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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지역, 종교 등

천주교 주교회의 환경위, 핵발전 중단 촉구 성명


우리는 생명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가 성명서를 내고 힘없는 이들의 고통을 강요하는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1014일 주교회의 환경위는 우리는 생명을 선택하여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성명은 후쿠시마 사고는 수습되지 않았고, 방사능 오염 문제 역시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언급했다. 이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전 세계인들에게 천재지변이든 인재든 핵발전소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는 것과, 방사능 문제는 인간의 능력 범위 밖임을 드러내 보여준 것이라고 어필했다.

주교회의 환경위는 우리나라 정부가 탈핵을 표방하였지만 신고리 4호기가 20199월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신한울 1·2호기가 가동을 앞두고 있는 상황,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주교회의 환경위는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도 언급하며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고 건설을 위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핵발전소 폐기물을 위해 설계수명 50년의 임시저장고를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10만년 이상 보관할 고준위핵폐기물 처분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각 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가 포화되면 해당 핵발전소는 폐쇄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주교회의 환경위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영광 한빛 1호기 핵발전소 출력 급증 사고나 한빛 3·4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 구멍 발견, 대전 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 문제도 언급했다. 인구 150여 만의 거대 도시 대전에 위치한 원자력연구원에서 고준위핵폐기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연구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수차례 언론을 통해 드러났고, 현재에도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고준위핵폐기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작업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주교회의 환경위원회는 정부와 우리 사회에 요청하는 글을 통해 원자력안전위원회 독립과 권한 강화, 신규핵발전소 건설에 맞춰 노후핵발전소 폐쇄, 영덕(대진) 핵발전소 지정고시 해제, 신규핵발전소 건설 중단과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중단 법제화, 핵에너지 진흥 명분의 원자력연구원 연구개발사업 중단, 국내 모든 핵발전소 정기점검 결과 공개 등을 촉구했다.

천주교 주교회가 핵발전에 대한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2013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핵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이라는 소책자를 발표해 한국 사회가 탈핵사회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주교회의 의장이던 강우일 주교는 담화문을 통해 핵발전 문제가 이해득실에 따른 정책적 타협이나 강요된 희생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절제와 희생을 포함하는 각자의 결단을 통해서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강우일 주교는 소책자 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도 자손들의 생명권 문제라는 각도에서 핵문제를 논의한다면 근본적으로 탈핵, 비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만들어진 소책자는 국내는 물론 일본어로 번역되어 일본 천주교회를 통해 일본에도 소개되기도 했다.

일본 주교회의는 2016년 핵발전 철폐를 위한 일본 카톨릭교회의 제언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지구라는 공동체의 집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핵발전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핵발전 철폐를 위한 국제연대와 핵발전의 비윤리성을 강조한 이 글에서 일본 주교회의는 한국 주교회의의 소책자 발간을 모범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헌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9년 11월호(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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