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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남들 안타는 막차 탄, 한전의 누젠 인수 추진

"2009UAE 이후 첫 원전 수출중국 꺾어

 

지난 126, 한전은 영국 무어사이트 핵발전소 사업자인 누젠(Nugen)의 도시바 지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2009년 설립된 누젠은 잉글랜드 북서부 무어사이드 지역에 약 3GW(기가와트)의 핵발전소를 2030년까지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후 누젠은 영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35년간 전력을 판매할 계획이다. 애초 누젠의 지분 100%는 일본 도시바가 갖고 있었으나, 도시바가 최근 핵발전소 규제 강화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핵발전소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누젠 지분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127() 영국 런던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그렉 클라크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과 -영 원전협력 각서 체결식을 진행했다. 사진출처,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

 

한전은 도시바로부터 누젠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그간 밝혀왔고, 이번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것은 이 지분 매입의 전 단계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한전의 누젠 지분 매입금액은 4천억원에서 5천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지분 매입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지분매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우선협상대상자란 말 그대로 협상을 위해 단일 창구를 열어놓고 협상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이지 그쪽에 팔겠다는 것을 확정지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의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파기될 수 있는 것이 우선협상대상자인데 중국을 꺾어같은 애국주의적 표현까지 섞어가면서 홍보하는 것은 애초 잘못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업의 사업성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이다.

 

백운규 장관(산업통상자원부)은 지난 11월 기자간담회에서 “UAE 사업은 EPC(설계·조달·시공) 방식으로 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예측가능했지만, 영국 사업은 IPP(발전사업)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을 얼마나 낼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UAE는 핵발전소를 건설해서 넘기면 끝나는 사업이지만, 영국 사업은 한전이 전력판매에 뛰어드는 사업이기 때문에 전력가격에 따라 리스크가 크다는 뜻이다. 영국은 발전사업자와 정부의 가격 협상에 의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핵발전소 건설 이후 가격 협상에서 무어사이드 핵발전소가 좋은 위치를 점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 9월 영국정부는 성명을 통해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MWh(메가와트시) 58파운드 이하로 전력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 차액계약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권리행사가격(투자비를 반영한 전력가격)이 기준가격(영국시장 평균 전력판매가격)보다 높으면 정부가 차액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덴마크의 동 에너지(Dong Energy)와 스페인의 EDP는 해상풍력에 MWh57.5 파운드를 제시한 것이다. 이는 프랑스의 EDF가 영국 동남부에 짓기로 한 힝클리포인트C 핵발전소의 가격 MWh 92.5 파운드와 비교할 때 굉장히 낮은 금액이다.

 

힝클리포인트C 핵발전소의 경우에도 사업진행에 따라 건설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영국 의회와 감사원 등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규제는 점점 높아지고, 장기 사업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해외 핵발전소 건설 사업에서 사업비 증가는 매번 반복되는 일이다. 더구나 무어사이드 핵발전소에 한국의 APR1400(한국형 신형경수로 모델명, 편집자 주)을 건설할 경우 영국의 기준을 새로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와 같은 잇점을 전혀 얻을 수 없다.

 

도시바가 무어사이드 핵발전소 사업에서 손을 뗀 것도 결국 높아진 안전규제로 인해 경제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다른 사업을 추진 중에 있는 히타치 역시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업도 한수원이 지분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남들은 하나 둘 사업성이 없어 철수하는 사업을 우리는 국가의 공기업들이 앞장서서 인수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핵발전소 해외 수출은 위험을 수출한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인 일이다. 그것을 정부의 공기업이 진행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거기에 사업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대한 공기업의 투자를 국위선양인냥 홍보하는 일은 이제 중지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자원외교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돈 낭비를 목격하지 않았는가. 이름만 바뀌었다고 같은 잘못을 두 번 반복하는 일.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

 

탈핵신문 2017년 12월호 (제59호)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