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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구시설, 핵재처리 등)

사용후핵연료 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 꼭 필요할까?

지난 526일 산업통산자원부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안을 내놓으며 2028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분부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2035년까지 중간저장시설과 2053년까지 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한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했다. 이 계획안은 보기엔 그럴듯하지만 1983년부터 여러 차례 미뤄왔던 2020년까지 부지를 확보한다는 내용을 다시 8년 후로 미루는 내용이 핵심이며, 부지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되지 않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투명화, 공론화 과정도 거론되지 않은 무책임한 계획안일 뿐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문제는 탈핵, 반핵운동과는 별도로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닥친 큰 문제로 정부, 학계,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위의 계획안처럼 다음정권, 다음세대로 계속 미루기만 하다가는 결국엔 늘어나는 사용후핵연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어, 부지선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정부의 주장과 또 부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원자력학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며 영구처분과 중간저장 계획보다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나 소듐고속로의 조기개발 계획이 우선시되어 추진되거나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작년 12월 16일, 대전시NGO지원센터에서 대전미래기획포럼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건식재처리방식)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으로 대전발전연구원과 대전지역 관련 단체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이날 포럼은 파이로프로세싱이 환경·안전·건강·안보적 측면에서 대전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단해 보는 자리로, 송기찬 본부장(한국원자력연구원 핵연료주기기술개발본부)이,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개발의 의미와 안전대책’, 장정욱 교수(일본 마쓰야마 대학)가 ‘파이로프로세싱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주제 발표했다.

 

·미 신협정 체결로,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파이로프로세싱 일부 과정 수행 가능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대전의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1997년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시작하여 2013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험시설인 아르곤 핫셀을 완공하였고, 올 초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을 바탕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직접시험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향후 소듐고속로 개발을 최종목표로 일련의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파이로프로세싱 재처리와 소듐고속로가 무엇이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한 대전에서는 이를 어떻게 대처하며 활동하고 있는지 한번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방법으로는 임시저장, 중간저장, 영구처분의 직접처분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법이 있으며 현재 여러 나라에서는 환경적인 문제와 경제성의 이유로 재처리보다는 영구처분의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이 정해지고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는 현재 러시아, 프랑스, 영국, 일본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핵무기의 원료로 문제가 되는 순도 높은 플루토늄을 분리 할 수 있는 습식(퓨렉스 등)방법과 플루토늄 단독분리가 어려운 건식(파이로프로세싱 등) 방법으로 나눠지며, 우리나라에서 진행하려고 하는 방법은 바로 이 파이로프로세싱의 건식방법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전처리, 전해환원, 전해정련, 전해제련, 폐기물처리 및 MOX(Mixed-OXide fuel, 우라늄과 플루토늄 혼합체로 소듐고속로의 원료가 됨) 생산의 과정으로 진행되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한·미신협정으로 전처리와 전해환원까지의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에서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미 파이로프로세싱 실험이 중단된 상태이다.

 

원자력학계에서 말하는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를 분해하여 각종 핵종으로 분리하고, 장수명핵종 등은 태워버리고 분리된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MOX라는 고속로의 연료로 재생산하여, 총량 기준으로 폐기물을 20분의 1로 줄이고 면적기준으로는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고속로를 전제로 하는 이야기이며 또한 고속로로도 핵종의 수명만 짧게 바꿀 뿐 완전한 소각은 어려워 여전히 영구처리시설은 필요하게 된다.

 

소듐고속로는 고속중성자를 이용하기 위해 고온의 나트륨을 이용하여 발전을 하는 핵반응로(=원자로), 나트륨은 물과 만나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어 공기 중에 수분이 들어있는 우리의 환경에서 비추어보면 언제든지 폭발의 가능성이 있는 핵반응로이며 또 다른 방사능폐기물을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한 시설이다. 그리고 이미 고속로를 개발하여 시험운전 중이던 일본의 몬쥬고속로와 프랑스 슈퍼피닉스 고속로는 이로 인해 몇 차례 큰 사고가 발생하였고 결국엔 폐쇄되었다.

