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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김종철 선생을 떠나보내며


격월간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이 6월 25일 향년 74세로 별세했다. 김종철 선생은 인생의 모든 단계, 모든 국면에서 우리의 삶은 자본과 권력의 논리에 의해 유린되거나 뒤틀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체제에 대항하면서 녹색평론을 지금까지 이끌어 왔다. 김종철 선생은 1991년 녹색평론을 창간하여 한국사회에 생태사상을 뿌리내리는 데 큰 몫을 했으며, 탈핵 담론을 끊임없이 펼쳤다. 탈핵신문은 활동가들이 기억하는 <김종철과 한국 탈핵운동>을 주제로 글을 소개하고, 고 김종철 선생을 기억하고 추모한다. 




고 김종철 선생을 기억하며 _ (3)


김종철 선생을 떠나보내며


단순하게 살고 싶어 시골살이 준비하던 20113, 핵발전소 터지고서야 동일본 지진을 알았다. 2011년 시월, 나는 핵발전소 사정권에서 가장 먼(?) 서울로 이사했다. 내 메일 아이디는 단순명쾌’. 위도 핵폐기장 싸움 시절 짧고 쉽게 핵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렇게 정했다. 후쿠시마 이후 뉴스 말고도 반핵아시아포럼 메일이나 인터넷 속의 정보와 절규가 넘쳤다. 에너지활동가들에게 탈핵 관련한 내용을 메일로 보내면서 메일링 주소에 김종철 선생이 계신 줄은 몰랐다. 어느날 김종철 선생이 단순명쾌가 누구냐고 좀 만나자 하셔서 처음 뵙게 되었다. 아마도 사요나라 핵발전소발표 즈음이었을 거다.


2012년 유월, ‘탈핵학교운영위원장에 김정욱 교수, 교장 선생님으로 김종철 교수를 모셨고 나는 실무를 맡았다. 강좌는 물론 모임에서 들려주신 얘기도 알곡 챙기듯 새겨들었다. 한 친구는 그 어려운 어른 앞에서 밥이 넘어가느냐고 했다. 나는 행운이란 생각에 밥 먹고 차 마시는 내내 들떴다.


고 김종철 선생이 2012년 탈핵학교에서 강연하는 모습


법정 스님은 길상사 정기 법회 때 녹색평론속 얘기를 자주 하시고 구독을 권유하신 모양이다. 김종철 선생은 창간호부터 진열해놓은 길상사 맑고 향기롭게사무국 풍경을 보고 자기 집에도 그렇지 못한다며 감사를 전한다. 선생님은 법정 스님 생전에 만나지 못했음을 한탄하고, 여러분들은 만나고 싶은 사람 있으면 나처럼 후회 말고 바로 만나라고 당부한다. 강원도 암자에 계신다지만 길상사 법회 오실 때 제가 김종철입니다라고 다가갔으면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술회한다. 선생님은 알량한 자존심에 먼저 다가가지 못했다지만 나는 선생님이 수줍음이 많아서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타고난 수줍음 떨치고 낯선 이들 앞에서 하는 강연 여행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김종철 선생은 광주에서 5·18 상황도 모른 채 학교 인근에서 술잔 기울인 것이 살아가는 내내 아픔이었다고 했다. 타인의 아픔을, 타지 고통을 몰랐다는 것 자체로 자괴감을 크게 느끼는 분이라 지병도 얻었지 싶다. 선생은 자주 피곤할 수밖에 없는 몸으로 살면서도 죽음을 거스르려는 노력을 불경이라고 여겼다. 가톨릭 일꾼 세미나에서 생로병사를 통틀어서 생명이라며, 한창 기운이 팔팔하고, 성생활도 왕성하고, 머리에서 윤기가 나고, 이런 게 표준인 사회는 병든 사회라고 했다. 선생은 이런 병든 사회에서는 누구나 돈을 들이든지 성형외과를 가든지, 보약을 먹든지, 화장을 하든지, 건강한 상태로 젊은 상태로 복원하려고만 든다며, 생사와 관련해서는 인명재천사상을 가장 높이 사셨다.


선생님은 녹색평론을 내면서 망하면 관두리라 생각했는데 예약금이 계속 들어와 중단하지 않았다고 하셨지만, 정기 발행이란 얼마나 고되고 대단한 일이겠는가. 선생님은 필자를 발굴하고 영어권 일어권 자료까지 찾아내느라 새벽 2시까지 공부하셨다.


김종철 선생님과 함께 했던 시간(사진 앞줄 가운데가 김종철 선생)


나는 비교적 핵발전소 문제를 일찍 알았지만, 무력감 보따리도 끼고 살았다. 선생님 가시고서야 뒤늦게 찾은 영상에서 무력감에 대항할 귀중한 답을 찾았다. 변혁을 추구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권력에 저항의 흔적이라도 남겨야 한다는 말씀에 이래 봤자...’라는 생각은 다시 안 하기로 했다.


김복녀 통신원(탈핵정보연구소 소장)

탈핵신문 2020년 7월(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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