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 특벌리포트 분석
염려되는 후쿠시마 제염사업의 실태
탈핵 사회를 모색하는 일본의 민간 싱크탱크 ‘원자력시민위원회’는 지난 7월 『감용화 시설과 목질 바이오매스 발전 –비대화하는 제염 비즈니스, 확대하는 리스크 (특별리포트7)』를 발표하고 8월 25일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리포트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제염작업에 드는 비용의 약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감용화시설과 후쿠시마현 내에서 적극 추진하는 목질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탈핵신문 9월호에는 리포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감용화 사업, 거대 건설사 돈벌이
2011년 3월에 발생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 이후 후쿠시마현에서는 방사성물질 오염 지역의 제염을 위해 대대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염작업으로 제거된 폐기물 중 주로 풀과 나무를 중심으로 한 가연성 폐기물은 8000베크렐/㎏ 이상과 이하로 나눈다. 이 중 8000베크렐/㎏ 이하는 일반폐기물과 동일하게 기초지자체 관할로 기존 소각시설이나 매립시설에서 처리하고 있다. 8000베크렐/㎏ 이상의 경우 지정폐기물로 지정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처리한다.
지정폐기물 중 10만 베크렐/㎏ 이하는 가설 소각시설에서 대규모로 소각되는 ‘감용화’ 대상이다. ‘감용화’란 농도가 높은 제염폐기물을 소각해 중간저장시설에 보낼 폐기물의 양을 원천적으로 줄이겠다는 개념이다. 후쿠시마현에서는 2012년 이후 다수의 대형 가설 소각시설이 잇따라 건설되었다(현재까지 총 25기 건설). 소각시설의 운영 기간은 대부분 2~3년부터 길어도 5년 미만이다. 소각시설은 튼튼하게 지어 오랜 기간에 걸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비용을 투자해 대형 가설 소각시설을 건설하지만 아주 짧은 기간 운영하고 바로 해체해 버리는 방식이다. 고농도로 오염된 폐기물을 짧은 시간에 처리하기 위한 수법이다. 그 반면에 소각시설에서 나오는 매염과 매진을 막기 위한 필터 등 설비 미진으로 주변 환경이 오염되고 노동자가 피폭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 중간저장시설 내 가설소각시설. 소각시설 건설과 운영에는 도쿄전력 관련회사 TPT(도쿄전력퍼워테크노로지) 가 참여하고 있다. (사진=일본 환경성 방사성물질오염폐기물처리정보 사이트)
10만 베크렐/㎏ 이상의 지정폐기물이나 소각시설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소각재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부지를 둘러싸고 있는 1600 헥타르(ha)의 중간저장시설에 2016년 11월부터 부분 반입과 운전을 시작했고, 올해 3월부터 전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간저장시설에 반입된 폐기물은 분별처리를 거쳐 강철 용기에 담아 폐기물 저장시설에 보관한다. 후쿠시마현이 그곳에서 폐기물을 보관하겠다고 정부와 약속한 기간은 고작 30년이다. 그러나 30년 후에 폐기물을 받아들일 최종처분장 부지 선정은 여전히 백지상태다.
소각재 시멘트 고형화 처리 실증사업
한편, 후쿠시마현 이이타테무라(飯舘村) 와라비다이라(蕨平) 지구에서는 소각재와 오염토양을 섞어서 자원으로 만드는 ‘가설 자재화 실증사업’이 2017부터 19년까지 약 2년간 진행됐다. 제염토양에 부착된 세슘을 기화·분리해 콘크리트 블록이나 비료로 재생 이용하기 위한 실증시험이다. 또한 후쿠시마현 나라하마치(楢葉町)의 ‘소각재 시멘트 고형화 처리시설’에서는 각지의 소각시설에서 생긴 소각재를 시멘트로 고형화한 후 콘크리트 블록을 만들어 매설하는 시험을 2019년 1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기타 제염토양을 자동차 도로 제방 정비나 농업용 토양 등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실증시험이 현재 후쿠시마 현 내 여러 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리포트는 후쿠시마현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제염사업이 일본에서 손꼽히는 거대 건설회사나 플랜트 업체들을 위한 대대적인 ‘돈벌이 비즈니스’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염작업, 소각시설과 중간저장시설 건설, 제염 소각재와 토양의 재활용까지 거대 건설회사와 지역의 토건업체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리포트는 특히 소각시설 건설 계약에는 특정 기업이나 몇 개 기업들이 연계해서 만든 기업공동체들이 기본 설계부터 건설·운전·폐로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적으로 수의 계약으로 수주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간저장시설 내에 설치 중인 대형 소각로 수주에는 도쿄전력 관련회사인 도쿄파워테크노로지(TPT)가 참여하고 있다.