 

또한 원자력학계는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생산된 MOX를 기존의 경수로핵발전소에서 발전원료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으로 이익이며 환경적으로도 유익하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농축우라늄의 생산단가와 비교하면 MOX의 생산비용은 훨씬 고가이고 생산시설의 건설에 드는 비용, 생산시설 운영 시 발생되는 중·저준위 페기물의 양 증가와 처리비용을 생각하면 이 또한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법률도 정비되지 않은 채 위험천만한 사용후핵연료 운송도 이미 완료한 상태

사용후핵연료 운송의 문제도 발생되는데, 올해 초 이루어진 한·미신협정의 내용 중 현재 우리가 보유한 시설에서 미국산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한 시험을 할 수 있다라고 하는 내용으로 미루어보면, 파이로프로세싱을 진행할 때 사용하는 원료로 한국원자력연구원 내의 하나로원자로(연구용 원자로의 명칭, 편집자 주)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가 아닌 타 핵발전소에서 운송되어진 미국산 사용후핵연료(국내 핵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우라늄원료의 약 2.5%정도)를 가지고 시험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로 이는 운송 중 발생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벌써 실험에 이용할 사용후핵연료 운송을 완료한 상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사용후핵연료관리에 대한 법률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송이 되었다는 말이며, 이에 대한 정보공개가 사전, 사후에 전혀 되지 않고 있다가 이렇게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만 공개함으로써 주민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으며, 항상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더욱 신뢰를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대전 유성구, 핵발전 연구·생산 시설 밀집, 10km32만명 거주하지만, 국가시설로 감시엔 한계

현재 대전 유성구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내에 30메가와트 급의 실험용 하나로원자로와 한전원자력연료주식회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의 핵발전 연구시설 및 생산시설이 밀집되어 있으며, 주변 3km이내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있고, 주변 10km이내 거주인구는 무려 32만여명에 달한다. 또한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중수누출, 방사성요오드검출, 방사능피폭, 우라늄시료 분실 등 여러 번의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시설의 관리 감독은 오로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담당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주변 주민들은 KINS를 원자력학계의 자회사와 같은 곳으로 생각하고, 관리감독의 필수요소인 독립성 보장이 되지 못한 기관이라 신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민간원자력환경감시기구를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였고 올해 초 유성구에서 유성민간원자력시설환경·안전감시기구 설치 및 운영조례를 만들어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핵발전소들의 경우 상업적인 시설로 한전으로부터 여러 가지 경제적인 도움을 받으며 감시기구들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전의 경우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특성상 더 위험한 실험과 시설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시설이라는 이유로 감시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이제는 사용후핵폐기물까지 이용한 실험까지 진행하려고 하는 바 좀 더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이번에 제정된 유성구조례를 바탕으로 민간안전감시기구가 잘 운영되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정부는 재처리 등 불안 산업보다, 폐로·재생에너지 개발 등 안전한 미래 산업으로 눈길 돌려야!

또한 현재 증설중인 한전원자력연료는 향후 신설될 국내 핵발전소에 필요한 핵연료 부족분뿐만 아니라 해외에 수출할 양까지 계산하여 증설한다고 한다. 이 수출물량은 이명박정권 시절 수출한 아랍에미리트핵발전소에 제공할 핵연료를 말하며, 아랍핵발전소수출 계약 발표 이후에 아랍에서 사용이 끝난 사용후핵연료는 다시 우리나라로 가져와야한다는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문제로 논란이 되었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국내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대전에서는 이 한전원자력연료 증설의 철회를 요구하며 활동하였지만 결국엔 증설이 진행되고야 말았다.

 

향후 정부와 학계에서는 재처리나 새로운 고속로 개발 등의 미래 불안 산업을 생산해내는 노력보다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리시설에 대한 연구와 국민들과의 공론화를 통한 영구처분 부지확보 방안의 마련, 그리고 전 세계 노후화된 440여기의 핵발전소들이 곧 폐로되는 상황에서 폐로되는 핵발전소들을 안전하게 폐로시키는 기술개발 그리고 이에 따른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 등의 안전한 미래 산업으로 눈길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탈핵신문 2016년 6월호

임동진(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