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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책소개-『관저의 100시간』 『우리 균도-느리게 자라는 아이』『83일-어느 방사선 피폭 환자 치료의 기록』 「후쿠시마의 10가지 교훈」

새책을 소개합니다.

『관저의 100시간』 『우리 균도-느리게 자라는 아이』

『83일-어느 방사선 피폭 환자 치료의 기록』 「후쿠시마의 10가지 교훈」

 

이지언 편집위원

 


 

 

관저의 100시간

기무라 히데아키 지음, 정문주 옮김, 후마니타스, 20153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지금, 우리는 지금까지도 잃어버린 대통령의 7시간을 찾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긴급 재난 상황에서 콘트롤타워의 대처는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참사를 예방하는 데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를 생중계로 지켜보는 것만큼이나, 며칠이 지나도록 수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속수무책의 상황이야말로 극도의 분노와 무기력함을 불러일으켰다. 후쿠시마 사고의 골든타임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관저의 100시간은 사고 발생 직후부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사고대책통합본부가 구성된 15일 저녁까지의 ‘100시간에 주목한다. 문부과학성과 핵발전 관료조직이 피난경로예측시스템(SPEEDI)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피폭 피해를 키우는 모습, 핵반응로(=원자로) 폭발은 없다고 장담하다가 이에 대비하지 못한 채 폭발을 지켜보게 만든 전문가 집단의 무능, 사태를 해결하기보다는 현장에서 철수하는 데 급급한 도쿄전력의 무책임 등을 생생하게 담았다.

아사히신문 기자인 저자는 전대미문의 사고 앞에서 발표된 내용이면의 심층에 다가가지 못하는 언론이 핵발전소 사고의 두번째 패배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우리 균도-느리게 자라는 아이

이진섭 지음, 후마니타스, 20153

 

“1차 걷기를 시작하기 사흘 전 직장암이 발견됐다. 3차 걷기 이후 이번에는 균도 엄마가 갑상샘암 진단을 받았다. 균도는 고리 원전 근처에서 자폐를 안고 태어난 아이였다. 나는 20127월 한수원을 상대로 건강권 소송을 제기했다.”

 

“4차 걷기는 고리 원전 근처에서 평생을 살아온 우리 가족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원자력발전의 책임을 묻는 행진이기도 했다. 우리는 발달장애인법 원안 통과, 부양의무제 폐지와 더불어 탈핵을 외치며 동해안 원자력 발전소들을 따라 걸었다. 나는 이를 원자력 밟기라 불렀다.”

 

작년 10,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갑상선암 발병 피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며 한국 탈핵 운동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진섭 씨는, 사실 장애인 활동가 균도 아빠로 더 유명하다.

1992, 고리 핵발전소 근처에서 태어난 그의 아들 균도는 올해 스물네 살 청년이 되었지만 다섯 살 지능에 시시때때로 과잉 행동 장애를 일으키는 발달장애 1급의 자폐아이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애환을 알리고 싶어 도보 시위를 시작한 부자는, ‘발달장애인법 제정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도보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균도와 세상걷기는 다섯 차례에 걸쳐 3천 킬로미터 국토대장정을 진행했다.

 

 

83-어느 방사선 피폭 환자 치료의 기록

NHK 도카이무라 임계사고 취재반, 이와모토 히로시 지음, 신정원 옮김, 뿌리와이파리, 20152

 

1999년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 ‘JCO 도카이사업소에서 핵연료 가공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대량의 중성자선에 피폭된 사고가 발생했다. 20Sv(시버트)의 고농도 방사선에 피폭된 오우치 히사시는 피폭 83일만에, 피폭량이 그의 절반 이하였던 동료 시노하라 마사토는 211일째 되는 날 숨을 거두었다. 83은 오우치가 피폭한 순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하루하루 겪어야 했던 방사선 피폭의 결과들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전례 없는 치료를 이어가는 의료진의 고뇌, 그리고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영역 저 너머에 있는 방사선의 무서움을 담담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이 책은 오우치의 83일은, 피폭된 뒤의 하루하루는, 원자력발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의 하루하루에 무엇을 묻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후쿠시마의 10가지 교훈

후쿠시마 소책자 간행위원회, 20153

 

핵발전을 가동하거나 계획 중인 각국의 방재 대책에 후쿠시마의 교훈이 반영돼야 한다는 일본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일본국제협력NGO센터와 피스보트를 비롯한 일본 시민사회는 3월 센다이에서 열린 유엔 방재세계회의에 맞춰 원전재해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후쿠시마의 10가지 교훈이라는 책자를 발표했다. 4년째 현재 진행형인 후쿠시마 핵 재난이 재해예방과 피해경감에 관한 국제적 협력을 논의하는 이번 회의에서도 주목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도 후쿠시마의 교훈일어날 수 없는 재해란 없다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낙후된 과소지역(사람이 드물게 사는 지역) 해안가인 후쿠시마에 핵발전소가 처음 들어서게 된 1960년대에 전력회사는 방사능 위험은 없다며 불안과 반대의 목소리를 억눌렀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것은 원전을 만들고 싶어하는 정부나 대기업, 전력회사의 전문가들이 그럴싸한 데이터에만 근거해 주장되는 것이었다.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거나 건설될 예정인 다른 국가의 주민과 시민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담은 이번 책자는 핵발전소 계획과 관련된 완전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혼란스러운 경험을 토대로 핵발전소 재난에 대응할 현실적인 조언을 제공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재대책으로서 탈핵의 메시지가 담기지 않는 대목은 아쉽다.

70페이지짜리 이 책자는 한국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4개 언어로 출간됐고 웹사이트(http://fukushimalessons.jp

/assets/content/doc/Fukushima10Lessons_KOR.pdf)에서 볼 수 있다.

 

발행일 : 20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