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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기로에 선 탈핵운동, 길을 묻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평가 및 탈핵운동 길을 찾다' 워크숍 훑어보기

모두가 말하자!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들을 안고 하나둘 명동 천주교대성당 지하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하공동행동), 워크샵 장소로 모여들었다새로 단장한 명동대성당 지하 우리사랑 나눔센터를 찾는데 몇 차례 길을 묻기도 하고한 두 차례정도는 길을 의심하기도 했다.  

 

우린 오늘 길을 찾을 수 있을까또 다른 차이만 확인하는 것은 아닐까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묻고길을 찾는 일을 왜 해야만 하는가기로에 선 탈핵운동길을 묻다’ 워크샵이 맡겨지면서부터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소위 촛불로 세워졌다는 문재인정부의 탈핵에 대한 진정성과 내용을 분석하기도 전에 신고리5·6호기 공론화라는 키워드가 불쑥 던져졌다.

 

이게 뭐지

 

탈핵을 선언한 문재인정부의 첫 탈핵걸음이 공약을 후퇴시킨 신고리5·6호기 공론화였고탈핵진영은 그 진위를 파악하기에 물리적으로 짧은 시간과 정보역량속에서 탈핵정부의 의지와 시민의식을 믿고 다수가 공론화 참여를 결정한다두달여의 논쟁적 논의를 거쳐 공동행동’ 차원의 참여가 아닌 제3의 텐트(이후안전한사회를위한신고리5·6호기백지화시민행동이하 신고리시민행동)로 모이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고공동행동은 탈핵운동 전반의 현안에 대처한다는 원칙적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일정은 참으로 숨가빴다공동행동’ 대표자회의 다음날 정부가 제안한 자리에 공동행동의 참여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안건은격론 끝에 3의 이름을 만들어서 참여하자는 소수의견을 기록하는 것을 전제로 첫 회의는 공동행동의 참여를 결정했다.   

공동행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단체들이 신고리시민행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공동행동은 공동화(空洞化)되고영광영덕삼척대전 등 지역단체와 천주교원불교 등 종교단체는 공론화에 참여하지 않거나 중간에 탈퇴하기도 했다.

 

모두 다 알다시피 결과는 쓰라린 패배였다. 19%라는 차이 앞에 탈핵진영은 멘붕에 빠졌다결과를 받아든 뒤에도 의견은 각각이었고설전은 더욱 심각해졌다뼈아픈 평가를 딛고설 용기가 서로에게 필요한데공동행동은 여전히 공동이 아닌 개별화 되어가는 듯 했다.  

 

간신히 11월 1일 공동행동’ 대표자-집행위 연석회의가 열렸으나 소수단체만이 참여해 논의력을 담보하기가 어려웠다그래서 제안된 워크샵엉겁결에 대전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의 이경자 집행위원장과 내가 워크샵 주관을 맡았다신고리5·6호기 공론화에 부정적 의견을 낸 두 사람이 공의(公議)를 모으는 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둘은 고민에 빠졌다공정할 수 있을까격론을 두려워하고 차이를 드러내지 않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신고리5·6호기를 보는 다양한 시선을 다루고공동행동의 나아갈 바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워크샵 방향을 잡았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참여를 적극 주장하고열심히 활동했던 양이원영 처장(환경운동연합)과 신고리5·6호기는 공론화가 아닌 백지화운동이어야 한다며 한빛(=영광)핵발전소사고등 현안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해온 박혜령 대외협력위원장(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을 섭외했다두 활동가의 시선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가고 싶었다다행히 두 분은 쿨하게 참여를 약속했다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참여자 모두가 3분 스피치로 의견을 말하는 것으로 1부 신고리5·6호기 평가를 하고, 2부는 공동행동’ 조직개편에 대해 분임토의로 의견을 모아내고자 했다

 

워크샵 운영 방침은 탈핵운동에 대해 항상 말해왔던 소수에게 마이크가 독점되기보다 모두가 말하자였다

 

지난 11월 17(오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 주최하는 기로에 선 탈핵운동 길을 묻다’ 워크샵이 4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드러내기시선하나

 

양이원영 처장은 가장 큰 패인으로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 여부를 묻는 공론화에 탈원전으로 대답한 것으로 꼽는다.

