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_ 후쿠시마는 지금(1)
후쿠시마 사고 8년 _ 후쿠시마 핵발전소 동향
사고 8년 만에 처음으로 핵연료 파편 들어올려
지난 13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2호기의 원자로 격납용기 내부에 로봇을 투입해 바닥에 녹아 있는 핵연료 파편(데브리, Debris)을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도쿄 전력은 핵연료를 들어올리기 위해 격납용기 측면에 구멍을 뚫어 15미터 크기의 로봇 팔을 투입했다. 그리고 로봇팔 끝에 달린 집게를 이용해 3~8cm 정도의 핵연료 덩어리를 움직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에 움직인 핵연료 파편은 밖으로 반출되지 않았다. 단지 상태만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토질로 뭉쳐져 있는 핵연료 덩어리는 들어 올리지 못했다. 도쿄 전력은 이번 작업을 통해 집게로 들어 올려지지 않는 점토질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후 핵연료 반출을 위해서는 다른 기계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핵연료 조사 장면. 노동자 피폭을 우려해 길이 15m의 로봇 팔을 원자로 격납용기 관통부에 밀어 넣고, 장치 조작은 원격 조작실에서 진행했다. (사진 =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2호기 핵연료 조사과정 개념도 (자료 = 도쿄전력)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한 작업이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8년이 걸렸다. 또 이번 작업을 통해 장치를 설치한 노동자들은 최대 0.68 밀리시버트(mSv)의 피폭을 당했다. 로봇 팔을 동작하는 동안에는 노동자들이 대피했지만, 격납용기 내부는 고농도 오염지역이기 때문에 피폭을 피할 수 없었다.
이번 작업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 2호기에 대한 작업이었다. 핵연료가 녹아 있는 1호기와 3호기에서도 핵연료 상태를 파악하는 별도 작업이 향후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도쿄 전력은 2년 뒤인 2021년부터 핵연료 파편을 조금씩 빼낼 수 있을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도쿄 전력은 아직 완전히 핵연료를 제거하는 시점을 정하지 못했다. 핵연료 파편의 양과 성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2017년 2월, 도쿄 전력은 후쿠시마 2호기에 감시 로봇을 투입하여 처음으로 핵연료 파편 사진 촬영에 성공했지만 핵연료를 건드려보지도 못했다. 당시 도쿄 전력은 격납용기 내부에서 최대 시간당 530 시버트(Sv)의 방사선을 측정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통상 6Sv(=6,000mSv) 정도의 방사선에 피폭되면 사람이 즉사하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방사선량이 측정된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폐로하려면 핵연료 파편 수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원자로 내부는 높은 방사선과 고온의 수증기가 가득 차 있고 폭발 여파로 건물 잔해도 뒤엉켜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수차례 로봇을 투입했으나 번번이 작업에 실패해 왔다. 또한 핵연료 파편의 상태도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녹아내린 핵연료와 금속 구조물, 콘크리트 등이 뒤섞인 상태로 추정될 뿐이었다.
도쿄전력은 핵연료를 반출하는데 대략 30~4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때의 일이다. 오늘도 무시무시한 방사선을 내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노동자의 사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탈핵신문 2019년 3월호(64호/복간준비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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