리포트는 제염작업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지고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자연소멸로 인한 공간선량 감소 확률은 63%인데 비해 제염작업으로 얻을 수 있는 감소 확률은 71%다. 즉, 제염작업의 실제 효과는 자연소멸과 비교해 불과 8%밖에 안 되는데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원래 제염사업의 목적은 ‘피난 지시구역’의 조기 해제와 피난 주민들의 귀환이었지만, 실제로 제염작업이 마무리된 지역에 돌아간 주민들은 극소수다. 리포트는 원래 우선해야 했던 것은 제염이 아니라 안전한 지역으로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지원 및 배상 정책이었다고 지적한다. 제염작업은 한창인 반면,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오염수 장기 지상보관을 비롯한 제대로 된 사고 현장 수습은 오히려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염려되는 목질 바이오매스 발전사업
리포트는 향후 염려되는 문제로 삼림제염의 명목으로 후쿠시마 현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목질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 부흥청의 ‘후쿠시마 재생 가속화 교부금’과 후쿠시마현의 ‘후쿠시마 삼림재생사업’ 등은 제도적으로 목질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을 뒷밭침한다. 부흥청과 후쿠시마현은 오염된 삼림을 벌재하고 목재팁을 연료로 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을 활성화하려는 계획이다. 후쿠시마현에서는 현재 20건(총 1,871,484kw)의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이 추진 중이다.
원래 목질 바이오매스 발전은 에너지 효율이 좋지 않고다 삼림 파괴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기 때문에 재생가능에너지에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후쿠시마현이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목적은 규제에서 벗어나 오염된 목재를 처리하는 것으로 의심된다. 원래 국가 책임으로 처리해야 하는 방사능오염 ‘폐기물’을 ‘상품’인 연료로 민간사업자 사이에서 거래하게 되면 국가는 폐기물 처리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목질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적용되어 1KWh당 32엔이라는 고액으로 거래되므로, 사업자는 안정적인 매상액을 20년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사업비의 약 4분의 3은 부흥청의 ‘후쿠시마 재생가속화 교부금’으로 충당할 수 있고, 연료가 되는 목재팁 조달은 간벌 목적으로 벌채하면 후쿠시마현이 추진하는 ‘후쿠시마삼림재생사업’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후쿠시마현 삼림의 방사능 오염은 심각하다. 특히 목재 중에서도 나무껍질 오염은 지상 1m 의 경우 평균 4200베크렐(최고 2만베크렐), 지상 2m의 경우 평균 5500베크렐(최고 6만베크렐)이다. 이러한 나무껍질을 목질팁으로 만들어 소각할 경우 고농도 소각재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국가 관리 하에 처리해야 하는 8000베크렐/㎏ 이상의 소각재도 민간업체가 진행하는 사업에서는 업체가 스스로 측정해서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상 드러나지 않는다. 심각할 경우 방사성폐기물로 취급되지 않은 채 재활용되거나 불법 투기될 우려도 있다. 리포트는 목질 바이오매스 발전의 연료, 설비, 폐기물 등에 관한 방사능 규제는 실질적으로 없는 것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7월 20일에 발표된 리포트 원문은 (http://www.ccnejapan.com/?p=11419에서 확인할 수 있다. 8월 25일에 진행한 온라인 세미나도 홈페이지http://www.ccnejapan.com/?p=11462)에서 볼 수 있다.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9월(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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