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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월성3호기, 설비·설계 결함과 사고 늑장대응

재가동 4개월 만에 원자로 정지와 냉각재 펌프 화재사고


경주 월성 핵발전소 3호기에서 지난 1월 21일 원자로가 갑자기 멈추고 뒤이어 냉각재 펌프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아직 정확한 사고원인 등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를 ‘원자로 정지사고’와 ‘냉각재 펌프 화재사고’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월성 핵발전소 1·2·3·4호기 ⓒ용석록


먼저, 월성3호기 원자로의 갑작스러운 정지는 1번 냉각재 펌프(이하 펌프)가 멈추면서 발생했다. 4개의 펌프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멈추게 되면 원자로도 따라서 멈춘다. 원자로가 갑자기 멈추는 것도 위험하지만, 펌프가 멈췄는데 원자로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면 후쿠시마 같은 참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1번 펌프가 멈춘 원인은 펌프의 전기공급 장치에 달린 써지(순간 고전압) 보호기가 강력한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고장났기 때문이다. 스파크는 철제 단자함에 검게 그을린 구멍을 낼 만큼 강력했다. 써지 발생을 제어해서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인 써지 보호기가 오히려 큰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1번 써지 보호기는 2015년 12월에 교체한 신품이다.


다음으로, 펌프의 화재는 브레이크 결함으로 발생했다. 펌프의 회전축을 잡아주는 브레이크는 자동차 바퀴의 브레이크와 비슷한데 작동 원리는 조금 다르다. 팔찌처럼 둥근 형태의 브레이크에는 공기 튜브가 들어있고 튜브의 겉면에 마찰패드가 붙어있다. 혈압 측정기가 팔뚝을 꽉 조이는 것처럼 튜브에 공기가 주입되면 부풀어 올라서 마찰패드가 펌프의 회전축을 꽉 잡게 된다. 그런데 사고 당시 튜브에 주입된 공기 압력이 부족해서 펌프를 완전히 멈추지 못했다. 펌프의 회전축은 계속 돌아갔고 브레이크 패드는 마찰열에 의해서 점점 가열됐다. 약 50분 정도 마찰이 지속되면서 플라스틱(네오프렌) 재질의 공기 튜브에 불이 났다. 공기 튜브는 260℃까지 견딜 수 있다. 1번 펌프의 불은 약 40여 분이 지나서 스스로 꺼졌고, 3번 펌프의 불은 약 1시간이 지난 후에 투입된 노동자들이 5대의 분말소화기를 사용해서 힘겹게 진압했다.


월성3호기 사고를 간략히 요약하면 ①써지 보호기에서 강력한 스파크 발생하여 ②1번 펌프 정지 돌입 ③원자로 정지 ④펌프를 정지는 과정에서 1번과 3번 펌프에서 화재 발생 ⑤1번 펌프 자연 소화 ⑥2번과 4번 펌프 정지 ⑦3번 펌프 화재 진압으로 압축할 수 있다. 참고로 월성핵발전소는 원자로 정지 때 펌프를 계속 가동하면 원자로가 급속 냉각으로 손상될 수 있다.


이번 사고는 여러 과제를 남긴다. 새로 설치한 써지 보호기가 어이없이 폭발한 설비 결함 문제다. 펌프의 브레이크는 공기압이 부족했고, 공기 튜브는 마찰열을 견디지 못하고 발화한 설계 결함도 문제다. 화재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작업자를 투입한 늑장대응도 문제이고, 격납건물에서 피폭된 노동자들의 건강은 안전한가?


월성3호기는 원자로의 냉각재 계통 사고가 유독 잦았다. 2017년 10월엔 냉각재가 18일간 누출, 2018년 6월에도 냉각재가 3톤 넘게 누출되어 노동자 29명이 피폭, 재가동 4개월 만인 올해 1월에 또다시 냉각재펌프가 사고를 일으켰다. 월성3호기를 이대로 두고 우리사회의 안전을 말할 수 있는지 깊은 의문이 든다.


경주 =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탈핵신문 2019년 3월호(64호/복간준비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