나가도로지구(귀환곤란구역)를 제외한 이이타테무라의 모든 지역의 피난 지시를 해제했습니다. 정부가 정한 피난 지시 해제 조건은 ①연간 피폭 선량이 20mSv 이하 확보가 확실해질 것, ②생활 인프라 설비와 제염 작업이 충분히 진행될 것, ③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 주민들과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연간 20mSv라는 기준은 도대체 어떤 근거로 설정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생활 인프라 구축과 제염 작업이 충분히 진행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도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주민들과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습니다.
피난 지시 해제가 가져다준 스트레스
가설주택 철수가 결정된 후 마을로 돌아간 사람은 현재까지 불과 22%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사고 전 1700세대 중 마을로 돌아간 세대는 약 700세대입니다. 마을의 모습은 이전과는 전혀 달라졌습니다. 이웃집이 없는 외로운 마을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을에 돌아가지 않기로 한 나머지 사람들은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중에는 새로운 커뮤니티에 잘 섞이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마을에 돌아간 사람도, 돌아가지 않기로 한 사람도, 이이타테무라 주민들은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제염이라는 거짓말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공중의 추가 피폭 선량을 연간 1mSv에서 20mSv로, 선량 한도를 100Bq/kg에서 8000Bq/kg로 완화했습니다.
그 수치를 근거로 마을 택지, 농지, 도로의 경계에서 20m 이내를 제염 대상 지역으로 설정했습니다. 그것은 마을 면적의 16%에 불과합니다. 제염 대상 구역에 속해 있어도 논두렁, 수로, 둑 등은 제염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이이타테무라 제염에 투입한 비용은 총 3000~4000억 원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오염된 땅을 제염만으로는 원래대로 돌릴 수 없습니다.
주민 스스로 방사능 측정 시작
사고 직후 이이타테무라를 찾아오시고 방사선량을 측정해 주신 이마나카 테츠지 선생님과 그 일행은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마을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해 주셨습니다. 이이타테무라에 쌓인 방사성 물질의 움직임에 관심이 생긴 나는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면서 지금까지 계속 마을 곳곳의 측정을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피난과 제염 등을 설명할 때 ‘방사선원에서의 거리를 2승한 것에 반비례해 피폭 선량은 줄어든다, 즉 10m 떨어지면 방사선량은 1/100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선원이 1곳이라면 맞는 설명일지 몰라도 이이타테무라는 곳곳이 오염된 상태입니다. 어떤 날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3월 15일에는 광엽수 입사귀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염되지 않았다고 간주하고 제염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주민들이 방사능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것을 핑계로 마음대로 거짓 설명을 계속한 겁니다. 플루토늄이 핵발전소 내에서 검출되었을 때도 플루토늄은 무겁기 때문에 멀리 날아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후 이이타테무라에서 실제 검출되어 버렸습니다. 그 때는 말을 바꾸어 ‘미량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정부도 도쿄전력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스스로 측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무라 신조(니혼마츠시 방사선 애드버이저, 돗교獨協의과대학)선생님으로부터 NaI 측정기를 빌려 측정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분석이 필요할 경우에는 돗쿄의과대학 국제역학연구실, 교토대학 복합원자력과학연구소, 히로시마대학 등에 의뢰해 게르마늄반도체 검출기 등을 이용해 측정하고 있습니다.
대지에 쌓인 방사성 물질의 움직임
측정을 시작해서 알게 된 것은 지점에 따라 오염 정도가 크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저는 다음과 같이 추측하고 있습니다. ①초기에 내린 방사성 물질이 지점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 ②토양에 결착한 방사성물질(주로 세슘)은 논밭의 흙을 갈아엎어도 균등해지지 않는다. 특히 산림이나 원야는 제염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가 얼마나 심하게 오염된 상태로 남아 있는지 직접 한 곳 한 곳 흙이나 퇴적물을 골라 측정해 보지 않으면 그 수치는 알 수 없습니다.
방사능이 토양에서 식물로 이행하는 과정은 단순히 토양의 세슘 농도뿐만 아니라 자연환경 등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행 메커니즘은 여전히 해명되지 않았습니다.
자연의 혜택은 돌아왔나?
측정한 것 중에서는 정부가 정한 기준 100Bq/kg보다 낮은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릅처럼 여전히 수만 Bq/kg이 넘는 것도 있습니다. 버섯 종류도 마찬가지입니다. 버섯은 작년부터 일부 100Bq/kg을 밑돌았지만, 여전히 수만 Bq/kg이라는 수치가 나옵니다. 버섯 종류의 오염은 후쿠시마현과 그 주변 지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작년 8월에는 시즈오카현 후지산 자락에서 재배된 버섯에서 오염이 확인되었고 섭취금지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이이타테무라에서 자란 모든 식물에서 세슘이 측정되고 있습니다. 자연의 순환 구조 속에서 세슘은 식물의 뿌리로부터 흡입되고 있습니다. 가을에 잎이 떨어져 썩어가도 세슘은 그대로 그 자리에 축적되어 다시 뿌리를 통해 식물에 흡입됩니다. 그런 순환 구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고부터 10년이 지나 세슘134는 줄어들었지만, 세슘137은 반감기 30년을 반복하면서 천천히 줄어들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마나카 선생님을 모시고 설명회를 개최할 때 주민들은 항상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언제 마을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냐”는 질문에 선생님은 언제나 “300년 지나면 1/1000 이 된다”고 대답하셨습니다. 그 뜻을 겨우 이해하고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부흥 정책
2012년 5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마을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대답한 주민은 49.1%, ‘방사능 수치가 연간 1mSv 이하가 되면 마을에 돌아가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21.6%였습니다. 앞으로도 연간1mSv 까지 내려가지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정부는 주민들의 이러한 의향을 담아낸 부흥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것은 ‘제염해서 귀촌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피난 지시가 해제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사람은 ‘이제 마을 주민이 아니다’며, 차가운 대응을 받고 있습니다.
한편, 건설 사업에 치중된 엉터리 부흥에는 한도 끝도 없이 교부금과 보조금을 퍼붓고 있습니다. 사고 전인 2010년 이이타테무라 당초 예산은 41억 엔이었는데 비해 2017년 당초 예산은 212억 엔으로 부풀었습니다. 2020년도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123억 엔입니다. 이것은 ‘사람 없는 부흥’입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이이타테무라에 투입된 복구, 부흥 사업비는 약 600억 엔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이타테무라는 사고 전에도 분명히 인구감소가 뚜렷한 한계취락지였습니다. 하지만 핵발전소 사고는 그것을 20년이나 30년 더 앞당겼습니다. 앞으로도 100~200년 단위로 주변 환경에 잔류한 방사선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핵발전소 사고의 현실입니다. 그 현실과 함께 마을의 미래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거액을 투자해도 오염 지역을 원래대로 회복할 수 없습니다. 핵발전소 사고가 다른 재해와는 아예 다른 점입니다. 핵발전소는 인간이 생활하는 공간에 함께 공존해서는 안 되는 시설입니다. 하루빨리 멈추고 없애야 합니다. 핵발전소가 존재하는 이상 제2, 제3의 이이타테무라가 생길 것입니다. 피해자만 그 대가를 치를 뿐, 져야 할 책임자는 누구도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아직도 핵발전을 선택합니까?
탈핵신문 2021년 3월(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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