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해링, 반핵 시위(Anti-Nuclear Rally, 1982)
미국의 대중미술가 키스 해링이 핵무장 철폐 운동을 위해 1982년에 제작한 포스터
1982년 6월 12일 뉴욕시의 센트럴 파크에는 100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정치 시위를 벌였다. 행진과 집회는 며칠 전 시작된 유엔 제 2차 군축 특별총회를 배경으로 준비된 것이었다. 유럽과 미국 모두에서 미국과 소연방 사이의 핵무장 경쟁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고, 보수파 레이건 대통령에게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었다.
평화 단체들의 연합에 의해 조직된 행사에는 평화주의자들과 무정부주의자들, 어린이들과 불교 승려들, 로마 카톨릭 주교들과 좌파정당 지도자들, 대학생들과 노동조합원들이 함께 했다. 행사에는 여러 조직가와 활동가 외에도 콘서트 공연자로 잭슨 브라운과 제임스 테일러, 피터 폴 앤 메리, 린다 론스태트 그리고 조안 바에즈까지 함께 했다. 미소 짓고 박수를 치는 군중들의 구성은 다채로왔다. 유모차와 풍선, 마술사와 무용수들이 있었고, 과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그리고 만화가와 애니메이터들도 있었다.
미국의 대중미술가 키스 해링(Keith Haring)도 그 대열의 한 사람이었다. 지하철역에 몰래 분필 낙서를 그리는 것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 행사를 위해 아마도 그의 작가 인생 중 처음으로 정치 포스터를 만들었다. 그는 2만 부를 인쇄하여 손수레에 싣고 나가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었다. 해링의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빛나는 아기(Radiant Baby)’가 버섯 구름 속에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은 해링의 작업에서 핵심이었고, 이 빛나는 아기는 순수하고 연약하지만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아기 예수의 이미지라는 해석이 있다. 핵 재앙의 전망에 대비하여 미래에 대한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소망을 위쪽으로 나란히 배치한 강력하고 직접적인 이미지다. 이 포스터의 정조는 순전히 낙관적인 것도 비관적인 것도 아니며, 둘 다를 결합한 것일 수도 있다.
해링은 1990년 2월 16일 31세의 나이에 에이즈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70-80년대의 거리 문화와 사회운동의 기운을 담은 굵고 힘찬 선으로 주제와 기법의 혁신을 이룬 그의 걸작들은 지금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김현우 편집위원
2019년 8월(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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