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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책 소개> 저선량 내부피폭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책 소개




『오염의 습격』 고쇼 히로에 저, 황명섭 옮김, (상상채널, 2016)



이 책은 전체 11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스마트폰-전자방사선, 농약·방향제-화학물질 등의 위험 실태를 알리고 있다. 부차적으로 GMO(유전자조작식품)와 저선량 내부피폭의 위험성도 소개하고 있는데, 각각 1장씩을 할애했다. 약 430쪽 중 저선량 내부피폭은 약 60쪽 분량이다.


저자는 고쇼 히로에(古庄弘枝)로 주로 식품 문제, 환경 문제 등의 논픽션 작가 겸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고, 『휴대전화 망국론-휴대전화 기지국의 전자파 건강오염』 , 『보이지 않는 오염 전자파로부터 몸을 지키자』 등의 저서가 있다.


과문해서인지 몰라도, 국내에 출판된 저서 중 저선량 내부피폭의 실상을 제대로 소개한 책은 거의 없다. 핵발전의 위험성은 결국 핵발전소의 사고 또는 일상적인 운전 과정에서 배출하는 ‘방사능 또는 방사선’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꽤 많은 사람들이 어렴풋하게나마 의식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방사능(선)이, 인체에 어떻게 작용하는 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이 책의 미덕은 비어있는 곳을 부분적으로 채워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패트코우(생물 물리학자이자 의사) 효과’란 액체 속의 세포는 고선량 방사선보다 저선량 방사선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피폭하면 쉽게 세포막이 파괴될 수 있고, 세포막이 손상되어 내용물이 새어나온 세포는 그 상해를 복원하지 못하면 곧 죽는다. 만약 유전물질 부근이면 상해를 입은 세포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살아남을지도 모른다(암, 유전적 이상). ‘패트코우 효과’가 발견되기 전에 주장되어왔던, ‘인간이 가진 본연의 방어능력이 작동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미량 안전신화’는, 결국 미량일수록 위험하다는 패트코우에 의해 반증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핵반응로(=원자로) 폐쇄로 유아 사망률 격감, 핵반응로 방출 저선량 방사선으로 유방암 환자 사망률 증가, 핵발전소·강우량·유방암 사망률 상관 관계, 체르노빌 사고 후 우크라이나 조사 결과,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피난 기준 비교 등의 내용을 읽다보면, 핵발전소, 방사능(선), 저선량 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지 보다 깊이 있는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방사능(선)과 저선량 내부피폭 문제는 이 책의 서술이 짧아서인지, 아님 생소하거나 관련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해서인지 뭔가 명쾌하게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 책과 병행하여 『생명을 살리는 반핵-내부피폭과의 투쟁, 스스로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히다 슌타로·오쿠보 겐이치, 박찬호 옮김, 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15)도 함께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탈핵을 고민하는 이들이 방사능(선), 저선량 내부피폭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또 다른 이들에게 현실의 문제로 설명할 수 있어야 탈핵운동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비록 수요가 많지 않겠지만 눈 밝고 뜻 있는 이들이 이런 내용의 책들을 좀 더 기획·출판했으면 좋겠다.


짜임새 있게 편집되어 가독성이 좋은 것과 달리 아쉬운 점도 있다. ‘히다 슌타로’를 ‘히다 타로’로 반복하거나 ‘세슘134’를 ‘세슘226’, ‘1000mSv(밀리시버트)’를 ‘1000mSy’로 표기하는 등의 오탈자가 군데군데 보인다. 흔히 이 분야가 어렵다고 한다. 역자의 몫도 있겠지만, 교정·교열에서 세세하게 잡아내지 못하다보니 책의 신뢰도가 사소한 곳에서 떨어진다. 동업자의 위치에서 출판사들의 분발과 독자들의 이해를 동시에 구하고 싶다.


탈핵신문 2019년 7월호(68호)

윤종호 무명인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