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 위협, 핵폐기물 정책토론회
핵폐기물 발생 중단시키고 탈원전으로 가야
4월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구성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 핵발전소 가동 40년이 지나고 있지만,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에 대한 답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국내 뿐 아니라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해외에서도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는 가장 풀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고준위전국회의와 에너지시민연대 등은 지난 3월 25일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원전 전문가 숀 버니를 초청해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사례와 국내 쟁점을 살펴보는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전 전문가의 발제를 문답식으로 요약하고, 다른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3월 29일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사례와 국내 쟁점> 정책토론회 ⓒ이준택
전 세계 사용후핵연료 어떤 상황인가?
핵발전소를 처음 가동한 6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 더 많은 핵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매년 25~30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25만 톤의 고준위핵폐기물이 발생했지만 아직 보관과 처분을 위한 안전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핵폐기물 어떤 위험이 있나?
방사성물질은 포함한 모든 폐기물은 생물권에 유입되는 순간부터 위험하다. 위험하지 않은 방사선 준위란 없다. 예를 들어 원자로에서만 생성되는 플루토늄-239는 7마이크로그램만 흡입해도 치명적인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방사성 원소들 중 상당수가 중금속이라서 화학적으로도 유해하며, 이는 방사선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후쿠시마 사고로 사용후핵연료는 괜찮았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심각지만, 그 영향은 오히려 운이 좋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당시 간 나오토 총리는 4호기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5천만 명을 대피시킬 수도 있고, 국가가 존망의 위기까지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현황은 마치 사고가 나기마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표현할 수 있다.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원자로에서 연료를 아주 오랫동안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 열이 아주 높은 편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보다 훨씬 높다. 수조에 저장되어 있는 사용후핵연료 양도 고리와 신고리에만 2380톤이 있으며, 후쿠시마 345톤에 비해 훨씬 많다. 몇 년 전 고리 3호기 사용후핵연료 보관 수조의 화재사고를 가정한 연구에서도 사고발생시 후쿠시마보다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경우엔 약 2천 4백만 명이 대피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방안으로 어떤 해법이 제시되었나?
핵산업계가 제시한 해결책으로 보면, 60년대에는 해양에 투기하는 방법, 어떤 경우는 우주로 쏘아버린다는 연구도 있었다. 미국은 네바다 주에 시설구축을 위해 12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강력한 반대와 기술적 위험성으로 실패했다. 한국 핵산업계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심지층 저장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 두 국가 모두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 어렵다.
핵폐기물을 심층 저장하는 게 그래도 가장 안전한 방법 아닌가?
지하 심층 처분의 가장 심각한 위험은 화재발생 문제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연구소(IRSN)는 이러한 위험에 대해 오래전부터 경고해왔다. 길이 100km 이상 연속된 갱도 및 터널 안에서 몇 시간 내에 화재발생 감지 및 확산 방지, 직원대피, 환기계통 중단, 인프라 손상 없는 화재진압 등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수소폭발 방지 장치도 없기 때문에 폭발위험도 존재한다. 이외에도 지진에 대한 위험, 지하수 침투 문제 등에 대한 대비가 어렵다.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구리로 된 용기에 넣어 암반에 저장하면 안전하고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스웨덴에서 지난 5년 동안 연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은 구리 부식으로 인해 저장 시설이 15년 후부터 부식이 시작되며, 100년 후부터는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체 등으로 환경에 방사성물질이 유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약 1천년 후에는 대부분 용기들에서 방사성물질이 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핀란드는 스웨덴과 지질학적 특성이 대체로 유사해, 자체 연구를 진행하기보다 스웨덴의 구리부식 조사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인가?
우리가 정말 위험한 물질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것은 인류에 수십만 년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 책임은 정말 위중한 것이다. 한국은 2016년 고준위핵폐기물 정책과 관련해서 2053년 영구처분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전 세계 어디에도 이를 가능하게 할 만한 근거가 없다. 그래서 중간저장 단계로 간다는 계획이 들어 있는 것이다. 독일도 수십 년 동안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영구처분장 추진이 안 되자, 안전한 지층저장 방법을 찾는 것은 다음 세대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핵폐기물 처분 해결이 당장 어렵다면 지금은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저장시설 유치하는 지역은 경제혜택을 입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해당 지역의 리스크 뿐 아니라 사회적 리스크가 수백, 수천 세대 미래까지 이어질 것이다. 핵폐기물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정책 결정을 통해 핵폐기물 추가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독일이 보수 정부지만 탈원전을 결정한 것은, 탈원전을 해야만 지금 이미 발생한 문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연간 수천 톤에 달하는 고준위핵폐기물 발생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발제에서 핵폐기물 문제에 있어 한국도 세계와 다르지 않음을 설명했다. 한반도 해안선을 따라 한번이라도 핵폐기물과 관련한 시민운동이 없던 적이 없을 정도였다. 이 대표는 그동안 역사를 볼 때 재촉해서 제대로 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십만년, 백만년에 비하면 고준위핵폐기물 관리방안 논의는 5~10년 을 한다고 해도 짧은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핵발전소 내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이 포화 직전인데, 미세먼지나 북핵문제에만 민감한 현실을 꼬집었다. 김수진 정책학 박사는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임시저장 시설이 결과적으로 최종처분장이 되는 문제를 3~4개월 짧은 논의 후에 지역 수용성을 묻는 과정으로 넘어가는 것은 안일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이투뉴스 이상복 기자는 토론에서 그동안 언론인들이 핵발전 사업자 입장의 정보 전달에 급급해 핵폐기물 비용이나 위험 등에 대해 판단근거를 잘 제공하지 못했음을 평가했다. 이런 문제들을 고려하면 결코 핵발전이 값싼 에너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핵발전소 소재 지역 입장에서 토론에 나선 이상홍 경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은 고준위핵폐기물의 심지층 처분이 과학적인 결론이 아니라, ‘원전 안전 신화’를 위한 도구라고 비판했다. 이 국장은 결국 문제 해결점은 사용후핵연료 추가 발생을 중단하거나 최소화해야 하며, 건식저장시설이 필요하다면 규모와 운영기간 등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탈핵신문 2019년 4월호(65호 _ 복간준비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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