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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책 소개] 확대되는 방사능 오염과 법규제―구멍투성이 제도의 현황

후쿠시마 10

방사능·오염의 이해 다시 시작하자!

                             - 윤종호 무명인출판사 대표



후쿠시마 10, 우리는 어디에?


3·11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0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사회, 평범한 시민들에게 핵발전의 빛뿐만 아니라 그림자를 생각해보게끔 한, 이웃나라 일본에서 발생한 세계사적인 사건이었다.

10년의 세월 동안, 나는 무엇을 했나? 우리는, 우리 사회는 무엇을 배웠고, 지금 어디에 서 있나?

한국 정부의 에너지·핵발전 정책은 계속 흔들리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핵발전 유지·확대 기조가 문재인 정부 탈핵 선언(2017)으로 급변할 것처럼 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핵발전 유지·점진적 감소 기조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핵산업계와 일부 지역 등은 끊임없이 여론을 형성하며, 월성1호기, 신한울3·4호기를 쟁점화하며 정치적 세력을 구축하였다. 과연, 이 핵발전 유지·점진적 감소를 이어갈 수 있을지, 다시 유지·확대로 선회할지는 국민적 여론과 정치세력간 힘겨루기에 달려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위와 같은 대치 국면의 현실 세계와 달리, 내 마음속 세계는 “‘핵발전 유지·점진적 감소기조와 핵발전 급진적 축소와 에너지전환 가속화기조가 대치하며, 긴장 관계를 형성했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지나온 10년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방사능, 주류 인식에 균열을!


후쿠시마 10년이라지만, 일반적인 한국 시민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이 주요 관심사이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나와 내 이웃의 삶도 팍팍하다보니, 후쿠시마 핵발전소 1~4호기 실태, 방사능 오염 경과(제염, 폐기물 등), 피난 주민들의 삶과 귀환 문제 등은 내 삶의 문제에서 다소 동떨어진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왜 여전히 관심사로 등장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확산으로 내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바다 생선·수산물이 오염되면, 나와 내 가족의 건강문제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데, 후쿠시마 오염수만 문제일까? 최근 경주 월성핵발전소 방사능이 새고 있고, 지하수에서 높은 방사선 수치가 확인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경주를 비롯해 국내 모든 핵발전소는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운영과정에서 기체·액체 방사능을 내놓고 있다. 방출·방류하더라도 법적 기준치 이내로 희석되었다면, 얼마를 내놓던 아무 문제가 없었다(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최근에야 총량 규제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20~30년 이상 누적 방출·방류된 그 기체·액체 방사능은 어디로 갔을까? 법적 기준치 이하면 정말 문제는 없는 것일까? 갑상선암 공동소송으로 대표되는 인근 지역주민들의 건강영향·피해는 현행 법률 기준으로 입증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선 듯 꺼내기 힘든 말이지만, 핵발전소 인근 지역 농·수산물은 괜찮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수산물 오염과 나의 건강 영향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처럼 국내 핵발전소의 방사능 누출·방류와 나의 먹거리와의 관계를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확대되는 방사능 오염과 법규제구멍투성이 제도의 현황

히오키 마사하루(日置雅晴지음김효진 옮김고려대학교출판부, 2013


이 책은 변호사인 저자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변호사연합 재해대책본부 원자력프로젝트팀 일원으로, 핵발전 문제에 대응하며 접한 다양한 정보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참고하여 쓴 책이다. “다양한 전문가, 언론의 넘쳐나는 정보속에서 후쿠시마 사고 상황, 방사능 오염 실태, 사고 수습의 전망 등 도대체 어디까지가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인지, 특히 저선량의 방사능 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위험성이 없다는 의견부터 엄청 위험하다는 지적까지 그 편차가 너무 커서 일반인들로서는 무엇이 맞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 상호관계를 고찰하고, 방사능 오염 상황을 종전의 법제도와 사회제도와의 관계에 입각하여 정리했다.

자연방사선이 평균 2.4밀리시버트이고, 일반인의 연간 허용선량이 1밀리시버트인 상황에서 핵발전소에서 내놓는 극히 미량의 방사선은 건강영향·피해를 초래하지 않는다, 방사선의 위험성, 특히 저선량 방사선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핵산업계의 단일한 논리가 횡횡하는 국내 현실에서,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방사선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 기존의 논리를 상대화한 객관적인 인식을 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책은 이런 현실에서 방사선에 대한 기존 프레임은 물론 새로운 프레임도 소개하기에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게 해 준다. 후쿠시마 오염 현실에서부터(서론), 방사능에 대한 물리적 특성(11), 방사능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의 불확실성의 9가지 논점(12), 일본의 방사능 규제 현실과 공간선량·토양오염·방사성폐기물·식품오염에 관한 규제 상황(2), 대기권 핵실험·수폭에 의한 오염과의 비교(보론) 등을 담고 있다. 비록 2011년에 출간(2013년 번역), 110쪽 분량에 불과하지만, 전체적으로 대단히 유용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족일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와세대대학 출판부의 <지진재해 이후를 생각한다> 시리즈를 고려대학교출판부가 번역·출판했는데, 3번째 순서로 발간되었다. 주의해야 할 점으로 요오드(I)’요소로 번역한 것과 위 첨자 등으로 처리되었어야 할 지수나 원자번호, 그리고 군데군데 오탈자 등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잘 정리·번역된 책으로 방사능과 그 오염이 가지는 의미를 새롭게 인식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탈핵신문 2021년 1월(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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