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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에너지전환

기후위기와 탈핵(7) _ 핵발전소는 기후위기 극복에 이미 실패한 해법

국내외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응 행동이 고조되는 가운데, 핵발전으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낡은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더는 늦출 수 없는, 그리고 후회 없는 기후위기 해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핵발전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평가해야 한다. 탈핵신문은 연중기획으로 <기후위기와 탈핵>을 연재한다.

 

<기후위기와 탈핵 연중기획>

 유엔 기후체제 협상에서의 핵발전 논쟁사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보는 핵발전

 온실가스 감축을 말하는 찬핵론자는 누구인가

 핵사이클과 온실가스 배출

 기후위기 대응, 비용과 시간의 문제

 지구온난화는 핵발전소도 위협한다

 세계 핵발전 추진국과 온실가스 감축 실적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충돌하는 핵발전 시스템

 탈핵과 탈석탄은 동시에 가능하다

 

 

 

 

기후위기와 탈핵 연중기획(7)

 

핵발전소는 기후위기 극복에 이미 실패한 해법

 

 

 

 

 

 

올여름의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은 기후위기가 이제 더이상 미래에 벌어질 위험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었다. 50여 일간 이어진 이번 여름 장마는 기상청 관측 이래 역대 최장기간 그리고 가장 늦게 끝난 장마로 기록되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어려움 속에 우리는 그 어느 해보다 힘든 여름을 보냈다.

 

이제 현실로 다가온 기후위기에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한 때다.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을 틈타 핵발전소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한편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들 대부분은 기후위기에 대한 진지한 대안으로 제시되기보다 탈핵 정책을 반대하는 도구로 활용하기에 급급하다.

 

핵발전이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은 이미 오래된 논쟁이기도 하다. 찬핵론자들은 화석연료의 연소과정과 다르게 핵분열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탄소배출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과장된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우라늄의 채굴과 정련, 발전소 건설과 운영, 폐기물 관리와 처분 등 전 과정과 온배수 배출, 사고와 피해 등을 들여다보면 핵발전은 저탄소 발전원이라고 표현하기 무색하다.

그렇다면 정말 핵발전은 온실가스 감축하는데 제대로 역할을 해냈을까.

 

핵발전 3배 증가해도 온실가스 배출량 143% 늘어

 

 

 

 

 

1970년대 말 국내에 핵발전소가 처음 발전을 시작하고 벌써 40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현재 24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운영 중인 핵발전소 설비용량은 19907.63기가와트(GW)에서 현재 23.25GW3배나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 기간에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2.9억 톤에서 20177.1억 톤으로 143% 증가했다. 핵발전소를 3배 이상 늘렸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전력 부분만 본다면 전력수요증가, 석탄발전소 확대 등이 주요한 이유였다.

 

핵발전소를 확대한다고 온실가스 감축으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값싼 전기를 대량으로 공급한다는 핑계로 석탄과 핵발전을 동시에 늘리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는 기후 악당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라는 두 가지 오명을 동시에 얻었다. 석탄발전을 줄여야 하므로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지만 이는 핵발전을 유지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는 점을 역사가 설명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과연 핵발전소 확대가 기후위기를 막는데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는가는 의문이다.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국들과 핵발전소 운영 상위국들은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캐나다, 한국 등으로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핵발전에 의존하는 전력정책이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기후위기의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가 필요함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핵발전 확대로 이 문제를 해결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위기를 해결하기보다 핵발전 사고 위험을 증가시켰을 뿐이다.

 

 

 

 

△ 출처=에너지전환포럼, 자료: BP, stats review 2019

 

 

 

온실가스 감축 성공하는 나라는 재생에너지 확대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온실가스 증가율이 낮거나 감축에 성공하고 있는 나라들은 핵발전소 확대가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등 에너지전환에 나서는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독일, 덴마크, 일본 등 온실가스 증가율이 낮거나 감축에 성공하고 있는 나라들 대부분은 핵발전 비중이 작거나 재생에너지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한국은 최근까지 핵발전 설비를 꾸준히 늘려왔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특히 핵발전은 석탄발전과 마찬가지로 대량생산과 중앙집중 에너지 공급과 소비 시스템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사회변화를 이끌 수 없다. 당장에 값싼 에너지 생산만을 목적으로 피해와 위험을 미래와 지구에 떠넘긴다는 점에서 석탄발전과 핵발전은 다르지 않다. 핵발전에 의존하는 시간표가 길어질수록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화 등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로 안정성 더욱 취약해지는 핵발전소

 

지난 9월 마이삭과 하이선 두 번의 태풍으로 고리와 월성의 8기 핵발전소가 가동 정지되거나 소원전원이 상실되는 사고가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태풍에 일제히 멈춰버린 핵발전소 사고가 걱정스러운 점은 바로 기후위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기후위기로 더 빈번해지고 있는 자연재해와 기상이변에 핵발전 그 자체가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더 걱정되는 점은 한 부지에 6~8개까지 핵발전소가 밀집되어 있어 다수호기가 한꺼번에 사고가 발생해 피해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중대사고와 재연재난 등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고 1조원 이상을 들여 보완했다고 자랑해왔다. 하지만 바다에서 불어온 염분도 막지 못하는 부실한 대책이었음이 이번 태풍 정지사고로 드러났다. 문제는 또 어떤 사고가 어떤 자연재난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복구되었지만, 핵발전소 사고는 아직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피해가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기후위기에 취약한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위기상황에 위험만 더하는 꼴이다. 1.5도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또 핵발전이라는 실패한 해법으로 변화를 지체해서는 안 된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

탈핵신문 2020년 10월(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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