 

 탈핵운동진영의 탈원전 이야기는 미래지향적이고추상적이어서 신고리5·6호기 건설중단으로 입는 일자리감소와 지역경제 파탄핵발전 감소가 가스발전소 증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증가에너지안보문제핵발전 수출 타격재생가능에너지전환을 위한 핵발전의 경제적 협력까지… 구체적이고치밀한 그리고 네거티브까지 총동원한 핵발전 업계의 이야기에 비해 설득력이 떨어져 2~30대를 설득하지 못했고회기를 더할수록 건설재개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평가한다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은 오히려 기왕 16천억원의 공사비와 배상금 1조원까지 합쳐 2조원6천억이 넘는 돈이 들어간 안전성이 강화된 신규핵발전소는 건설하고위험한 노후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한 듯하다

 

그렇다면 신고리5·6호기 공론화라는 의제는 적절했는가양이원영 처장은 의제자체가 불리했고공론화위원회의 불공정성과 불합리비전문성을 지적한다사실상 제대로 된 공론화 설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론화가 시작되었고시민참여단에게 제공한 설문문항이 안전성과 경제성지역사회와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의제가 되면서 40년간 핵발전 업계가 주장해온 프레임대로 짜여졌다는 것이다신고리시민행동은 시민참여단에게 제공된 설문문항을 공론화가 끝난 이후에나 받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또한 시민참여단의 숙의과정은 숙의를 무색케할 정도로 짧았고한수원과 출연기관의 공론화과정 참여 등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역할을 한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문제제기 또한 강력하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대선정책과제로 공론화의 일상성을 주장해왔다고 한다민주주의가 더 진전된 사회는 일상적인 시민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이고 공론화는 거부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었다

 

양이원영 처장은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는 쓰고 고통스럽다그런데 약이다이 교훈을 잘 배우고 나아가자고 말을 맺는다 


드러내기시선 둘

 

신고리5·6호기 공론화에 대해 강력한 반대 발언을 쏟아냈던 박혜령 위원장의 글과 발표는 시점이 신고리5·6호기 공론화 너머 대선 전으로 이동한다

 

공동행동의 공동전선이 가능했던 시기잘가라 핵발전소 천만서명운동으로 공동행동을 결의하고 추진하던 과정과탈핵에너지전환로드맵을 통해 신규핵발전소 개념을 신고리4호기까지로 모아내고핵발전소 가동연한을 정부가 정한 설계수명이 아닌 사회적 합의에 의한 사회적 수명’ 또는 조기폐쇄로 결정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을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공동행동’ 차원의 대선 전략이 나오기 어렵게 되자삼척·울진·영덕·부산·대전등 현안지역이 모여 대선 후보들과의 협약식을 끌어냈다협약식은 신고리4호기신울진1·2호기의 중단 약속을 받아냈고신고리5·6호기의 백지화를 재확인하였으며건설 중인 핵발전소 전체 중단 등의 내용을 담았다그러나 이 협약내용은 탈핵운동진영 내에서 그리고 공동행동’ 내에서 다뤄지지 못했다

 

후쿠시마6주기 행사였던 3·11 나비행진은 3,000여명이 참여한 대중적 행사였지만 아쉽게도 탄핵정국에 탈핵이슈가 묻혔고 그 열기를 이어가는 전략이 부재했다올 4월초 공동행동’ 사무국을 맡았던 환경운동연합이 사무국 사임의사를 표했고공동행동’ 대표자-연석회의에서 10여개 자발적 단체들로 공동기획단이 꾸려져 차기 사무국이 꾸려지기까지 역할을 맡았다그러나 1년여 동안 전국이 집중된 전선으로 모아온 탈핵의 활동과 논의가대선을 지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입장이 다양한 이유로 선명하게 갈라졌고분열된 모양새는 안된다는 분위기로 입장 차이에 대한 치열한 논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신고리5·6호기 공론화를 맞이했다.  

