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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경주특집1] '작은 위험'으로 '큰 위험' 막자던 경주

∥경주 특집(1)

 

 

‘작은 위험’ 으로 ‘큰 위험’ 막자던 경주

중저준위 핵폐기장 유치

 

정부와 국회는 2005년 약 3천 억 원의 특별지원금과 반입수수료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중저준위 방폐물 특별법)을 제정하고,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에 나섰다.

 

중저준위 방폐물 특별법에는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은 유치 지역에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은 중저준위 방폐장이 들어서는 지역에 사용후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 시설은 짓지 않겠다는 약속을 ‘법’에 규정한 것이다.

 

당시 경주시를 비롯한 경주 주민들은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대신 월성 핵발전소 가동으로 쌓여 있는 고준위핵폐기물은 다른 지역으로 내보내자고 입을 모았다. ‘작은 위험’ 유치하고, ‘큰 위험’ 내보내자는 논리와 지원금 등은 사람들에게 먹혀들었다.

 

2005년 11월 2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위해 군산, 포항, 경주, 영덕에서 유치 찬반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경주는 투표자의 89.5% 찬성으로 방폐장을 유치했다. 당시 경주는 부재자 투표 신고율이 38.16%에 이르는 등 부정선거 의혹이 컸지만 방폐장은 경주에 건설됐다. 

 

 

맨 땅 위에 고준위핵폐기물 건식저장시설 운영

중저준위 + 고준위 핵폐기물 다 갖고 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경주는 혼란스럽다.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를 추진 중인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 월성 핵발전소 부지 안에 핵발전소 ‘관계시설’로써 ‘고준위핵폐기물 건식 대용량 조밀저장시설’(맥스터) 추가건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주, 불안전한 부지 위에 들어서 있는 핵 시설들

 

 그림 : 탈핵신문 제작

 

정부와 핵산업계는 특별법에 명시된 ‘관련시설’은 고준위핵폐기물 중간처분장이나 최종처분장을 말하는 것이라며, ‘맥스터’는 핵발전소 부지 안에 추가로 건설해도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경주 시민 입장에서는 “이 무슨 말장난이냐”는 말이 나온다. 관련시설과 관계시설 용어와 관계없이, 경주에 쌓여 있는 고준위핵폐기물을 들고 나가라는 것이다.

 

경주 월성 핵발전소 부지에는 이미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준위핵폐기물 건식저장시설인 ‘사일로 300기와 맥스터 7기’가 들어서 있다. 중수로형인 월성 1~4호기는 고준위핵폐기물 발생량이 경수로형보다 4.5배 가량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미 건식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또 다시 이들 시설마저 포화되는 것이다.

 

현재 한수원은 정부에 월성핵발전소 부지 안에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 ‘맥스터’ 7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신청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정부가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를 진행하면서 ‘맥스터’ 추가건설은 중단된 상태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는 하루 1600톤의 지하수가 나오며, 더구나 시설 부식을 일으키는 바닷물이 함께 유입되고 있다. 또 절반 이상의 암반이 최하 등급인 5등급 이하이며, 방폐장 인근에서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 중저준위 방폐장 바로 옆에 월성핵발전소가 있으며, 고준위핵폐기물 건식저장시설은 그 부지 안에 보관하고 있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은 2010년 6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지하수 유입 등의 문제로 2014년 6월에 완공, 당초 2548억 원이던 공사비는 5차례의 설계 변경을 통해 6080억원까지 늘어났다.

 

 

 

 

경주시의회 김동해 의원이 경주시 행정사무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2005년 11월 방폐장 경주 유치 인센티브로 정했던 유치지역 지원사업은 2007년 55개 사업 3조4350억 원(이후 사업변경으로 2908억) 규모로 확정됐고, 2019년까지 완료된 사업은 33개 1조2062억 원, 추진 중인 사업은 22개 2조846억 원 규모다.

 
 

 

고준위핵폐기물 싸움 첫 관문 경주

울산 북구 주민들 대책위 구성해서 대응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를 추진 중인 가운데, 고준위핵폐기물 건식 대용량 저장시설인 ‘맥스터’ 추가 건설을 막아내야 하는 중요한 싸움터는 경주다. 월성핵발전소의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이 가장 먼저 포화되기 때문이다. 경주 월성 2,3,4호기 고준위핵폐기물을 보관할 추가 시설을 건설하지 않으면 이들 3기의 핵발전소는 가동을 멈춰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핵산업계는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추가로 건설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프 : 탈핵신문 제작

 

정부는 핵발전소 부지별로 ‘고준위핵폐기물 건식 대용량 저장시설(맥스터)’를 추가로 건설할지에 대해, 지역실행기구를 통해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설치 및 지원에 관한 고시’는 핵발전소 소재 기초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지역 주민 대상 의견수렴을 위하여 지역실행기구를 구성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만약 경주시장이 지역실행기구의 장을 맡으면,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 추가건설 여부를 묻는 지역주민 범위를 경주시장이 정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울산 북구 주민들은 우려가 높다. 월성핵발전소는 경주시내보다 울산 북구와 더 가깝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에서 울산시 경계까지 약 6.5km,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밀집한 북구 정자동까지는 약 11km, 울산북구청까지는 17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반면 월성핵발전소에서 경주시청까지는 27km나 떨어져 있다.

 

울산 북구주민회, 북구여성회 등 주민단체들은 정부가 지역공론화를 통해 월성핵발전소 부지 안에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핵쓰레기 월성임시저장소 반대 울산북구대책위원회’를 구성 중이다.

 

탈핵진영 한 관계자는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 관련해 핵발전소가 들어서 있는 지역별로 ‘지역실행위원회’를 구성해 동시에 5곳(경주, 영광, 기장, 울주, 울진)에서 지역공론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2019년 7월호(68호)

용석록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