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 5월 13일 롯가쇼 핵 재처리공장 가동 시작에 필요한 신 규제기준 적합 판단을 내렸다. 롯가쇼 재처리공장은 핵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꺼내는 공장이다. 재처리공장은 일본에서 가장 큰 섬인 혼슈의 맨 북쪽 아오모리현 시모키타 반도에 위치한다. 공장을 가동하면 연간 최대 800톤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해 그 1%인 약 7~8톤의 플루토늄(약 1000발의 핵탄두에 해당)을 추출할 수 있다.
(표 제작 = 탈핵신문)
롯가쇼 재처리 시설은 일본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핵연료 사이클’의 핵심 시설이다. 롯가쇼 재처리공장의 운영회사인 일본원연(日本原燃) 주식회사는 2021년까지 공장 완공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이번 발표로 일본 내에서 반핵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롯가쇼 재처리공장 건설은 1993년에 시작했다. 당초 계획으로는 4년 후인 97년에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완공 시기는 현재까지 총 24번 연장되었다. 2006~08년에는 시운전에 들어갔지만, 고장과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고 현재도 공사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건설비는 2조 9000억 엔으로, 당초 전망보다 약 4배 증가했다. 40년간 가동을 전제로 한 운영비와 폐로 비용 등을 포함해 총사업비는 약 14조 엔이다. 추가로 연료 가공 공장 총사업비 2조 엔을 더하면 재처리에 들어갈 총사업비는 16조 엔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재처리공장과 동시에 일본 핵연료 사이클의 핵심 시설인 고속증식로 ‘몬주’는 4년 전 폐로가 결정되었다. 재처리 과정을 통해 가공된 우라늄-플루토늄 혼합산화물인 ‘MOX 연료’를 고속증식로에서 연료로 활용하는 것이 일본 정부가 구상해온 ‘핵연료 사이클’이지만, 계획은 완전히 파탄 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신형 고속로를 새로 개발하겠다고 하지만, 기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현실적이지 않다. 해외에서도 고속증식로의 성공사례는 없다. ‘MOX 연료’를 기존의 핵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플루서멀(Plu-Thermal) 발전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재가동한 사례는 총 4기에 머물고 있다.
일본은 이미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과정을 통해 약 45.6톤(국내 9톤, 해외 36.6톤)의 플루토늄을 소유하고 있다. 더 늘리면 ‘핵 확산금지’ 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면할 수 없다.
현재 일본이 각 핵발전소 시설에 저장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약 1만 8천 톤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100% 재처리’이지만, 재처리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최종처분장은 확보해야 한다. 결국, 재처리는 오히려 처리 공정이 복잡해질뿐더러 사고 가능성과 처리 비용 등 사회적 위험부담을 더 높일 뿐이다.
일본 반핵 시민단체 원자력자료정보실은 “롯가쇼 재처리공장이 가동하면 통상적인 가동 과정에서 기체와 액체 형태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을 방출할 것”이라며, “100만 kw급 핵발전소가 1년 동안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을 불과 하루 만에 배출한다”고 주장한다. 또 삼중수소의 경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전 일본에서 54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면서 해양으로 방출하던 삼중수소 배출량의 거의 10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자료정보실은 만약에 롯가쇼 재처리공장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사성 물질의 방출량은 일반적인 핵발전소 사고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가쇼 재처리공장의 본격 가동은 30일 동안 의견공모와 지자체의 동의 절차를 거쳐 정식 결정될 예정이다.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6월(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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