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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평화, 해외

러시아의 의문스러운 방사능 농도 상승

지난 6월 초부터 스웨덴, 노르웨이 및 네덜란드의 방사능 측정기는 러시아 서부에서부터 유럽을 가로질러 세슘-134, 세슘-137, 루테늄-103, 코발트-60 및 요오드-131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6월 중순 핀란드의 측정기도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이들은 모두 인위적 동위원소이며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핵 시설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일반적 수준보다 방사성 물질 측정 수치가 훨씬 높아 이 누출이 핵발전소로 인한 사고의 결과인 것도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이 어떤 사고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포괄적 핵실험 금지기구가 제공한 지도의 주황색 부분이 지난 6월 방사능 농도 상승이 감지된 지역이다.


아직까지 러시아는 발트해 지역의 핵발전소인 콜라와 레닌그라드 원자로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르웨이 <지구의 벗>이 러시아의 NGO 웹사이트(Activatica)에 올린 성명을 보면 우리는 이 방사성 핵종의 기원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우려하며, 레닌그라드와 콜라 핵발전소가 잠재적 원인에서 배제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사회생태연합의 공동 의장인 비탈리 세르베트닉 역시 이 발전소들을 원인에서 배제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노후 핵발전소의 70% 이상이 설계 기준 시간을 훨씬 넘어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에 러시아는 비정상적 방사선 누출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거나 침묵을 지켰다. 1986426일 체르노빌 원자로가 폭발했을 때는 가장 극적인 사례다. 사고 이틀 후 스웨덴의 포스마크 핵발전소에서 높은 수준의 방사능이 감지되었고, 스웨덴은 우크라이나의 사고를 세계에 알리고 당시 소련으로부터 뒤늦은 인정을 촉구했다.


20179월에는 유럽을 지나는 구름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루테늄-106이 발견되었다. 러시아 어딘가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지만 러시아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두 달 뒤 러시아 기상청은 우랄 남부에서 정상보다 1천 배 높은 방사능 수준을 감지했음을 확인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이 방사능 구름이 무해하다는 주장에 의문을 표했지만, 로사톰(러시아의 핵발전 운영사)은 루테늄-106 배출은 어떤 로사톰 현장과도 관련이 없다며 증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 연구자들은 1957년에 아마도 세계에서 두 번째 최악의 핵사고가 일어났던 우랄의 마야크 재처리공장이 가장 그럼직한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2019년에는 러시아 군사기지의 폭발 사고로 세 명의 전문가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이 지역에 방사능 불꽃이 일어나서 그린피스가 정상보다 20배 높은 방사능 수치를 보고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때도 러시아 국방부는 대기 중으로 유해한 배출은 없었으며, 배경 방사능은 정상이라고 계속 주장했다. 사고 중에 방사선이 방출되었다는 사실은 러시아의 새로운 핵추진 크루즈미사일인 부레베스트닉 실험 실패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항공우주와 방위 전문가인 H I 서튼은 <포브스> 71일 기사에서 최근의 방사능 누출도 부레베스트닉 미사일 사고 또는 러시아가 개발하는 다른 무기인 핵추진 어뢰 포세이돈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7월(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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