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아톰에서 시작한 프로파간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올해 직장 내 어린이집을 대전과 정읍에 개원하였다. 유치원의 이름은 무려 ‘아톰’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조이면서 한국에서도 수많은 어린이의 영웅이었던 아톰은 덩치는 작지만 엄청난 괴력을 지녔고 위험을 무릅쓰고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철인이었다. 아톰은 우리들의 우상이었지만, 원자력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애니메이션이기도 했다. 어린이와 여성을 공략하여 핵발전을 친근한 에너지로 포장한 프로파간다(propaganda선전, ‘거짓과 선동’의 의미) 전략은 한국은 일본과 ‘판박이’다.

 

매년, 초·중·고 원자력 작품 공모전…초등학교에 도착한 수상한 알림장?!
한수원은 원자력 공모전을 전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글쓰기와 그림 공모를 해마다 열고 있다. 상을 받은 작품들은 원자력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이 대부분이다. 2012년 참가 학생만 모두 1만4000여 명이었다. 원자력은 ‘지구의 영웅’이라는 수상작마저 등장한다.

 

 


한수원은 2016년 3월 평화운동연합에 핵발전소 주변 214개 학교에 5만부의 홍보 알림장을 배포하는 사업에 3000만원을 지급했다. 이 알림장은 일선 학교에 배포됐는데, 일부 학부모들이 항의하자 학교에서 회수한 뒤 폐기했다.

 

고등학생 ‘찬핵 골든벨’, 대학생 ‘상품권’, 교사들 ‘황제 연수’?!
또 한수원은 이 단체(평화운동연합)에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3000~3500만원을 지급해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태블릿PC 등의 상품을 걸고 원자력 관련 골든벨 퀴즈 행사 등을 열었다. 한수원은 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미래세대인 청소년 및 대학생에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전환 유도를 목표로 내세웠다.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는 2014년 대학생 토론회에 참석하는 참가자에 상품권 3만원을 교통비조로 지급하여 말썽을 일으켰다. 3차례의 대학생 토론회에 각각 70∼100여 명의 대학생이 참석했다. 한편, SNS에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글을 게시하는 활동을 목적으로 한 온라인 시민기자단을 해당 위원회가 뽑고 있는 것 또한 문제였다. SNS 활동으로 원고료와 함께 상품과 취재비 등도 지원받는다. 다른 곳도 아닌 SNS에 사용후핵연료 관련 글을 올리면 돈을 준다는 것은 ‘국민들을 SNS 알바로 동원하는 것’으로, 분명 문제가 있다.


원자력교육연구회가 원자력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초·중등 교원들에게 특1급 호텔에서 호화판 공짜 연수를 해마다 진행한다. 특히 이 연수는 일상적인 방사선 피폭으로 이주를 요구하며 2년 이상 농성중인 경주지역의 핵발전소도 직접 방문했다. 편향적인 핵발전소 홍보 연수를 받는 교사들은 학생들에게도 편향적으로 교육할 가능성이 높다. 핵발전소 때문에 고통 받는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호화판 연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시민들이 낸 준조세 성격의 전기료로 조성된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운영되는 원자력문화재단이 후원한 이 연수는,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연수에 쓰이는 예산은 1회차에 무려 5000여만 원에 이른다.

 

교과서를 계속 통제하라!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지난 6년 동안 원자력문화재단이 출판사에 보낸 교과서 수정 요청은 총 1,615건이었다. 이 중 핵발전에 관련된 수정 요청이 960건으로 59%를 차지했고, 친원전 성향의 수정 요청도 398건으로 25%에 달했다. 원자력문화재단의 교과서 수정 요청은 매년 20% 정도 반영됐다. 같은 기간 동안 친원전 내용의 수정 요청도 21% 반영됐다.


한편, 미국의 환경과학 교과서에는 스리마일 핵사고 이후 위험에 대한 여론으로 1978년 부터 신규 원전을 짓지 않는다고 기술되어 있고, 재생에너지 이용으로 전환할 시기라는 언급을 하고 있다. 영국의 환경과학 교과서에는 핵발전의 위험으로 원전 주변 200km까지는 인구가 거의 살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생활 속의 방사능 피폭 직업으로는 광부, X-ray실 작업자, 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승무원, 핵발전소 근로자를 나열하며 연간 피폭 범위 이상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과학 교과서는 핵분열의 언급은 1~2줄로 대폭 줄여 학생들에게 고민할 여지를 주지 않고 있고, 핵융합은 꿈의 에너지라는 엄청난 양으로 기술되어 있는 상황이다. 핵분열과 핵융합의 원리를 이해하기 힘든 청소년들로서는 최소한의 중립적인 가치관 형성조차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한수원의 ‘영화관 습격’ 사건에 이어, ‘네이버 웹툰’까지 연재!
2015 연말부터 2016년 연초까지 한수원의 엄포 광고가 영화관을 급습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작한 극장용 원전 홍보 영상이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 핵발전을 일방적으로 찬양해 논란을 빚었다. ‘블랙아웃 시티’라는 홍보 영상을 무려 3개월 동안 전국 주요 지역 극장에서 내보냈다.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 전체 스크린의 20% 정도에서 한수원 광고가 상영되었고 3억원이 소요되었다.


영화관 홍보에 이어 이번엔 만화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2012년부터 네이버에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웹툰 ‘징검다리’는 연재기간 내내 별점 평균 5점대(10점 만점)와 낮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정책 웹툰이 별점 9점대인 점을 고려하면 평가가 매우 안 좋다. 댓글에는 ‘역효과 날 것 같다’ 등 부정적인 댓글이 줄을 이었다. 웹툰 자체로서의 재미도 없고, 일방적인 입장만 전달한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한국수력원자력도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웹툰을 2016년 7월 3일부터 현재까지 24편을 다음 포털에서 제공하고 있다.


※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네이버 웹툰의 한 장면


한수원의 UN 컨퍼런스 후원…생존교육 자료가 절실한 상황
2016년 5월 UN NGO 컨퍼런스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메인 후원기관으로 선정되어 논란이 되었다. UN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을 목표로 모두에게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권장하고 있다. 게다가 행사의 주제인 세계시민교육과도 맞지 않았다. 주최 단체에서는 후원 기관에 대한 자체 필터링을 거쳤고, 경주에서 열리는 행사라 한수원이 좋은 취지로 후원에 참여한 것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행사에는 반기문 UN사무총장, 황교안 국무총리, 김관용 경북도지사, 최양식 경주시장 및 전 세계 100여 개국 4000여 명 전문가들이 참가하였고, 세계시민교육 경주선언문이 채택되었다.
원자력의 안전성 및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는 가운데 학생들을 상대로 무분별한 여론전을 펼치는 행태들은 매우 부적절하다. 지금 이럴 시간과 예산이 있다면 지진과 핵발전 사고 대응 생존교육 자료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가장 먼저 아닐까? 우리는 최근 경주 지진 이후 급속히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도쿄 방재 책자와 생존배낭을 일상처럼 들고 다녀야 할지 모른다.

 

출처, slowalk.co.kr

 

탈핵신문 2016년 11월호 (제47호)

신경준(태양의학교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