 

탈핵운동의 공동의제를 설득하고 조정하는데 공동행동의 힘은 미약했다문재인 정부의 탈핵로드맵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부재한 채공동행동이 공론화에 들어갈 것인가말 것인가라는 물음에 직면하면서 탈핵운동의 논리나 힘을 이어갈 수 없었음을 지적한다공론화 결과에 재비판과 재토론의 부재 또한 걱정한다신고리5·6호기 공론화가 신고리5·6호기에 그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기에 공동행동의 논의는 더욱 치열해지고더욱 단호해져야 한다는 것이 박혜령 위원장의 주장이다.  

 

다양한 시선들

 

두 사람의 발표는 시점도관점도방식과 향후 방향에 있어서도 너무도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다이제 참여자들의 몫이다. 18명이 다양한 단체와 다양한 시선으로 참여했으므로 가급적 모두의 목소리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공동행동’ 이름으로 공론화에 참여하지 않고 제3의 단체가 꾸려지고공론화에 동의하는 단체들로 구성된 신고리5·6호기 공론화에 대한 공동행동의 평가는 길을 잡기가 꽤나 어려웠다기억과 결정에 대한 지적과 설전이 오가며 각자의 시각차이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공론화에 대한 탈핵진영의 대처가 낙관적이었고 미숙했다는 자기반성과 평가가 이어졌다시민운동단체에 시민이 없다는 시니컬한 지적만큼 뼈아프고 멘붕이었던 것은 탈핵의제 만큼은 시민들에게 설득가능하고 지지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민이 우리편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고그로부터 탈핵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40년 동안의 핵발전소 중심주의를 벗어나기란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아주 소수였던 몇 개 단체활동가들로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던 현실에 대한 토로가 있었다그래서 더욱 공론화를 잘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러니 공론화라는 정치적 일정에 매이지 말고 탈핵운동의 현장을 강화하고대중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또다시 나눠진다.  

 

탈핵진영 역량보다 훨씬 큰 역량과 더 큰 물량으로 무장된 찬핵진영의 치밀함과 역습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교묘함은 탈핵운동이 가야할 길이 쉽지 않음을 알게 해주었다그러나 오랜만에 열린 대중공간에서 그 어느 때보다 탈핵에 대한 주제가 석달여 기간 동안 다뤄지면서 탈핵의제가 전국민에게 노출되는 효과를 누렸다는 평가도 있었다.  

 

제대로 된 공론화가 무엇일까제대로 된 대중운동은 무엇일까문재인 정부의 탈핵로드맵은 탈핵일까

 

고준위핵폐기물과 연결고리를 찾는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결과의 충격과 과제는 생각보다 많았고 역시나 다양한 시각이 존재함을 드러냈다탈핵운동의 가장 큰 연대단위인 공동행동이대로 좋은가에 대한 물음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옮겨갔다


핵없는사회을 위한 공동행동길을 묻다’ 

 

탈핵운동의 길을 묻기 전에 멘붕과 균열과 논쟁에 휩싸인 공동행동을 구하는 일은 가능할까아직 누구도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공동행동의 길을 찾는 2부 논의시간은 촉박했고 장소 사용시간의 압박으로 의외로 논의가 빨라졌다황대권 대표(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의 공동행동’ 분권화에 대한 제안서를 함께 읽었고다음 워크샵에서 조직논의를 더 이어가는 것이 제안되었다황대권 대표의 제안서처럼 각자 공동행동’ 조직에 대한 의견을 문서로 제출하기로 했다사전에 제출된 의견을 중심으로 조직논의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결국 길 찾기는 길을 연장하는 것으로 워크샵을 마쳤다다시 그 길을 찾아야하는 숙제가 남겨졌다. 2차 워크샵까지 진행하라는 아주 무거운 숙제가

 

누구의 농담처럼 탈핵의 길을 묻다가아주 묻히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탈핵신문 2017년 12월호 (제59호)

이태옥 (원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